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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내피에 손목 립을 달아보자

by macrostar 2026.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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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이야기를 했듯 M-65 필드 재킷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내피를 붙여서 사용한다. 떼어 놓고 단독으로만 입는 일은 거의 없는데 단독 M-65 정도의 보온성을 지닌 옷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 용도를 독립시키려는 목적도 있고 몇 벌 있는게 다 약간 오버사이즈이기 때문에 휑한 느낌을 없애기 위한 것도 있다. 둘이 붙어 있을 때 하나의 옷 같이 느껴지는 게 너무 익숙해져 있다보니 따로 입으면 영 어색하다.

 

그런 이유로 재킷과 내피를 차례대로 이것저것 사들이다 보니 필드 재킷 라이너 S 사이즈 하나를 필드 재킷 없이 가지고 있는 게 있게 되었다. 예전에 아마존에서 저렴하게 샀었는데 소위 야매 제품이다. 이후로는 미군 발매 오래된 걸 주로 사고 있는데 따뜻함과 가벼움의 차이가 은근히 크다. 가지고 있는 야매 제품의 경우 좀 뻣뻣하고 덜 따스하다.

 

이 내피를 요즘 같은 환절기에 집에서 일하거나 쉴 때 입고는 했는데 이 옷은 구조적으로 바깥에 입으라고 만들어진 옷이 아니라서 손목이 영 휑하다. 

 

몇 년 동안 이 라이너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내는 브랜드들이 꽤나 있어서 그런지 제대로 된 미군 방출품 찾기가 은근 어려워졌다. 물론 워낙 많이 만들었던 옷이라 잘 찾아보면 나오긴 한다. 알파 인더스트리의 ALS/92의 경우 아예 아우터로 입는 걸 염두에 두고 손목 립과 주머니 등등이 다 달려져 있긴 한데 이렇게 비싼가 싶은 점이 있다. 그래서 이 옷에다가 시보리, 손목 립도 달고 주머니도 달아보기로 했다.

 

손목 립은 찾아보다가 알리에서 샀는데 1개만 보낸다고 되어 있길래 2개를 샀더니 2쌍이 왔다. 1만원 정도 들었다. 오자마자 달았음. 주머니는 예전에 멘딩용으로 사놨던 패턴 천이 있어서 그걸 달았다. 원래 자로 재서 똑같게 두 개 만들려고 했는데 만사가 귀찮아져서 그냥 손으로 휙휙 접어가면서 하나만 달았다.

 

 

뭐 이런 게 되었음. 손목 립이라는 게 꿰매기가 상당히 귀찮은 구조라 바늘을 넜다 뺐다 해야 하는 게 매우 까다로웠다. 그래서 하늘색 실로 우선 대충 임시 조립을 해놓고 빨간색 실로 조금 더 단단하게 꿰매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아무튼 바느질만 하면 손가락을 찔러서 피를 보는데 손목 립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원래는 V모양을 내서 바느질을 하려고 했는데 역시 허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그런 결과 그냥 일자로. 하늘색 실도 떼어 낼 생각이었는데 크게 방해가 되진 않길래 내버려 뒀다. 

 

약간 문제가 손목 립에 여분의 천이 붙어 있는 구조인데 저 여분의 천이 꽤 얇다. 그래서 입고 벗고 하다가 찢어지지 않을까 싶다. 대신 약간의 탄력성이 있는 합성 소재라 입고 있을 때 완충 역할을 해주긴 한다. 이렇게 달고 나니 역시 편하고 따뜻하다. 사실 손목이 덮이고 나니까 좀 지나치게 따뜻해서 요즘 날씨에는 약간 오버스펙이다. 겨울에 유용하게 입을 것 같다. 여분 천 부분은 찢어지거나 하면 뭘 좀 더 붙일 생각이다.

 

이렇게 하고 나니 손목 립 한 쌍이 또 남았는데 어디다 붙일까 하다가 엘엘빈의 필드 코트에 붙이기로 했다. R641, M 사이즈로 안에 울 몸통 + 손목 폴리에스터 내피가 붙어 있는 제품이다. 이게 M 사이즈 스펙을 보면 잘 맞아야 하는데 어깨에 덧댐이 되어 있어서 빳빳함 - 팔을 끌어 올림 - 스펙에 비해 약간 짧게 느껴지는 구조다. 사실 이 정도 길이어도 입을 사람은 입을텐데 추울 때 입는 아우터가 손을 위로 뻣었을 때 손목이 드러나는 걸 꽤 싫어해서 기본적으로 팔이 긴 옷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에 비해서는 살짝 짧다. 그래서 내부에서 시보리를 붙이면 그럭저럭 안정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이 옷도 역시 내피 손목에 손목 립을 연결하는 방식.

 

 

형광색 시보리가 컬러가 약간 튀지만 팔을 그냥 아래로 내리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팔을 쭉 뻗으면 이런 느낌. 엘엘빈의 필드 코트는 칼하트의 초어 코트와 비슷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칼하트 쪽의 덕 코튼이 아주 살짝 밴질거리고 반짝거리는 느낌이 나는데 비해 엘엘빈 쪽은 훨씬 투박한 분위기가 나서 또 좋아한다. 지리한 과정이었지만 붙여놓고 보니까 딱 좋다. 조금 더 추워지면 입고 다닐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언제쯤 계획한 대로 정교하게 바느질을 하게 될까. 이런 저런 계획을 잡고 시작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만사가 귀찮아져서 그저 빨리 끝내고 싶은 거 말고는 아무 생각이 안 드는 게 정말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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