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R에 옴브레 셔츠 이야기를 제공하면서(링크) 좀 찾아본 것들이 있다. 그러니까 예전에 옴브레 셔츠와 디키즈 팬츠 그리고 치카노에 대한 이야기만 대충 알다가 브레인데드(링크)의 Kyle Ng가 진행했던 TV 다큐멘터리 Social Fabric을 보는데 Ep.5에서 플래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걸 보는데 치카노의 옴브레는 패턴 무늬가 흐리멍텅하게 겹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봤다. 아래 사진은 해당 다큐멘터리 캡쳐.


언제나 그렇듯 차이를 인지하게 되면 그 이후로 구별을 하게 된다. 즉 예전에는 그냥 다 체크 셔츠였다가 어느 시점부터 타탄, 깅엄, 태터솔, 플래드, 건클럽, 블랙와치 등등을 구별하게 된다. 그리고 또 플래드는 그냥 다 플래드였다가 이제는 선명한 플래드와 흐리멍텅한 플래드를 구별하게 된다. 이중 선명은 워크웨어고 흐리멍텅은 바로 옴브레다. 그리고 이걸 살펴보다 보니 워크웨어 울 플래드 셔츠의 역사는 선명과 흐리멍텅의 대결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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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브레 셔츠는 프랑스어로 그림자, 음영을 뜻하는 옴브레(Ombré)에서 유래했다. 색상이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되며 겹치는 게 특징이다. 19세기에 섬유 직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처음 등장했는데 유명해진 건 1950~1970년대 펜들턴 덕분이다.
펜들턴은 울리치가 1800년대 말 선보였던 버팔로 플래드 패턴을 이용해 1920년대에 울 플란넬 셔츠를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시절에는 카우보이, 목축업자, 벌목공, 사냥꾼 등을 위한 워크웨어의 성향이 강했다. 그러다가 2차 대전 이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서핑이 부상하면서 서퍼들은 캘리포니아 바다와 해풍으로부터 체온을 뺏기지 않을 셔츠를 찾고 있었다. 펜들턴은 이런 수요에 부응해 보드 숏 위에 입을 보드 셔츠를 내놓았다. 기존의 플래드나 타탄, 체크 등의 무늬는 딱딱하고 정형화된 느낌을 주는 반면 경계가 모호한 옴브레 셔츠는 캘리포니아 바닷가에서 몽환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기에 적합했다.
여기에는 다른 요인들도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워크웨어로 많이 사용되던 패턴 무늬와 구별되는 무늬를 찾았는데 옴브레 체크가 딱 괜찮았다. 거기에 1950년대 방직, 염색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사의 굵기와 염색의 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펜들턴은 버진 울에 그라데이션 효과를 입히는 쉐도 위브 방식을 본격적으로 적용해 기술적 우위와 독보적인 패턴 디자인을 결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옴브레 체크는 플래드 등의 선명한 체크에 비해 원단 표면을 부드럽게 해 드레이핑을 살릴 수 있었다. 체온도 유지하고, 캘리포니아 바다에도 어울리고, 부드럽고 출렁거리는 반워크웨어적 속성도 가지고 있으니 서퍼로서는 딱 좋은 옷이다. 옴브레 셔츠는 서퍼들과 비치 보이스 같은 밴드들이 입으면서 더욱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 다음은 치카노 문화와 만난다. 20세기 중반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 시작한 멕시코계 미국인들은 농업, 공장, 자동차 정비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 계급이었다. 당연히 펜들턴의 울 플래드 워크셔츠를 많이 입었고 다음 세대인 청년들에게도 물려진다. 그러다가 치카노와 스트리트 문화, 로우라이더, 갱 문화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옴브레 셔츠는 정체성 표출의 도구가 되었다.
즉 선명하게 구분된 워크셔츠의 무늬와 다르게 옴브레 셔츠의 흐릿한 경계는 반항적이고 거친 분위기의 상징이 되었다. 단색 셔츠를 입으면 특정 갱단이나 파벌의 색상으로 오인받을 수 있던 환경에서 여러 색상이 그라데이션으로 섞인 옴브레 체크는 중립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스타일적 대안이 되기도 했다.
전 세대와 구분 짓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옴브레 셔츠는 이렇게 기성 세대의 워크셔츠에 반항하는 다음 세대의 방식으로 등장해 왔다. 그게 합쳐진 일면으로 1990년대의 그런지가 있다. 이들은 돈이 없었고 패션에 무심했기 때문에 빈티지 매장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옷으로 전신을 뒤덮은 룩을 만들어 냈다. 시애틀은 춥고 습한 동네고 구제 샵에는 저렴하고 따뜻한 패턴 무늬의 울 셔츠가 넘쳐 났다. 이걸 밴드가 입고, 디자이너가 재해석했기 때문에 플래드, 옴브레, 버팔로, 타탄이 각자 의미를 담고 트렌드를 구성하게 되지만 사실 시애틀에서 시작될 때는 플래드든 타탄이든 옴브레든 그냥 다 중고 매장에서 파는 싸고 따뜻한 체크 셔츠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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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패브릭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 한국판에서는 사라져서 요새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한글 자막은 없지만 레드불 TV라는 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여기(링크)에서 플래드에 대한 Ep.5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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