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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여름의 바지

by macrostar 2026.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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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바지가 고민이다. 뭘 입어도 덥기 때문이다. 한때 청바지 인생, 치노 인생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다 통합한 심플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지만 계절의 파고를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파도의 높이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서 애초에 안될 일이었다. 이렇게 고온, 다습을 싫어하지만 또 고집스러운 바지 라이프의 원칙이 몇 가지 있다. 긴바지만 입고 양말을 신는다. 쪼리 류는 그래서 탈락. 슬리퍼, 슬라이더 류도 발바닥 아파서 안 신었었는데 수영을 다니면서 뮬을 하나 구입해서 종종 신고 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뭐 괜찮은 거 없나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몇 년 전 구입했던 바지가 있다. ease라고 적혀 있는 브랜드인데 상세설명을 보면 easehouse가 이름인 거 같다. 위로 올라가면 오더블류엘이라는 회사가 나오고 화이트프로젝트라는 홈페이지가 나오고 잠원동에 있는 본사 정보가 나오고 그러는데 뭔가 이 브랜드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 거의 없는 거 같다.

 

 

예전에 금강제화 3세라는 분이 런칭했던 oco쇼핑몰이 있었을 때 보세와 도메스틱 사이 쯤 있는 브랜드와 병행수입을 가장한 모조품 이런 게 많았는데 거길 뒤적거리다가 여름에 뭐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리넨 바지 없나 찾다가 구입했던 브랜드다. 이름은 리넨 배기 팬츠인가 그렇고 코튼 55%에 리넨 45% 혼방이다. 당시 테스트로 함께 구입했던 옷이 에잇세컨즈에서 나온 리넨 100% 워크 팬츠도 있었다. 뭐 이유는 다 하나같이 굉장히 저렴했기 때문이다.

 

둘 다 문제가 좀 있었다. 우선 이즈 쪽은 알라딘 팬츠 분위기의 말하자면 몸빼를 리넨 코튼 혼방으로 만들어 놓은 정도의 느낌이었다. 게다가 혼방 특유의 답답함과 까칠거림도 있었다. 에잇세컨즈 쪽은 이즈에 비해면 훨씬 바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워크 팬츠라서 그런지 뭔가 두터웠고 갑갑했다. 두 바지 다 고무줄 조임 방식이었는데 이즈는 딱히 끈을 매지 않아도 그냥 입고 다닐 수 있었는데 에잇세컨즈 쪽은 허리에 밴딩을 넣어놨음에도 매번 끈을 조여야 했다.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트레이닝 복 비슷한 느낌으로 계속 입고 다녔는데 몇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에잇세컨즈에는 다이소에서 허리 고무줄을 사다가 넣었다. 더 이상 입을 때 마다 조이지 않아도 되었다. 이게 착용 빈도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리고 1, 2년 쯤 입으면서 세탁을 반복하다 보니 둘 다 적당히 헐거워지면서 실로 여름에 딱 적당한 바지가 되었다. 여름이 되면 동네 마실을 가든 도서관을 가든 언제든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었는데 하필 둘 다 올리브 색으로 구입을 했었다. 적당한 여름 바지를 찾는 작업 외에 괜찮은 올리브 바지를 찾는 프로젝트가 하나 더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꽤 실수여서 몇 년 간 바지 체제가 꼬였다. 아무튼 이걸 바로잡으면서 올리브 치노 팬츠도 따로 구입을 하게 되었고 동시에 이즈의 배기 팬츠도 네이비 컬러로 하나 더 구입했다. 이게 작년의 일이다.

 

이즈가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브랜드임에도 똑같은 옷을 계속 판매하고 있었다. 찾아보니 지금도 여전히 팔고 있다. 한 번에 워낙 많이 만들어놨던걸까? 계속 팔리니 계속 만드는 걸까? 어디서 팔리는걸까? 이런 부분은 나름 흥미롭다. 아무튼 원래 정가는 6만 3천원이었고 oco에서는 1만 얼마인가에 샀었는데 작년에는 그 정도까지는 안되고 3만원 대에 구입했다.

 

구입 평균 단가가 올라간 게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당할 가치가 있는 지출이었다. 솔직히 3만원 비싸다, 1만원 정도가 만듦새에 적당한 가격이 아닐까 생각이 들긴 하는데 다른 대안을 찾는 비용을 고려하면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올리브 버전은 본전을 뽑고도 남은 거 같다. 네이비는 작년 여름이 끝날 때 쯤 구입한 거라 올해 입어보니 아직은 살짝 빳빳한 느낌이 남아있지만 이 옷도 시간이 흘러서 헐렁헐렁 무엇보다 편한 옷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뭔가 결정이 되면서 안정이 되었을 때가 참 좋다. 물론 시간이 흘러 더 이상 못 입게 되었을 때 이즈하우스가 사라진 상태라면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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