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가 2027 SS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보통 패션쇼를 볼 때, 그냥 매장에 걸려있는 옷을 볼 때도 대게는 그렇지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저렇게 입으면 어떻게 보일까, 저런 옷을 입은 사람이 어떤 공간에 있을까,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같은 소비자의 시각이다. 여기서 더 흥미가 있거나, 아무래도 이해가 잘 가지 않으면 디자이너는 저 옷을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옷을 누가 입으라고 만든 것일까 등등 생산자의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본다.

몸에 딱 달라붙는 룩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번 프라다의 쇼에서 저걸 내가 입으면 어떨까 같은 건 상상하기가 좀 어렵다. 이건 개인적인 특수성이다. 저걸 누가 입을까 하는 걸 생각해 보면 케이팝 아이돌이나 멋을 잔뜩 부린 20대 혹은 아저씨 정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류의 패션쇼를 볼 때는 저걸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걸까,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류의 감상을 떨쳐내기 어렵다.
침착하게 가만히 보고 있으면 패션쇼에 나온 옷은 레트로 패턴 니트, 에크루 데님 재킷, 네이비 블레이저, 레더 보머 등등 다들 익숙한 종류다. 다만 실루엣과 컷, 소재와 비율 등에서 재해석을 했다. 뭐 이번 시즌은 재해석이 좀 재미있었나보다. 팔도 다리도 다 짧다. 계속 서있어야 하는 옷인가? 같은 생각과 에디 슬리먼의 록 룩과 어떤 식으로 벌어지나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비대칭 선글라스를 미래적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런 방식의 재해석을 혁신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보는 시선도 웃기다.
아무튼 패션쇼와 함께 흘러나온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몇 가지 코멘트들이 있다. 우선 미우치아 프라다는 청바지를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번 컬렉션의 목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과장이나 복잡한 소재, 불필요한 디자인에 반대하는 것이죠. 저는 이 시기에 불필요한 디자인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바로 이러한 개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매우 절제된 실루엣", 명료함이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정확하고 직선적인 비율을 강조.
"약간 반(反)장식적이고, 반(反)복합적인 기법과 과장된 형태, 그리고 그 외 모든 불필요한 것에 대한 반(反)개성"
"청바지, 청바지 재킷, 티셔츠는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거나, 크기가 조정되거나, 용도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또한, 옷을 입는 방식이나 특정 아이템을 활용하는 방식은 패션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청바지 재킷은 셔츠가 될 수 있고, 흰색 청바지와 청바지 재킷을 맞춤 제작용 원단으로 만들면 새로운 정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시작할 때, 우리는 지난 시즌에 다양한 아이디어, 다양한 실루엣, 다양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변화를 주자, 완전히 다르게 만들자, 심플하게 만들자'라는 단 하나의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보편적인 오브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프라다는 기존의 옷을 재해석하고 다르게 입는 방식을 제시할 테니 소비자들은 거기서 영감을 얻어 하고 싶은 걸 해봐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렇지만 이번 컬렉션을 선보이며 표방한 불필요한 것들이 제거된 미니멀리즘은 대체 여기서 필요한 게 뭐가 있냐라는 다른 의문을 만들어 낸다. 결론적으로 간단한 레이어와 베이직한 아이템 위에 온갖 디테일만 살아있는 컬렉션이 만들어졌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자신만의 미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추함, 개성,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것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라"고 말한다. 이 말을 새겨보면 이 컬렉션의 의도는 매우 명확하고, 잘 구현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미의 기준을 "자신만의"로 한정한 것도 매우 신중한 태도이자 세계관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교조적 시선이 분명 사람들을 놀리고 있는 거 같다는 의심도 지워버릴 수는 없다. 물론 서로 놀리는 일이 딱히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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