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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단상

by macrostar 2026.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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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라는 책이 있기도 하지만 - 워크룸, 2023)라는 직업이 주목을 받게 된 몇 가지 계기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 가비 아비옹이 클로에라는 브랜드를 만들 때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전체적인 룩을 규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직업으로서 스타일리스트를 정의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옷을 입히고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스타일리스트와 근본적으로 하는 일은 같다. 단지 새로운 옷을 만들어 그 목적을 실현하는 게 약간 다를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칼 라거펠트는 스타일리스트 적인 태도를 가진 디자이너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가 1960년대에 클로에를 맡았기 때문에 실무의 감각과 스타일리스트의 감각이 일찌감치 합쳐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사실 디자이너보다도 스타일리스트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주목받던 시점은 1990년대, 2000년대 사이 쯤이다. 문화가 넘실거리는 와중에 패션과 예술이 거리에서 뭔가 함께 할 만한 그럴듯한 게 없을까 하고 찾던 방황의 시절 독립 스타일리스트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미지 메이킹의 측면이 컸지만 사실 옷을 만들어 대량 생산하기에 부족한 자금력이 이미 세상에 널려있던 무수하게 많은 옷을 가지고 어떻게 자신, 집단 등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심한 결과일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명목 아래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합당화하고 있다. 이런 시절이 또한 스타일리스트, 이미지 메이커 혹은 옷 활용자의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미 세상에 옷은 충분히 많이 있다. 수많은 재료를 가져다가 할 수 있는 것들도 충분히 많이 있다.

 

브랜드 이름과 로고, 새 옷의 반짝거림, 주변 사람들의 관심 집중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중요시 하지 않는다면 빈티지 매장의 셀렉션 같은 태도로 이미지 메이킹 분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의 신제품 사이에 어디선가 찾아낸 빈티지 제품들이 들어서고 있는 지금 시점이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뭔가 해볼 수 있는 때가 아닌가도 싶다. 사실 이런 작업은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브랜드와 다를 것도 없다. 입고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용 오브제를 만드는 것보다 활용 용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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