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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페인터 팬츠, 리벳을 주의하라

by macrostar 2025.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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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터 팬츠와 카펜터 팬츠는 같은 옷이다. 다만 페인터 팬츠는 보통 캔버스로 만들고 카펜터 팬츠는 데님이나 덕 같은 더 뻣뻣하고 튼튼한 옷감으로 만든다. 리벳도 카펜터 팬츠 쪽에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데님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워크웨어 계열은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창작열을 불태우며 새로운 어떤 옷을 만들어 내는 자리가 아니고 주변을 살피고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가며 임기응변적으로 옷을 만들어 내고 그게 꽤 괜찮다면 주변으로 퍼지는 식이라 이런 발전은 우연적이고 우발적이다.

 

 

아무튼 페인터 팬츠의 유래는 시간을 꽤 거슬러 올라가는데 17세기에 영국 선원들은 돛으로 사용하던 캔버스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입었다. 그리고 지역 화가들이 이걸 보고 가져와 입기 시작하면서 페인터 팬츠라는 이름이 붙는다. 또 이 튼튼하고 수선도 쉬운 옷을 작업 현장에서도 가져다 쓰면서 카펜터 팬츠라는 이름도 붙는다. 바지 옆에 붙어 있는 고리는 페인팅 솔을 걸 수도 있고 도끼나 톱을 걸 수도 있다.

 

1970년대에 화가와 목수가 주로 입던 이 바지는 다른 자리를 찾게 되는데 요세미티의 클라이머들이다. 도시를 등지고 인간의 근본인 체력 단련과 자연 속에 파묻히는 길을 선택했지만 히피 컬쳐에서 들고 온 패션 감각은 버릴 수가 없었던 이분들은 낡고 험한 옷, 패션을 도외시하는 패션이라는 새 길을 개척해 냈고 그런 결과 현대 기능성 패션 분야에서 안 끼는 데가 없음.

 

 

이들은 1970년대 보통 울이나 코듀로이 팬츠를 입었는데 공구 상가에서 찾아낸 튼튼한 화이트 캔버스 페인터 팬츠를 암벽 등반에서 입기 시작한다. 여기에 화려한 헤드 밴드, 페이즐리 셔츠 등등과 같이 입는다. 

 

이런 이유로 이 바지의 역사에는 페인터, 카펜터, 클라이머가 함께 하게 되었다. 약간씩은 다르다. 페인터의 역사를 반영한다면 돛 용 캔버스의 밝은 컬러, 가능한 화이트 캔버스 버전으로 가고 이건 클라이머 쪽과 함께 한다. 가공을 한다면 물감을 덕지덕지 칠하거나, 여기저기 찢거나 하는 방법이 있겠다. 카펜터 쪽은 데님과 덕, 리벳이 함께 한다. 톱밥 흔적이나 톱에 긁힌 자국을 넣는다면 더 그럴듯 해 질 거다. 열차 노동자가 생각난다면 히코리나 와바시 데님을 고르면 되고 치노의 초기 역사와 함께 했던 미국 남부 석유 노동자들이 떠오른다면 오일 가공을 하면 된다.

 

다 이런 식이다. 워크웨어의 세계란 괜찮은 거 하나 등장하면 사방에서 가져다 쓰는 세상이고 어떤 옷감으로 어떻게 만들었냐와 함께 맥락이 중요할 뿐이다. 

 

다만 사이드 포켓의 리벳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추운 겨울 날 저 자리에 붙어 있는 리벳은 차게 얼고 허벅지에 닿을 때마다 섬뜩한 추위를 전달하게 된다. 아주 춥다면 동상 비슷한 게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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