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26 SS 남성복 패션쇼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과장과 폭소의 작가주의의 시대가 대충 끝나고 좋은 셔츠와 바지 같은 잘 만든 옷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여기에 프레피. 포인트가 테일러드에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셔츠와 바지 그리고 코트에 있다.
차례대로 디올, 셀린, LV의 2026 SS 남성복.
미우미우가 본격적으로 프레피 룩을 들고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랄프 로렌이 했어야 하는 걸 다른 이들만 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랄프 로렌은 하지 않을 거니까 다른 이들이 하고 있는 거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셀린의 마이클 라이더가 랄프 로렌에 있었다는 것, 퍼렐 윌리엄스가 미국인이라는 것 등 약간의 미묘 포인트들이 재미있다.
과연 이렇게 실용적인 "좋은 옷"의 시대가 온 걸까? 발렌시아가의 커다란 파카나 구찌의 빈티지 티셔츠 같은 난장의 시대는 끝난걸까? 사실 그보다는 비싼 옷 말고 좋은 옷의 가치가 있는 시대인가? 사람들은 좋은 옷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까? 블루 컬러에 은색 스트라이프가 들어 있는 훌륭하게 만든 면 셔츠의 위대함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대량 생산 공산품의 발전 양상을 간과 혹은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방과 신발, 벨트 같은 걸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유니클로에서도 재현은 할 수 있는 룩이기도 한데 저것들은 그토록 잘 만든 거라 럭셔리 패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 만한 파워가 있는걸까. 물론 미우미우의 포플린 블루 셔츠나 디올의 벌 로고 화이트 셔츠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걸 생각하면 모두에게 욕망이 생기는 걸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아마도 올해 K팝 아티스트를 비롯한 많은 셀레브리티들이 입고 나올테니 오래간 만에 보는 면 셔츠에 넥타이, 울 슬랙스 같은 것들이 주는 강한 인상이 뇌리에 박히긴 하겠지.
디자이너들이 꿈과 환상, RT와 좋아요가 아니라 당장 입을 수 있는 점잖고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들어 팔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올드스쿨이 있긴 하겠지만 웰메이드 패션이야말로 2025년에 럭셔리 패션이 제공할 수 있는 환상이 아닌가 싶다.
근데 구글 검색에 나오는 관련 질문은 어떻게 나오는 거야? 내가 평소 검색하는 걸 바탕으로 구글이 만드나? 제미니가 임의로 만드는 건가? 누군가 검색해서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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