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입는 옷으로 특정 브랜드의 구제, 빈티지에 몰두하는 시즌이 있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칼하트 같은 브랜드를 돌다가 최근에는 랄프 로렌이다. 여기에 가끔 리바이스나 갭 등의 특정 제품이 섞이긴 하는데 이건 뭐 계속 돌고 돈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최근에는 랄프 로렌인데 별 이유도 없이 상의는 남성 사이즈 L, 하의는 34가 적혀 있으면 뭐든 그냥 사볼까 싶어진다. 사실 맞는 사이즈는 M에 32 정도인 거 같은 데 작아서 못 입는 것보다 큰 게 낫다는 생각에 꽤 여유있는 버전을 찾게 된다. 아무튼 이런 태도는 약간 문제가 있음.
대강 보면 폴로 피케 티셔츠는 구제로 사는 게 좀 별로다. 상태가 좋은 게 많지 않음. BD 셔츠는 괜찮은 편이다. 아무래도 티셔츠보다는 튼튼하고 잘 안 늘어나는 옷감이라 그럴 거 같다. 바지 쪽은 요즘에 안 나오는 게 꽤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는 영역이다(링크). 이왕이면 옛날 옷 느낌이 창창하게 나는 앤드류나 해몬드 쪽이 좋다. 몇 년 전 쯤 일본 리뷰 보면 나보다 허리 작은 사람이 막 40인치 사다가 입고 다니던데 그런 인생 재미있긴 하겠지만 좀 피곤하다. 마찬가지로 랄프 로렌 BD 셔츠도 XXL 같은 걸 찾고 그러던데 오버사이즈 트렌드의 극단적인 단면 같은 게 아니었나 싶다. 요새도 그런 지는 모르겠다.
재킷 쪽은 흥미진진한 게 많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리바이스 유사류, 필슨 유사류, 엘엘빈 유사류를 랄프 로렌 스타일로 잘 뽑아낸 게 많기 때문에 오리지널로 갈까? 랄프 로렌으로 갈까? 하는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코닉한 옷이라면 가격이 잘 안 떨어지고 애초에 비슷한 옷과 비교했을 때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겨울 아우터 류는 노스페이스의 기능성 옷들이 고어텍스나 그냥 합성 소재 제품을 제외하고는 하얀 가루로 분해되는 절망적 미래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차라리 랄프 로렌이 낫다고 생각한다. 방수 투습 같은 고기능성은 없어도 우산 쓰고 다니면 해결될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코트는 몰라도 한겨울 덕 다운 류는 망설이게 되는 점이 좀 있다.
아무튼 워킹 코트나 코튼 블레이저 류를 여전히 찾고 있기는 한데 딱 마음에 드는 건 못 만났고 그러는 와중에 구제 폴로는 이제 그만하자는 생각이 커지고 있어서 그냥 이렇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대단한 걸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제 그만 사도 되지 않나 싶다. 약간 반성과 회한의 기분을 담아 적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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