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가 타카하시의 2025 SS 쇼룸이 있어서 보고 왔다. 이번 컬렉션의 콘셉트는 ‘시간을 기록하는 장치로서의 옷’이라고 한다. T.T는 변용의 폭이 크지 않은 선택지 안에서 집중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의외의 옷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옛날 미국옷을 복각에 준하게 재해석하고 + 이걸 만드는 제작 과정에 일본적인 장인 문화를 동원한다라는 일관성이 유지된다. 대신 이런 넓지 않은 선택지 안에서의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작은 변화, 새로운 시즌의 선택 같은 스텝이 매우 무겁고 진중하게 느껴진다. 여기에는 컬렉션 전반에 풍기는 교토 느낌도 큰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이번 시즌 옷 중에 관심이 갔던 건 우선 차콜 스트라이프의 셋업. 이건 뉴스보이캡까지 세트다.
1910년대 풍 미국 색 코트에 1940년대 풍 워크 트라우저 셋업이다. 여기에 1940년대 프렌치 워크재킷에서 찾은 솔트 앤 페퍼 스트라이프 데님을 재현한 옷감이다. 색 코트의 경우 작은 라펠과 버튼 간격 같은 오리지널 요소를 남기고 현대에도 무리없게 입을 수 있도록 재해석했고 바지의 경우에도 T.T에서 자주 내놓고 있는 전형적인 예전 미국 옷 스타일이다. 옷감의 경우 여기(링크)에서 약간 더 자세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터프한 생김새와 다르게 부드럽고 오밀조밀한 촉감이 있지만 상당히 두툼하다. 세트로 입으면 즐거울 거 같다.
그리고 1950년대 풍 싱글 레더 재킷. 말가죽이다. 사이드는 이중 포켓에 소매는 골든 베어처럼 가죽 덧댐이 있다. 말가죽은 제작에 1개월이나 걸리는 복잡한 기법을 사용했다는 데 입다보면 서서히 갈색으로 변화하는 경년변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한다. 까끌까끌한 느낌이 나는 스트라이프의 안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페인트 가공이 되어 있는 두툼한 캔버스 소재의 엔지니어 팬츠와 점프 수트, 다양한 버튼 셔츠와 티셔츠 등 여전히 멋진 옷들이 많다. 도금 가공을 하지 않고 녹이 스는 걸 유도하는 철제 버튼, 진흙 염색을 한 가죽 패치, 각종 방식을 동원한 자연 염색 등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하나 아쉬운 건 셔츠류에 사용하고 있는 단추. 옷의 퀄리티와 집중도를 생각하면 조금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 쇼룸은 금세 끝나지만 국내 판매처도 6군데 정도라 하니 접근성은 점점 좋아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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