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온도가 단계별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 중간 단계의 옷을 갖추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20도였다가 18도, 15도, 13도, 10도 이렇게 떨어져서 중간에 대비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제는 20도, 내일은 10도 이런 식이다. 티셔츠랑 패딩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님. 아무튼.
이런 류의 도표가 상당히 많은데 물론 유용하다. 하지만 적용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이건 최근 날씨. 보면 5도 15도, 7도 16도 등 하루에 10도 정도 일교차를 보인다. 동시에 최저 기온이 일주일 사이에 2도까지 떨어졌다가 10도까지 올라간다. 중간에 19도까지 올라가는 날도 있다. 예컨대 이런 날씨에 한겹 코튼 트렌치 코트를 입으면 아침에는 춥고 낮에는 덥다. 고장난 시계가 하루에 두 번 맞듯이 코튼 트렌치 코트는 7도에서 16도로 올라가는 어느 순간과 16도에서 7도로 내려가는 어느 순간에만 적당한 옷이다.
맨 위 옷차림 표를 봤을 때 하루에 3단계 정도를 오가고 일주일 사이에 최저 최고가 3단계 정도를 오르내린다. 중단 단계를 선택하는 건 의미가 없다. 위 트렌치 코트 같은 케이스가 된다. 예전에는 이런 환절기에 챔피언 리버스 위브 같은 두꺼운 상의에 얇은 바람막이를 입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트렌치 코트와 비슷하다. 최근에는 차라리 반소매 티셔츠에 칼하트 레인 디펜더 집업 같은 두꺼운 아우터를 입는 게 나은 거 같다. 낮에는 아예 시원하게, 밤에는 아예 따뜻하게. 근데 이것도 10도-20도를 오고갈 때 이야기고 2도-14도, 7도-15도는 약간 달라진다.
현장 투입 상태로 대기중인 니트. 하지만 그저께는 울 스웨터에 바이스윙 재킷을 입었는데 더웠다. 어제는 그 정도 가지고는 추웠음. 최근 몇 년 동안 너무 플리스 류 합성소재 덩어리와 스웨트셔츠 류 코튼 덩어리만 입어온 거 같아서 올해는 울 스웨터를 좀 입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을 보면 가장 추운 상황에 맞춰 옷을 입는 사람이 있고, 가장 더운 상황에 맞춰 옷을 입는 사람이 있는 거 같다. 예컨대 요즘 같은 날씨에도 낮에 더워서 갑갑하니까 티셔츠를 입거나 밤에 추워서 떨리니까 패딩을 입거나 하는 식. 이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아무튼 대 날씨 의복 전략에 에너지를 쏟는 게 약간 억울하긴 하다. 날씨가 온화하고 일정하면 별 생각없이 내일을 맞이하겠지. 막상 그렇게 되면 그것도 문제긴 하다. 약간 춥게 입고 내키면 살짝 뛰는 게 가장 효율적인 거 같다는 생각을 최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갑을 가지고 다니고 따릉이를 타는 것. 손이 지나치게 차가워지면 위기 상황 대처가 느려진다. 주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