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재킷은 M65와 그 비슷한 필드 재킷 류면 됐다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지구 온난화와 여타 등등의 문제로 BDU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약간 더 얇은 게 쓸모가 많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 BDU는 분류하자면 셔츠에 가까운 옷이지만 아우터로 활용이 가능하다. 일종의 셔츠-재킷, Jac-Shirt라 하겠다.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이쪽도 시대 분류가 좀 있다. 그걸 알게 된 건 Waiper가 라쿠텐에서 미군 BDU 중고 버전을 파는데 초기형, 중기형, 후기형 분리해서 팔고 있다. M65에 비하자면 이쪽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찾아봤다.
맨 위부터 차례대로 초기형, 중기형, 후기형이다. 염색 상태라든가, 낡음의 상태라든가 이런 건 옷 상태 문제니 관계 없는 이야기고 주의깊게 봐야할 건 칼라와 커프스의 형태다. 이외에도 다른 부분이 좀 있기는 함.
일단 BDU가 뭐냐 하면 배틀 드레스 유니폼인데 영국군 쪽에서는 BD, 배틀 드레스라고 썼었다. 간단히 말해 전투복이다. 사실 BD가 만들어진 계기를 보면 예전에는 그래도 좀 갖춰입고 싸웠는데 무기가 발달하면서 진창에서 구르고 숨고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막 입는 옷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미군의 BDU는 1980년 혹은 1981년에 처음 나왔다. 코튼 50%에 나일론 50%가 다수지만 가끔 코튼 100% 버전 같은 게 보이기도 한다. 이게 연대별 구분은 아닌 거 같고 필요에 따라 나온 게 아닌가 싶다.
* 일단 초기형
1981년부터 1984까지 나왔다. 이때는 콘트랙트 넘버가 DLA이던 시절이다. DLA 100-83-C-0408 이런 거 적혀있는데 83이 생산년도다. 아마도 초기형. 하지만 변이가 좀 있으니 그런 건 고려하면 된다. 아무튼 초기형은 칼라가 크다. 이걸 엘비스 칼라라고도 한다. 가슴주머니가 중기형에 비해 약간 작다. 그리고 커프스 고정 단추 탭이 작다. 위 사진에서 첫번째와 마지막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 중기형
1984년부터 1995년 정도까지 나왔다. 1994년에 콘트랙트 넘버가 DLA에서 SP0 혹은 SPO로 바뀐다. 클린턴 정부 때 군사 예산 삭감의 문제라고 한다. 처음에는 SPO였다가 1년 쯤 후 SP0으로 바뀌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 이런 부분은 M65 등에서도 비슷하게 만날 수 있는데 예산이 통과되고, 제작에 들어가고, 옷이 나오고 하는 사이의 텀이 있기 때문에 막 시간별로 딱딱 떨어지는 건 아니다. 적어놓고 파는 사이트에서도 O와 0을 헷갈리고 마음대로 적어놓은 게 많다. 그냥 참고만 하면 된다.
아무튼 중기형부터 트윌 버전과 립스톱 버전으로 나뉜다. 트윌 버전은 약간 추운 데서 입으라고 나왔고, 립스톱은 약간 더운 데서 입으라고 나왔다. 양쪽 다 매력이 있고, 또한 동시에 질리게 하는 면도 있으니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한동안 거의 모든 종류의 옷에서 립스톱에 빠져있었는데 요새는 그 네모네모 페이딩에 약간 질렸다.
소매 탭이 여러 형태가 있으니 중기형이 왜 이렇게 생겼어 할 필요는 없다. 초기형과 비교했을 때 칼라는 약간 작아지고 주머니는 약간 커졌다. 그리고 등 뒤 쪽을 보면 허리 조정 어드저스트가 있다.
이게 거의 중기형만 있다는 거 같다. 이 부분은 단조로운 뒷면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살리는 밀리터리 패션 제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 마지막은 후기형.
중기형과 거의 비슷한데 허리 스트랩이 빠졌다. 그리고 소매 스트랩 부분이 몇 가지 방식이 있는 듯 하다. 위 사진을 보면 중기형의 소매 스티치 폭이 좁아 보인다.
이외에도 시기에 따라 라벨 차이 뭐 이런 게 있는데 이런 부분은 옷을 입을 때 차이라기 보다는 구경할 때 차이다. 꽤 오랫동안 여러 지역용으로 만들어진 옷이라 변이가 꽤 많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다.
또한 중앙 지퍼에서 위로 올라가는 스티치 모습이 다르다. 위 사진을 보면 첫번째 초기형은 지퍼 양 옆의 스티치가 예전 워크재킷처럼 칼라 바깥 쪽으로 퍼지는 형태다. 아래 중기형과 후기형은 일자 형태다. 이게 안 쪽 천 처리를 다르게 만든다.
위 사진은 여기(링크), BDU 초기형에 대한 설명을 해 놓았는데 참고. 아무튼 위 사진을 보면 바깥 스티치의 모습이 왜 다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이즈가 미묘한데 M65가 있으니까 BDU는 숏 버전으로 가고 싶었다. 작은 칼라 좋아하고 BDU에 웨이스트 어드저스트 좀 군더더기 같아서 후기형 쯤을 찾아봤는데 문제가 좀 있었다. 웨이퍼 판매 페이지에 나와 있는 위 표를 보면 왼쪽부터 총장, 가슴폭, 어깨폭, 팔 길이인데 라지 쇼트는 총장 74cm에 가슴 64cm, 팔길이 62cm고, 라지 레귤러는 총장 78cm에 가슴 64cm, 팔길이 64cm라고 적혀 있다. 총장이 4cm 짧은 건 그렇구나 싶은데 팔이 2cm 짧다.
마침 트윌 버전 판매하는 곳이 있길래 가서 입어봤는데 역시 팔이 짧다. 이를 기회로 나는 재킷으로 활용할 생각이면 팔 길이가 64cm는 되야 한다는 걸 알았다. 62cm 이상하고 어색해. 레귤러 78cm는 역시 길다. 필드 재킷 분위기가 너무 난다. 결론은 총장 74cm에 가슴 64cm, 팔길이 64cm가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건 없다. 그런 이유로 접게 되었음...
BDU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다. 로스코 같은 데서 나오는 것도 있고 무신사 스탠다드에서도 나온다. 생각해 보니까 유니클로에서 정글 퍼티그나 필드 재킷 말고 오리지널 BDU처럼 생긴 걸 내놓은 적이 있었나. 기억에 없네... 훌륭하고 좋은 브랜드에서도 많이 나온다. 로스코만 해도 컬러나 패턴도 다양하니 이것저것 시도도 해 볼 수 있다. 다만 5만원 쯤 했던 거 같은데 요즘은 79000원이다. 미국 옷이라 그런가.
미군 방출품의 경우 가격 문제가 좀 있는데 위 웨이퍼의 판매 가격을 보면 초기, 중기, 후기 3960엔이다. X 스몰처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사이즈는 2300엔. 아무튼 한국 돈으로 36000원 정도. 미국에서도 20불, 25불 정도 선이다. 국내의 경우 아주 낡지 않고 그럴 듯한 정도면 대략 4만원 이하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싶다. 데드스톡이면 모르겠지만 그거보다 높으면 다른 옷 사는 게 낫다. 하지만 찾아보면 들쑥날쑥이긴 해도 뭔가 살짝 높아진 분위기가 있기는 하다. UFO가 쳐들어와서 강제 징집 당했는데 자기 군복 미군 거로 사서 입고 오라는 게 아니면 그냥 관두는 게 낫지 싶다. 90년대 말에 한정적으로 나온 소위 블랙 357이라고 하는 블랙 BDU 같은 건 약간 비싸게 거래되는데 이건 한정판 치고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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