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옷이라는 건 멋진 옷, 좋은 옷과 딱히 큰 연관관계는 없다. 오래 전 대부분의 옷이 엉망진창이던 시절 잘 만든 옷이라는 건 다른 옷과 차별되는 옷이었고, 그 정도 품을 들인다면 멋진 디자인 같은 것도 반영하고 그랬을 거기 때문에 잘 만든 옷이 멋진 옷이라는 상관관계가 작동을 했다. 하지만 의복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상관관계는 더 이상 필연적일 이유가 사라졌다. 간단히 생각해도 엄청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는 옷이 있을 수 있고, 대충 만들었지만 매력이 넘치는 옷이 있을 수 있다. 이건 멋지고 좋은 옷이라는 개념이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션에서 톱 - 다운 방식의 미감 전파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여타 대중 문화에서도 비슷하다. 대자본을 투입한 초대형 프로젝트와 유튜브에서 혼자 떠드는 것 중 어느 게 더 재미있냐는 건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다. 둘 다 각자의 재미가 있다. 그저 노래를 잘 한다고 훌륭한 아이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판단의 잣대를 한정하고 있으면 많은 매력을 놓칠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잘 만든 옷은 매력적인 옷이 될 가능성을 지닌 부속물 중 하나일 뿐이다. 잘 만들었다고 오래 가는 것도 아니다. 사실 쓸데 없는 거 다 빼고 아주 단순하게 생기면 오래 가는 건 문제가 없다.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걸 마케팅의 포인트로 삼을지 말지는 브랜드의 선택 사항이다. 딱히 필요도 없고 브랜드의 이미지에 혼란만 만드는 데 불필요하게 강조할 이유는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