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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유치리

by macrostar 2010.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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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라도 좋으니 여기가 아닌 곳에 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후배넘이 홍천 유치리나 한번 가보자 하길래 따라갔다 왔다. 사실 우중충할 때, 어딘가 비관적일 여행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냥 잠시 잊어버릴 뿐이다.

여행이든, 술을 마시는 거든 이런건 기분 좋을 때 해야 더 신난다. 그래도 이런게 대책없이 마냥 지속되고 있다면 전환이 필요하다. 걷는 건, 부실한 컨버스 때문인건지 아니면 급작스럽게 너무 걸었기 때문인건지, 요새 무릎이 좀 안좋다. 심각한 건 아닌데 그냥 길을 가다가도 힘이 빠지며 살짝 휘청거릴 때가 있다. 온천이라도 가야되나. 어쨋든 그래서 괜찮은 워킹화나 조깅화를 구입할 때 까지 좀 조심할 생각이다.

청춘불패의 완전 팬, 최고 이런 건 아니지만 잘 보고 있다. 특히 떠들석한 아이돌 들에 비해 풍경은 상당한 산촌 분위기다 싶은 생각이 들어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기도 했다. 홍천 어딘가 개인 소유의 은행 나무 숲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단풍 따위는 상관없으니 숲이라면 마냥 좋다) 너무 늦어버려서 거긴 못갔다.

 

 

양평에서 홍천으로 넘어가는 길, 그러니까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도가 바뀌는 순간은 참으로 인상깊다. 딱히 큰 강이나 산같은 자연적인 단절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어지는 산 사이에서 임의로 줄 하나 그어놓은 건데 산의 모습이 바뀌고, 동네의 풍경이 바뀐다.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문에서 그 음침한 오스트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이태리로 넘어가는 순간, 말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풍경이 바뀌고, 날씨가 바뀌고, 해가 갑자기 찬란해지고, 하늘이 갑자기 푸르러지는 드라마틱함을 묘사한 적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하여간 순식간에 많은게 바뀐다.

 

일단 유치리, 정확히는 유치2리라는 곳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시골이다. 산골 동네에 강원도 특유의 촘촘한 산들이 사방에 널려있고, 그 사이에 논과 밭 그리고 낮은 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떻게 찾아냈는지 신기하다. 촬영이 없는 날이었지만 그래도 몇 분이 구경와 사진도 찍고 하고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았고, 너무나 조용했다.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다니.

푸름이, 유치, 찬란 같은 TV로 보던 동물들은 사람의 손을 너무 탄건지 애정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소도 개도 모두 사람이 다가오길 희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정기적인 떠들썩 함에 익숙해져 있는게 아닐까 싶다.

 

 

얼굴은 수줍음많고 우울해 보이는데, 생각보다 사람 좋아하고 촐랑대는 놈이었다. 이런 짧은 여행도 휴유증이 남는다. 어디라도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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