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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구찌, 크루즈 2025, 사바토

by macrostar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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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명확한 이미지다. 여기서 명확한 이미지라는 건 고정된 이미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 어필할 것인지,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멋지다고 여길 것인지를 제시하고,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 트렌디한 방향 같은 게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트렌드를 쫓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거대 브랜드라면 때때로 트렌드의 방향을 휘어버릴 정도는 되어야 한다.

 

구찌가 알레산드로 미켈레에서 사바토 드 사르노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하면서 상당히 큰 폭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 했다. M과 Z, 유럽 바깥 특히 아시아, 성 다양성에 대한 어필에서 기존 럭셔리의 팬에 대한 어필로 이동했고 그건 아마도 콰이엇 럭셔리 트렌드 같은 스트리트 패션 이후의 모색, 경제 규모의 축소와 함께 옷에 대한 실험적 소비를 줄이고 있는 M과 Z세대 등의 시대 흐름과 연관이 있을 거다. 또한 톰 포드 시절의 제트세트 등 기존에 구찌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계승하는 거기도 했다. 

 

 

위 사진은 뉴욕 타임즈(링크)

 

분명 이건 젠더리스나 불분명한 문화 경계, 성 경계에 대한 패션은 아니다. 뭐 2024년의 시점에서 보자면 시대착오적인 느낌, 굳이 왜?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왜 저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이성적 이해 정도는 가능하다. 이왕 하려는 거 그걸 잘 못하는 게 문제일 뿐이다. 들리는 소식은 줄어든 매출 이야기 뿐인 상황에서 얼마 전 런던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극단적이고 반대적인 것들 간의 조화, 이탈리아와 영국, 이브닝 웨어의 일상복으로의 재해석, 영국 적인 것에 스며든 이탈리아 적인 모습. 스탠스는 비슷하지만 분명 더 요란해졌다. 데님 풀오버와 스웨이드 블레이저, 이브닝 원피스와 플린지 슬립 드레스 등 속에서 매장에 간 M과 Z세대, X와 베이비 부머까지 다들 각자 마음에 드는 걸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소의 지점은 더욱 모호해졌다. 더 나은 데님 풀오버와 그에 어울리는 세계관이 다른 곳에 있고 더 나은 슬립 드레스와 그에 어울리는 세계관이 다른 곳에 있다. 

 

 

그러는 와중에 홀스빗과 팜 하니, 외국인들이 특히나 사랑하는 듯한 서울 골목의 레트로한 간판 더미는 멈추지 않는다. 물론 가방도 훌륭하고 GG 스커트와 벨트도 훌륭하고 팜 하니는 멋지다. 백화점 매장 바깥에 걸려있는 얼굴만 나와있는 듯한 커다란 사진의 박력도 좋다. 하지만 그래서 (아마도) 위 세 개의 사진에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을 새로운 구찌가 제시하려는 멋진 신세계란게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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