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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매킨토시 러버라이즈 코트 이야기

by macrostar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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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매킨토시를 몇 벌 가지고 있는 분이 한 명 있어서 얻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경험치를 늘려보고 있었다. 그중 두 개의 코트 이야기. 사실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링크)에 올린 김에 겸사겸사. 예전에 여기에 좀 쓰던 괴상한 옷 이야기의 연장선이기는 한데 그건 조금 더 괴상한 옷을 만났을 때 살리기로 하고.

 

인스타에 올렸던 건 이거.

 

 

 

 

왼쪽이 매킨토시 + 하이크 콜라보의 체스터 코트(이하 하이크), 오른쪽은 매킨토시의 코튼 발마칸 코트(이하 매킨토시)다. 얘네는 라벨이 극히 부실해서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한 모델명이 있는지 그런 건 알아내기가 어려움. 그런 자잘한 정보 대신 세탁하면 안되!를 크게 붙여놓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브랜드다. 

 

참고로 매킨토시 필로소피라고 있는데 이건 버버리 코트 만들던 산요 코트에서 버버리와의 라이센스 계약이 끝난 후 주력하고 있는 매킨토시의 서브 브랜드다. 산요 코트도 참 대단한 회사다.

 

문제가 뭐냐면 하이크 쪽이 정말 두텁고 딴딴하고 잘 접히지도 않는 괴상한 재질이라는 거다. 칼하트 워크웨어 덕 버전 처음 입었을 때 움직일 때마다 옷 전체가 덜렁거리는 것과 비슷함. 코튼 + 러버라이즈라는 매킨토시의 기본 덕목이긴 한데 내부가 상당히 두껍다. 입고 움직이면 "철갑을 두른 듯~" 가사가 절로 생각나는 그런 옷이다. 이걸 정말 입으라고 만들었을까 라는 게 의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확보한 매킨토시의 기본 레인 코트는 하지만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든 당사자는 하이크 쪽이라는 결론이 난다.

 

 

공개 당시 체스터 코트의 모습. 가운데. 이게 브라운, 블랙, 블루 세 가지 버전으로 나왔는데 브라운과 블랙은 코튼 100%이고 블루는 코튼 리넨 혼방이다. 위 사진 보면 세 가지 타입의 직물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아마도 하이크 쪽에서는 위 사진 가운데에서 볼 수 있는 저 모습 그대로 고정시키는 방법을 연구한 게 아닐까 싶다. 바람 따위에, 인간의 움직임 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딱 저 모습으로 고정될 수 있는 최소의 두께. 그러므로 아마도 몸도 저런 사람이 입어야만 의도한 콘셉트에 다가갈 수 있을 거 같다. 뭐 패션 디자이너라면 언젠가 저런 생각을 한 번 쯤은 해볼 거 같기는 하다. 보통 저렇게 인간을 무시한 옷을 만들고자 하면 아이리스 반 허펜의 3D 프린팅 드레스 같은 거에 접근하겠지만 하이크는 멀쩡하게 생겨서 전혀 그렇지 않음을 노렸다는 점에서 반전이 있다.

 

 

이 옷은 사방이 접착제인데 원래 매킨토시 코트의 유연성이 없기 때문에 움직임에 약간 취약하다. 섬유용 접착제 발라서 붙이면 잘 붙어 있음. 플라스틱 모델을 수선 보수하는 느낌이 든다.

 

날씨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옷은 한반도에서 입을 수 있는 타이밍이 별로 없는데 그 점은 코트류, 가죽류가 당면한 현실과 비슷하다. 추운 최고 기온에서 더운 최저 기온으로 4월 어느 날을 기점으로 너무나 빨리 치솟고 이 변화가 점점 더 드라마틱해지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잡기 상당히 어렵다. 아무튼 이런 정도가 예상인데 언젠가 만든이의 변 같은 걸 들어보고 싶기는 하다. 이에 비해 매킨토시의 울 코트는 아무래도 사용 가능 시간이 더 길다. 부드럽고 가볍고 푹신푹신하고 따뜻한 아주 좋은 옷이다. 그렇지만 매킨토시는 러버라이즈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혹시 매킨토시 코트에 관심을 가지다가 하이크 콜라보의 체스터 코트를 만나게 되었다면 굉장히 단단하다 - 매킨토시가 다 그런 건 아니다 라는 사실을 좀 아시고 약간 주의를 하시라 하는 의도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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