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옷의 즐거움

중고, 빈티지, 의류

by macrostar 2024. 2. 23.
반응형

확실히 중고 옷 시대가 도래를 한게 현대 백화점에 빈티지 매장이 들어섰다고 약간 놀란 게 엊그제 같은 데 이제 이건 흔한 일이 되었다. 성수동, 홍대와 망원동, 서촌 등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발에 치일 만큼 빈티지 매장이 많다. 개인간 거래도 많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아직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콘셉트를 만들어가거나 하는 곳도 있다. 빈티지 매장은 편집샵의 역할과 아카이브의 역할, 컬렉터의 역할 등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긴 하다. 

 

 

아무튼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당연하게도 가격이 옷을 구매해서 입는다는 일반적 상태에서 낮아지면 초과 수요가 생겨난다. 그러면 개인 관점에서 봤을 때 쓸데없는 옷이 많아진다. 게다가 중고 옷 구입은 처음에 시행착오가 좀 있기 마련이다. 이게 문제라는 관점이 많기는 한데 그렇다고 패스트 패션 매대에서 소비하는 것보다는 낫다. 적어도 세상의 옷이 더 늘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쯤에서는 사라져서 연료가 되거나 해야 할 옷이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도 생각해 볼 만 하다.

 

그러므로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여러 사이트와 매장에 매일같은 새롭게 등장하고 하나 밖에 없는 중고 의류는 약간 중독성이 있다. 매일 같이 뭐 새로운 거 올라온 거 없나 구경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필요없는 걸 사게 된다. 판매자를 위한 어드바이스라면 그 중독성을 이용해야 한다. 매일 비슷한 시각 제품을 잔뜩 올리고, 품절된 제품의 게시를 남겨놓고, 불규칙한 할인 등을 통해 소비자를 중독시키고, 조급하게 만들면 된다...

 

아무튼 왜 중고 옷을 구입하는가. 나 같은 경우에는 이제는 구하기가 어려워진 옷을 찾을 때 쓴다. 현행품이 나와있거나 충분한 대체재가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 저렴을 표방한 중고 의류의 경쟁자는 패스트 패션이다. 거기에 겨울 보온복처럼 필수로 입어야 하지만 비싼 경우 중고 옷 거래를 노려볼 만 한데 이쪽은 시행착오와 호기심이 결합해서 좀 많이 가지게 되었다. 이런 게 문제인데 보온이 목적이라면 아울렛 같은 데서 잘 골라보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기 만의 원칙을 가지고 가는 게 좋다. 중고 옷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원칙이 딱히 없는 소비가 문제다. 언제나 문제는 사람.

 

일부러 낡은 옷을 사는 거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마음이 있다. 예컨대 칼하트의 덕 워크웨어나 프렌치 워크 재킷 등의 경우 중고 옷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 직접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낡음을 재현하는 건 새로울 게 없는 일이다. 데님 분야에서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프라다도 이런 옷을 내놓는 시대이긴 하다. 하지만 자기가 뭘 사는지, 뭘 추구하는지, 어떤 패션 라이프를 일궈나갈 생각인지 같은 건 적어도 한 번 쯤 생각해 볼 만 하다. 합당하다면 지출을 하고, 자신의 패션 세계 속에 집어 넣어 잘 살아가면 되는 일이긴 하다. 주인을 떠난 옷, 아틀리에의 기술자 손을 떠난 옷에 대해서는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지 말고 적당히 거리감을 가지고 대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이야기가 잠깐 다른 데로 흘렀는데 아무튼 중고 옷을 사는 것도 소비다.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해변에 버려져있는 콜라캔 주워서 버리는 것 처럼 지구 환경에 미치는 효용이 있긴 할텐데 도움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정적인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중고 옷을 가져다 입는다고 소멸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옷의 끝마침을 언젠가 누군가는 해줘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책 일상복 탐구(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