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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패션이 시대 이야기 5, 지속 가능한 패션

by macrostar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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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경우 들춰볼 만한 책의 소개.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말은 사실 모순적이고 실현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병치가 되는 단어의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건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뭐든 그러하듯 트렌드의 하나로 존재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삶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예컨대 트렌드로 존재하는 쪽은 이건 그냥 멋지기 때문에 입는 것 중 하나고 그걸 보고 따라하는 식이다. 삶의 방식의 경우 현대 문명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다. 아주 쉽게 극단주의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걸 어떻게 하긴 해야 하는데 두 가지 정도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이게 멋지게 보이는 것. 셀레브리티나 인플루언서가 재산 증식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선보인다고 해도 뭐 따라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쁠 건 없다. 대부분의 경우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만들어진 패션이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있긴 한데 그냥 아무 말 없이 나오는 것과 비교해 보자면 환경에 미치는 해약이 -100대 -80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20정도는 이익이다.

 

하지만 멋지게 보이는 건 다른 측면이 있는데 예를 들어 낡은 옷, 리페어 옷이 세간의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예를 들어 방송이나 시상식, 공적인 자리, 잘 보여야 하는 자리에 낡은 옷을 입고 나가든가 하면 저항이 있다. 심지어 예의 없음이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도 높다. 그러므로 이건 사회적 시선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그 시선은 아 저 사람은 저런 걸 입었구나에서 조금도 더 나아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다. 이건 일상복 탐구(링크)나 패션의 시대(링크)에서도 했던 이야기지만 실현이 가능할 거 같지는 않다. 지금의 흐름으로 보면 인류가 망하는 게 빠를까 이런 인식이 정착하는 게 빠를까 하는 점에 대해 확신이 없다. 그럼에도 나아가야 할 방향, 견제해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얼굴평, 몸매평에 대해서는 그래도 견제와 반성의 태도를 종종 볼 수 있는데 타인의 옷평은 나아질 기미가 크게 보이진 않는다.

 

또 하나는 이게 재미있는 것. 옷을 오랫동안 입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고, 관리하며 입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는 거다. 사실 이쪽이 실현 가능한 쪽이긴 해서 이런 방면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만약 사람들이 모두 오래 입는 것만이 좋은 일이라 여기고 모피가 그러했듯 새옷을 사는 사람에 대한 테러와 린치가 가해지는 세상이 온다면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관련 산업이 망해 나가 떨어지게 된다. 과연 지속가능성은 누구를 위한 일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물론 오래 입는 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실력 좋은 수선점과 세탁소를 근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리페어의 결과물에 신상 패션을 보듯 감탄을 하는 정도의 문화가 자리를 잡는다고 해서 위 문단에서 말한 걱정거리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추진하고 나아갈 만한 일이다. 참고로 나보고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왜 입고 다니는 옷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뭐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각각의 아이템이 나름은 고심 끝에 결정되고 조합된 거고 방향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말씀을 잠시 전해 드리며...

 

함께 읽어볼 만한 책들, 이곳 사이트에서도 몇 번 다룬 것들도 있다.

 

 

리페어 컬쳐. 옷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고쳐 입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모여 있다. 소규모 커뮤니티 지향, 우리 서로 정답게 같은 이상주의적인 면이 있다는 걸 간과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뭐든 고쳐 입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완비 측면에서 새겨들을 만 한 이야기들이 있다. 국내에서도 구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수리소, 주민센터에서 빌려주는 전동 드라이버 등 공구가 있는데 비슷한 예라 하겠다.

 

 

 

이건 번역본이 없음.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팔리진 않을 거 같아서 부정적인 의사를 개진했음. 하지만 혹시 나왔을 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재미있는 책임. 이 책을 통해 눈여겨 볼 부분은 스웨트샵 문제. 지속 가능성이 아무리 실현 불가능한 이상일 뿐이라 해도 부당 노동, 스웨트샵, 현대적 노예, 인종적 박해 등에 기반해 만들어지고 있는 옷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게 현대 사회와 아주 끈끈하게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해결되기는 아주 어렵다. 

 

비슷한 예로 희토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게 반도체의 핵심적인 재료이다. 희토류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가공할 때 환경 오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같은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이 말은 뭐냐면 세계가 비용과 오염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이걸 막고자 하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 그러면서도 환경 오염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가격이 오른다. 이제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스마트폰, PC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고 그게 전체적으로 보면 더 큰 비용이 될 수 있다. 비슷한 흐름이 패션 전반에 걸쳐있다. 원단을 어디서 만드는가, 단추와 지퍼는 누가 달고 있는가, 염색과 세탁은 어디서 하고 있는가 등등을 생각해 보면 된다.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할 분야다.

 

 

 

낡은 것들의 힘. 음식에 추억을 가지지 말라는 말처럼 옷에 추억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뭐든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하고 모두 다 내려놓고 다음을 향해 가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확산되는 건 낡은 옷이 내는 특유의 아우라가 꽤 그럴 듯하고 폼이 나는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외에도 드레스 윤리학이나 지구를 살리는 옷장 등의 책도 추천.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거나 쓰는 것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일반 사용자가 전문가나 운동가처럼 지나치게 매달리지도 않아야 이 운동 자체가 지속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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