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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언더커버 2024 FW, Wonderful and Strange

by macrostar 202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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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의 2024 FW는 약간 뜬금없게도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와의 콜라보다. 왜 갑자기 이제와서 트윈 픽스인가 싶기는 하지만 원래 그렇게 뜬금없는 게 인간의 상상력, 혹은 기획력이기도 하다. 나만 해도 몇 년 전에 문득 생각이 나 트윈 픽스 시리즈를 정주행한 적이 있다. 그때 트윈 픽스를 정주행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영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트윈 픽스의 Laura's Theme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설명해 준다. 2022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트위터에 이런 이야기를 올렸던 기억이 있음. 유튜브의 추천 영상 같은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결국 기억의 우발적 재구성에 기반해 이뤄진다는 생각에 조금 더 확신을 준다. 창조력이 인간만 할 수 있는 고유 특징이라고들 하는데 AI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인간의 행동 중 AI가 어떻게 할 지 아직 상상히 잘 안 가는 거라면 비논리적 우기기나 심술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함. 물론 AI의 창조성 고양을 위해서라면 우연성과 뜬금없음의 비중이 약간은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리 기반 80에 비논리 20 정도 비중으로 잡다한 기억을 믹스해 꺼내 올리는 게 재미있는 결과를 향한 좋은 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언더커버의 2024 FW는 트윈 픽스다. 컬렉션은 트윈 픽스의 데일 쿠퍼 형사의 대사 "I have no idea where this will lead us, but I have a definite feeling it will be a place both wonderful and strange.”(이게 날 어디로 끌고 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멋지고 이상한 곳일 거라는 확실한 느낌이 든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컬렉션의 제목은 원더풀 앤 스트레인지다.

 

하지만 패션에서 홍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직접적인 모티브를 활용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향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해도 너저분함, 잡다함을 피하기가 어렵고 특히 유명한 작품이라면 기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거기에 압도되기 마련이다. 마니악한 팬덤도 옷을 저렇게 입고 다니지는 않을 거 같은데.

 

 

흥미를 끌었던 건 이런 부분. 상당히 옹졸해 보이는 핏의 셋업에 자잘하게 올려진 자수, 뜯어진 실밥. 이건 조금 더 나아가면

 

 

이렇게 된다. 여기까지 가는 건 약간 뇌절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만들던 사람이 Stop Making Sense 같은 게 갑자기 생각난건가 싶은 재미가 있다. 머리가 흐르는 데로 가는 걸 원초적인 패턴은 일종의 본능이다.

 

 

 

 

 

뭘 입어도 트윈 픽스 마니아로 보이는 걸 피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진중한 분위기다. 그리고 데일 쿠퍼는 더블 브레스트 트렌치 코트인데 색만 가져왔다. 컬렉션을 보면 전반적으로 주인공의 룩이 아님. 그리고 스트레인지 데이스 캠페인과 비슷한 황무지 - 추위 느낌이 나는 건 약간 아쉽다. 트윈 픽스의 모호함을 더 키울 수 있다면 좋았을 거 같은데 그러면 옷에서 벗어나야겠지. 아무튼 준 타카하시는 오늘도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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