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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면을 활용하는 데는 돈이 든다

by macrostar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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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가지고 여기저기 활용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팔을 떼어내면 베스트가 되는 다운,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역할을 맥시멈까지 끌고 가는 건 재미있다. 예를 들어 패딩 위에 결합되는 방수 쉘. 비와 바람도 막고 보온력을 배가 시켜준다. 즉 이건 패딩이나 쉘의 기능성을 조금 더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패딩과 결합되는 쉘 이 둘 만 있으면 될 거 같지만 이야기는 이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노스페이스 결합 지퍼가 있는 쉘 M 사이즈를 산다. 잘 입고 다닌다. 결합 지퍼가 있으니 안에 뭘 붙이고 싶다. 패딩 M을 산다. 합쳐서 입으니 좋다. 입다보니 M이 작다. 쉘 L과 패딩 L을 찾아다닌다. 패딩 L을 샀는데 결합 지퍼 방향이 반대다. US 제품과 한국, 일본 제품이 반대로 붙어 있다. 깨달음을 얻는다.

 

이렇게 해서 US 쉘 M, US 패딩 M, 일본 패딩 L을 가지게 되었다. US 쉘 L을 사고 US 패딩 L을 산다. US 쉘 M과 US 패딩 M은 단독 착용용이 된다. 일본 패딩 L을 놀릴 수는 없으니 일본 쉘 L을 구한다. 단독 착용용이 필요한가? 필요없다. 그렇다면 왜 있냐. 이런 이유다.

 

이제 굳이 US 패딩 M을 입을 필요가 없어졌는데 이걸 가지고 있던 울 코트 안에다 입으니까 괜찮은 거 같다. 오호라. 새로운 실험 단계가 등장했다. 하지만 입다보니 울 코트가 약간 작은 거 같다. 그래서 더 큰 울 코트를 구한다. 다운 패딩을 입으니 털이 빠져서 달라 붙는다. 울에얽히면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울 코트와 다운 패딩 조합은 좋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므로 프리마로프트... 이런 일이 M65, 워크 재킷, 면 코트, 울 코트, 플리스 등에서 반복 결합된다. 

 

약간 다른 패턴도 있다. 모크넥 니트가 있지만 애매하게 올라온 길이는 나랑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두고 있다가 여기에 히트텍 터틀넥을 입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찾아봤더니 비싸다. 힛탠다드에도 있는 데 3색 밖에 없다. 그래도 힛탠다드 편하고 좋으니 구입해 본다. 활용도가 높아지는 거 같다. 좀 얇다는 생각이 든다. 두꺼운 거 없나, 유니클로에 있다. 게다가 코튼 라이크라 속옷 느낌이 훨씬 덜한 거 같다. 이왕 두꺼운 거 찾는 거 컬러풀한 걸로 사볼까. 이런 식으로 또 흘러간다.

 

청바지의 경우 넓은 거, 좁은 거, 긴 거, 짧은 거, 포스 끝에 닿는 거, 반스 끝에 닿는 거, 진한 거, 색 빠진 거, 더 빠진 거 등등등으로 필요한 게 계속 늘어난다. 물론 넓고 진한 걸 입으면서 색이 빠지고 밑단이 해져서 길이를 줄이고 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다. 20년 쯤 걸릴 지도 모른다. 20년 후에 인류가 있을 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므로 경험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옷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므로 이런 경험이 나름의 재산이기는 한데 이런 걸로 얻을 수 있는 재화가 옷의 커팩시티를 충족시키기에는 택도 없다. 어디다 가져다 놓고 싶지만 자리가 없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부디 이러지 말라는 의미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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