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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눈으로 볼 때나 흥미진진하다

by macrostar 202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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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단상 몇 가지. 최근 패션은 흐름을 놓고 보면 별로 재미가 없는게 오직 하이프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드 머니도 별 게 없어. 갑자기 유한 계급에 대한 열망이 나타난 것도 아니고 그냥 유행이니까 유행이고 유행이 유행이다. 차라리 그간의 요란함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하는 게 더 낫다. 물론 가만히 있기 좀 그런 브랜드들은 올드 머니에 숨겨져 있는 듯 하면서 눈에 잘 띄는 로고나 시그니쳐를 그려넣고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옷 처럼 찰라적인 대상이 진지하게 흐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장인의 작업이나 웰메이드 같은 분야를 존중하고 바라보고 있으면 흥미롭지만 그게 패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고민해 보면서도 결론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를 보면 진지하면 혹은 진지한 척을 앞에 놓으면 재미가 없어지고 아저씨들만 두리번거린다.
 

 
아무튼 패션은 부유하는 대상이다. 롤랑 바르트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기호와 의미는 지나치게 순간적이고 캐치하는 사람과 이해하는 사람, 뭐가 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 사람과 뭐가 있는 것 조차 모르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고 그 간극이 또한 패션의 소재가 될 뿐이다. 느 집엔 이거 없지, 이거 뭔지 모르지가 소비 사회 패션의 핵심이 된다. 언제나 말하지만 누군가의 아이템이 그에 대해 알려주는 건 그가 그 분야에 관심이 많든지, 돈이 많은데 조언자를 두고 있든지 그런 것들 중 하나다. 사실 조언자라도 두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거기에 대고 인격, 품위, 세계관 이런 걸 말해봤자 엉뚱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저번에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 북토크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걸 일관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모순에 부딪친다. 2023년에 바라본 티셔츠의 함의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에 답은 없다. 다 그냥 알아서 하고 싶은 걸 한다. 답이 없으니 질문은 의미가 없다. 결국 패션의 정의는 인간의 수 만큼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또한 도태와 배재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므로 이 관찰은 부유하는 패션과 부유하는 인간 사이에 가늘게 이어져 있는 끈 들 몇 개를 바라보는 식이 된다. 
 
어쨌든 그런 결과 패션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는 거 같고, 멋지고 예쁜 것도 많이 나오고 있는 거 같지만 크게 들여다 보면 점점 더 지루한 어딘가로 흘러간다. 끊임없이 같은 말을 이리저리 돌려 반복하며 블랙홀, 깔대기에 빨려 들어간다. 이럴 때 할만한 건 아이템에 대한 집중이 아닐까 싶다.
 
이건 참고
흥미진진한 최근의 K패션(링크). 비건타이거와 므아므가 상을 받았다. 축하.
남성복, 여성복 분리와 결합(링크). 이 항목은 그렇지만 패션이 주체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아이템에 집중하기 위해 레플리카를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링크).
최근작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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