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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확장, 카피탈과 보디의 예

by macrostar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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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의 2024SS 이야기(링크)를 한 김에 생각나서 덧붙여 보는 세계관 확장의 이야기.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그냥 떠올라서 카피탈(Kapital)과 보디(Bode)다. 중고 재현으로 시작된 카피탈은 청바지와 데님에서 곧바로 떨어져 나가며 천연 염색이라는 전통 장인의 이미지를 로고의 손과 모노즈쿠리라는 개념으로 내면화하면서 거기에 보로, 와비사비를 섞어 미국의 보헤미안 히피를 끼얹는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거의 거지의 옷은 에릭 크바텍의 룩북과 함께 전세계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자발적 혹은 강요된 배거본드와 방랑자와 카피탈 사이에서 발란스를 찾는다.

 

2020년의 베트남

 

2020년의 룩북

완성된 세계의 모습은 독특하고 요란하지만 익숙하다. 낡고 기운 흔적은 모사가 아니라 실제고 거기에 생활이 없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미디어를 통해서 본 배거본드의 패션 확장판임을 아주 잘 보여준다. 

 

2023년의 워킹 클래스 히어로

 

문제는 세계 민속 도감이 아닌 한 동어반복의 여지가 아주 크다는 건데 아마도 그런 덕분에 폭이 넓어지면서 동시에 초기의 광기가 사라져가고 있다. 카피탈의 경우 광기 자체를 브랜드의 이미지로 삼았기 때문에 팬덤의 교체기를 지나쳐야 하는데 여전히 진행중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카피탈은 요즘 뭐하지? 라고 하면 지금으로선 그때 하던 그거 밖에 딱히 답이 없긴 하다. 그래도 처음 잡은 게 워낙 흥미로운 요소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동력은 충분하지 않나 싶다. 

 

보디의 경우 과거와 빈티지 옷 등등에서 영감이 시작된 건 마찬가지다. 대신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한 발상이 어떤 식으로 나아가는지, 손이 아주 많이 가는 방식을 확장 속에서 어떻게 끌고 가는 지 카피탈과 비교해 보며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와비사비와 함께 옷을 입고 보는 행위가 사람을 경험했던 혹은 경험한 듯한 모호한 과거 속으로 끌고 가버리는 도구화의 능력이 상당히 좋은 것도 특이점이다.

 

2019년의 BODE
2023년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 아파트먼트

 

카피탈은 40주년을 향해가고 있고 보디는 10주년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둘의 역사 차이가 꽤 있다. 둘 다 색의 사용에 있어 망설임이 없다는 건 큰 장점이다. 패스트패션과 고급 패션의 가장 분명한 차이는 컬러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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