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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패션, 어떤 옷

by macrostar 2023.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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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옷을 입어볼까 하는 관심이 어느 레벨을 넘어간 다음 몇 가지 추세가 있을 거 같다. 취향을 만들어 간다고 하지만 취향 만큼 사회적인 것도 없다. 특히 델리킷하고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취향 같은 건 소득 재분배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패션 특유의 매력을 즐겨봅시다 입장에서 보면 별로 할 이야기가 없는 쪽이다.

 

말하자면 날 때부터 잘 생겼다, 예쁘다 같은 사건에 그렇구나 말고 딱히 할 말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부분에 딱히 재미를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몰취향이나 과시주의의 극치를 달리는 경우가 있으니 그런 정도 차이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하겠지만 뭐 그런 건 스몰 월드 안에서 알아서 잘들 하실테니... 취향의 경우 완전히 패션 문외한인 경우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종류의 상상력은 무한할 수가 없고 구입할 수 있는 옷의 범위와 경험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걸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걸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게 좋을 거 같다.

 

보통은 저걸 어디서 구했냐, 저걸 샀구나 등 패션 최전선에서 인정받고 있는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빠르게 구해서 소화하는 경우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많은 경우 이런 일은 비슷한 정보 공유 집단 사이에서 가능하다. 아주 유명한 제품은 공유 집단의 크기가 상당히 클 수 있을테고 또 저게 그런 거래 같은 옆에서 건드리면 드러나는 숨겨진 명성 같은 게 따라다니고 있으니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계열이 패션 쪽으로 가장 인기도 많고 패션 산업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다들 알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걸 손에 쥐고 있는 있는 일, 예를 들어 예전에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 그런 일을 주로 했을 텐데 패션이 그런 일을 할 때 가장 가치가 올라가는 법이다.

 

여기까지는 사실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은데 이런 속도감을 소화해 내면서 자기 취향을 만들어 가는 경우 상당히 고차원적인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 꽤 흥미진진하게 자신의 패션 세계를 구축해 낸 사람들은 보통 이런 사람들일 거다. 패션 구경꾼의 일원으로 멋진 분이네 하고 박수를 칠 만한 일이지만 할 이야기가 아주 많지는 않다. 물론 결코 전모를 알 수는 없겠지만 입고 다니는 옷을 구경하는 게 중요한 영감을 줄 수는 있다. 그러므로 관심을 놓칠 수는 없다.

 

또 다른 부류로는 아주 유명한 역사적 공산품 옷을 찾아입는 경우다. 나 같은 경우 이런 경향이 상당히 큰 데 저 옷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인기가 많았고, 오랫동안 살아 남았고, 여전히 의미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 매우 궁금해 하는 타입이다. 물론 그 비밀은 대체적으로 다 해명이 되어 있다. 얼마 전 바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찾아본 자료들에도 이 옷이 얼마나 훌륭하고, 유용하고, 좋은 옷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잔뜩 널려있다. 심지어 30년 전 쯤에도 그런 사람들을 잔뜩 찾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옷의 경우 직접 경험의 파워가 상당히 쎄고 저게 내 몸에 놓였을 때 예측을 해 볼 수 있는 정보량이 한정적이다. 상상과는 꽤 다르고, 많이 파악하고 오해가 커지고 그게 무너지는 게 사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경우의 문제점이라면 전설의 아이템이 이제 너무나 많이 때문에 영역을 한정해도 양이 상당하다는 거다. 그리고 나처럼 러기드하고 튼튼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슨 옷이든 수명이 몇 십 년에서 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만한 것도 많기 때문에 절대 모든 궁금증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물론 궁금한 건 착실하게 해결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범위를 마냥 넓힐 수는 없다. 또한 옷을 잔뜩 가지고 있고 관심도 많지만 패셔너블함과는 거리가 꽤 있는 상태로 나아가게 된다. 해링턴 재킷의 프로토타입을 찾아 입어도 그냥 잠바입은 사람이다. 물론 그런 걸 딱히 상관하지 않긴 하지만.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든 나름의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 균형을 어떤 식으로 유지해 갈 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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