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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마칸은 어디일까

by macrostar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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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라클라바, 우쌍, 건지, 저지 등이 어디인지 이야기를 한 김에 이번에는 발마칸이 어디인가에 대한 이야기. 일단 발마칸, 발마칸 코트라고 하면 개버딘이나 트위드로 만들고 라글란 슬리브에 버튼이 높게 올라오는 싱글 코트를 말한다. 넉넉한 사이즈로 바람도 막고 보온도 되는 그런 옷이다. 몇 년 째 국내 남성복 코트 쪽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지, 릴랙스 핏 유행 덕분이 아닌가 싶다. 아주 간단하게 버튼이 끝까지 덮이면 발마칸, V넥이 보이면 체스터, 단추가 두 줄이면 더블, 그보다 짧으면 피코트 뭐 이런 식으로들 분리한다.

 

 

사실 예전에는 발마칸이라고 하면 코튼 100%의 버버리 싱글 코트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트렌드 덕분에 울코트의 기운이 강해졌다. 버버리 싱글 코트에는 발마칸 말고 카 코트도 있는 데 그쪽은 셋 인 숄더라는 게 다르다. 사실 1950년대 버버리 발마칸 중에는 셋 인 숄더 버전이 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게 발마칸이냐 싶지만 원조 쪽에서 그래놓고 발마칸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기는 하다. 그래도 모든 버버리 발마칸을 다 모으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중고 시장에서 인기가 없겠지. 60년대 코튼 100%, 싱글 패널, A라인이 가장 인기가 많다.

 

아무튼 발마칸도 스코틀랜드에 있다.

 

 

군, 시 이런 거 아니고 동네 이름 같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발마칸 포레스트라고 있는데 빽빽한 숲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야트막한 산이 계속 펼쳐진 찬 바람 많이 불 거 같은 지역이다. 참고로 인버네스도 옷 종류 중 하나다. 

 

 

셜록 홈즈가 입었던 케이프 달린 코트를 인버네스 코트라고 한다. 비슷하게 생긴 걸로 얼스터 코트 혹은 얼스터 케이프가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 가장 대중적인 오버코트였다고 하는데 얼스터 코트와 인버네스 코트의 차이는 케이프의 길이다. 얼스터는 팔까지만 오고 위 사진처럼 더 아래로 내려오면 인버네스다. 이런 차이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통합될 디테일이 아닐까 싶은데 인버네스는 스코틀랜드고 얼스터는 아일랜드라 지역 차이가 좀 있긴 하다.

 

가만히 보면 영국이 울, 코튼으로 오래된 동네라 그런지 동네마다 원조인 울, 옷 장르 등이 있다. 가만 보고 있으면 좀 징그럽기도 함. 제국주의 시대 상품화의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요새 영국 왕자 문제로 시끄러운데 군주제 쇼맨십 유지가 아닌가 싶은게 동네마다 다른 이름의 울과 코트가 있는 것과 비슷한 결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침 드라마는 아무튼 요란해야 하는 법... 

 

어쨌든 일본에서는 스탠 코트라는 자체 용어가 있다. 스탠의 유래는 자기들도 모르는 거 같은데 스탠드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고 프랑스어 Soutien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 버버리 발마칸을 찾아보면 영어로는 Balmacaan이라고 적고 일본어로는 스탠 코트라고 적어 놓은 곳도 많다. 혹은 유럽 대륙 분위기를 내려는 목적일지 Soutien 코트라고 적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스탠 코트의 스탠 카라와 발마칸 코트의 발 카라가 약간 달라서 차이가 있다는 데 이런 디테일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구별하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사라진다.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발마칸을 찾아보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데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싶게 생긴 곳이다. 이왕이면 발마칸 코트를 입고 가보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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