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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프라다의 FW21, 라프 시몬스

by macrostar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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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의 FW21 여성복 패션쇼가 2월 25일에 있었다. 이건 1월 17일에 있었던 남성복 FW21과 함께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일단 장소가 거의 같다. 물론 남성복에 나왔던 빨간 방은 없고, 여성복에는 마블 대리석 바닥이 더 있는 것 등 약간의 디테일 차이는 있다. 렘콜하스가 어떤 강조점을 가지고 이런 다름을 설계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건 형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즉 맨 처음 이 쇼를 봤을 때 든 생각은 남성복 여성복을 왜 따로 한 거지라는 거였다. 하지만 이 순서는 정해져 있는 거일 수도 있고 그런 형식이 변화를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순서 역시 마찬가지다. 쇼를 보면 알 수 있듯 먼저 했던 남성복이 여성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복이 먼저였다면 어떻게 보였을까 그런 문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이 패션쇼에서 라프 시몬스가 뭘 했을까를 구분해 내는 것 만큼 별로 부질없는 짓이다. 어쨌든 프라다의 21FW는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으로 세상에 남게 된 거다.

 

 

위에서 말 했듯 여성복 21FW는 남성복 21FW의 반복과 변주로 보인다. 하지만 앞은 남성복이고 뒤는 여성복이다. 그걸 뭐로 메꿨냐 하면 털이 아닐까 싶다. 페이크 퍼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거기에 커다란 MA-1, 테일러드 수트, 기능성 장갑, 롱존스 등등 남성복의 아이템들은 약간씩 변형되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다이어트 프라다 같은 경우 프라다 고유의 페미닌 함이 없어졌다고 말한다(링크). 그 자리는 라프 시몬스 여성복의 부실한 실루엣이 자리잡고 있다. 이건 맞는 말이다. 프라다는 분명 유니크하고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을 패션을 통해 알려줬다. 그리고 21FW에서 그걸 치워버리고 있다.

 

 

일단 11년의 페미닌이 21년의 페미닌과 연속성 아래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어떤 옷을 입은 여성이 멋지게 보인다, 어떤 옷을 입은 남성이 멋지게 보인다는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그 사회가 베이비 부머의 질서 유지에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요 몇 년 계속 말해오고 있듯 이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사회와 함께 패션은 이제 다른 단계에 접어들었고 되돌아 갈 일이 없는 이상 이전의 질서에 이바지하던 이전의 패션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질서에 이바지하는 패션의 감각이 필요하고 그 거대한 모험은 아마도 미우치아 여사의 이전 페미닌 룩을 억누르는 데서 시작될 거다.

 

즉 브랜드 프라다는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매우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억제제로 라프 시몬스를 불러 왔다. 그가 적절한 억제제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아무튼 그런 역할을 부여했고 그 룰을 지키고 있다. 바로 전 시즌인 21SS와는 그 부분이 매우 다르다. 물론 많은 소비자들이 11년에서 21년을 연속성 아래 살고 있기 때문에 "그리움"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걸 쉽게 바꾸려 하지 않고 그러다가 많은 걸 놓친다. 하지만 이번 21FW는 새로운 패션을 찾아 내려는 결단과 용기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패션은 산업이고 그러므로 결단과 용기가 그리 대단한 평가를 주진 못한다. 시덥잖아도 많이 팔리면 승리자가 되는 바닥이다. 그러므로 이 과도기의 제안이 사람들에게 미래를 향한 약속이 되어야 한다. 이전의 질서에 대해 그것이 아무리 훌륭하고 결정적이었다고 해도 아직도 저런 걸 입어?라는 핀잔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프라다 만의 무엇인가가 사라졌지만 또한 프라다 만의 무엇인가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지만 프라다가 이런 소극적 응원의 의미로 구매를 할 수 있는 브랜드도 아니다. 그런 걸 바라지도 않을 거다.

 

프라다는 어차피 힙이니 하이프니 그런 걸 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옷에 요란한 그림을 그려넣는다고 갑자기 스트리트의 옷이 되지 않는다. 일상복의 변용으로써 하이 패션이라는 측면으로 보자면 프라다는 이미 스포츠웨어 쪽에서 오래된 연장선을 가지고 있다. 허튼 곳에서 핀트에 맞지 않는 날을 찔러 넣고 있을 이유가 없다. 물론 21FW에는 아쉬운 부분도 많고 아직 두근거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함께 미래를 내다보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패션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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