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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셀렉션, 패션 디자인

by macrostar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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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디자이너들이 딱히 낼 게 없을 때, 이미 다 있을 때, 이미 있는 것들 중에 셀렉션을 하게 된다. 이미 있는 것들이 이미 위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중 무엇을 찾아내고 골라내는가가 패션의 심미안이 된다. 

 

 

보그에 메리-케이트 올슨이 고른 꼼 데 가르송, 마르지엘라, 샤넬 등의 옷을 더 로에서 판매한다고 한다(링크). 물론 올슨 자매는 유명한 빈티지 패션 컬렉터 중 하나다.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런 판매는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한다.

 

예컨대 후지와라 히로시는 큐레이팅, 셀렉션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일본에 없는 외국(거의 미국이지만)의 패션 제품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유명해지면서 자기 브랜드도 만들었다. 이런 "셀렉션"이라는 행위는 소비자가 패션을 만들어 내는 주류가 되어 가면서 점점 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상 천지에 수많은 제품들이 있고 그게 뭔지 다 모른다. 누군가 좋은 감식안을 가진 사람이 필터링을 해준다. 세상 천지에 뭐가 나오든 언젠가 있었던 거였다면 예전 제품의 가치가 중요해진다. 이런 게 있다라고 하면 이미 그런 걸 먼저 한 사람들이 있고, 게다가 아주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있고 이미 훌륭한 옷이 있다. 

 

중고 가게에서 뭔가 골라 내는 건 품이 많이 드는 행위고, 실패의 위험도 크다. 하지만 셀렉터가 있으면 그 일이 훨씬 수월해 지고 어떤 지향점을 가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낮에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배정남이 옷 가게 운영, 스타일 만들기 비슷한 걸 하는 방송을 봤는데 매장의 아카이브는 디자이너 브랜드, 동대문 브랜드, 빈티지 등이 뒤섞여 있었다. 큐레이팅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디자이너가 영감이나 영향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판매 제품 사이에 섞어 놓았다는 건 역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왜 그런 셀렉션을 했느냐를 가지고 책을 낼 수도 있고 전시를 할 수도 있겠지. 구찌나 샤넬이 중고 관리를 하거나 직접 판매를 하는 것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아무튼 이런 경향은 점점 더 많아질 거 같다.

 

이런 태도의 문제점이랄까...를 생각해 보자면 패션이 내일이 아니라 어제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주가 반복되며 경향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패션이 과거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건 말하자면... 폼이 별로 안 난다. 게다가 이런 발굴은 예전 미감의 반복과 강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과연 지금의 패션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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