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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올의 크루즈 2021이 열렸다

by macrostar 202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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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의 크루즈 2021이 이태리 풀리아의 레체라는 곳에서 상당히 큰 규모로 열렸다. 5월에 예정되어 있던 건데 판데믹으로 연기되었고 7월에 들어 열리게 되었다. 물론 사람들을 오라 하진 못하고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었다. 사실 이 문장의 많은 부분에 약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디올이 이태리에서, 레체? 크루즈 쇼를 굳이, 게다가 코로나, 그리고 거대한 규모, 등장한 옷 등등. 

 

 

 

 

레체는 이런 곳. 남부 이태리의 동쪽 끝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찾아보니 상당히 오래된 도시다. 마리아 치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싶은데 그분의 고향은 로마다. 남부 이태리의 어디 구석에서 고른 게 아닐까.

 

코로나로 성대해져 있는 패션 이벤트에 대한 재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크루즈와 프리 폴은 비용, 환경 문제, 지나친 스케줄에 시달리는 디자이너의 번아웃 등의 문제로 많은 브랜드들이 그만 둘 태세다. 하지만 디올의 CEO 피에트로 베카리는 프리 컬렉션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링크).

 

 

 

 

위 링크를 보면 마리아 치우리가 약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즉 디올에서의 4년 동안 이들의 헤리티지, 아티산에 대한 자부심을 봤는데 이태리의 경우 옷이란 전통적으로 여성이 집에서 만드는 거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게 창조적이라거나, 가치가 있다거나 하는 등의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런 옷을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멋지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디올이 옷에 대해 가지는 태도를 사람들도 가졌으면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 일상적으로 전통적인 일을 하다보면 그 가치에 대해 재고하기가 어렵다. 일상복 탐구(링크)라는 책을 쓰면서 매일 흔하게 입는 옷이 결국은 중요하고, 옷에서 예술을 찾든, 장인 정신을 찾든, 혹은 자아 실현을 하든 비일상적인 하이 패션이 아니라 매일 입는 평범한 옷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내 했지만 아무래도 그다지 설득력있게 들리진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전달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겠지. 아까운 기회였는데...

 

그렇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고려 시대의 최고급품 고려 청자와 일반인들의 도기는 같은 선상에 놓인 적이 없다. 둘 다 도자기이긴 하지만 재화가 제작부터 판매, 사용까지 전혀 다르다. 같은 도자기라는 이유로 이 둘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진행해 가면 나중에 복잡한 문제들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고려 청자는 고려 청자대로, 도기는 도기대로 가치가 있고 훌륭한 제품이다. 고려 청자를 찬양하기 위해 도기를 비하할 이유가 없고, 또한 귀족의 사치품, 비뚤어진 부와 권력의 상징, 비실용적인 물건 등의 이유로 도기를 찬양할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판데믹에 지쳐 유튜브 화면을 통해 디올 크루즈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저 화려함이 소환하고 있는 게 대체 뭐일까 하는 점이다. 옷은 생각보다 실용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것들도 있다. 허리를 두른 코르셋 풍 가죽 같은 게 있지만 뭐 그런 걸 감안해도 저런 옷을 입고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군 + 아주 불편하거나 못 입을 건 아니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만약 2010년에 저 쇼를 봤다면 깊은 감동을 받았을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저 컬렉션이 기억나게 하는 저런 옷이 필요했던 세상, 저런 옷이 기능할 데가 있는 사회, 감상적 아득함, 좋았던 그때, 유럽의 전통과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 곳곳에 베어 있는 듯한 아티스틱한 감성, 열연하는 댄서들. 그러나 그런 게 지금 시점에서 가지는 의의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마리아 치우리가 패션을 통해 보여주려는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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