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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베미지 울렌 밀스의 더블 재킷 이야기

by macrostar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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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미지(Bemidji) 울렌 밀스라는 회사가 있다. 미국에 꽤 오랜 역사의 울렌 밀스가 꽤 있는데 펜들턴, 울리히를 비롯해 존슨, 파리볼트 등등이 있다. 울리히처럼 이제는 울렌 밀스라는 이름 아래에 있기엔 아주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곳도 있고, 그냥 담요나 내놓는 곳도 있다. 이 비슷하게 영국, 아일랜드 쪽에도 유명 제품을 내놓는 울렌 밀스들이 있다. 

 

아무튼 베미지 울렌 밀스(링크)다. 처음엔 어떻게 읽는 건지 고민했었는데 베미지, 영상 찾아보면 버미지 비슷하게 발음하는 듯. 리뷰 영상 찾아보면 미국 사람들도 어떻게 읽는 건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미네소타 베미지라는 곳에 있는 회사로 1920년에 오픈했다. 즉 내년이 100주년. 베미지는 로거 폴 번얀의 발상지라고 하는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그런 동네가 최소 6군데가 있다. 오랫동안 로거, 벌목공의 동네였다는 건 알 수 있다. 

 

베미지 울렌 밀스도 벌목공 울 재킷으로 유명하다. 자잘하게 모델이 세분화되어있는데 대표적인 제품은 필슨과 마찬가지로 싱글, 더블 두 가지가 나온다. 벌목공도 아닌 주제에 벌목공 울 재킷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어떻게 하다보니 입게 되어서 여기에 올려본다.

 

 

필슨의 더블 매키노 풍이고 검색도 베미지 매키너로 하는 게 더 많이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이 회사에서 내놓은 이름은 North Shore Double Back Double Front Jacket이다(링크). 간단히 줄이면 노스 쇼어. 30온스 모델이고 울 85%에 나일론 15%. 컬러는 Spruce Green. 필슨의 포레스트 그린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더 진하고 약간 더 오래된 풍, 즉 촌티가 난다.

 

똑같이 생겨서 29온스 100% 퓨어 버진 울짜리도 있다. 그리고 18온스 제품도 있는 데 그건 이름이 빅 포크(Big Fork). 예전 빈티지 모델을 보면 단추 대신 지퍼 붙은 것도 있다. 싱글 제품은 슈퍼리어, 보이저 등이 있는데 자켓과 셔츠 중간을 오간다. 

 

울리히 등에서도 위 사진과 같은 모습의 빈티지 모델이 있는데 뭐랄까, 불균형하다. 옷의 상단 부분은 어깨 덮개에 커다란 주머니 등으로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는데 비해 하단 부분은 조그만 사이드 포켓 외에 별게 없어서 옹졸한 느낌마저 든다. 드넓은 어깨에 드럼통 같은 몸을 가진 미국인에게 맞는 옷이다. 하지만 아래의 주머니는 막상 손을 넣어 보니까 괘 크고 깊다.  

 

 

노스 쇼어는 면 50%, 폴리에스테르 50%의 안감이 있다. 100% 짜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밀리는 감이 있기 때문에 있으면 약간 편하긴 하다. 필슨과 비교하면, 이게 100% 울과 85% 울 혼방의 차이인지 혹은 30온스 두께 때문인지 잘 모르겠는데, 베미지 옷은 상당히 억세고 딴딴하고 뻣뻣한 느낌이 강해서 옷이 뭔가 '덩어리' 같다. 안감이 없다면 안에 입은 옷이 계속 쓸렸을 거 같다. 이런 옷을 반소매 위에 입는 사람도 있던데 따가워서 난 그렇게는 못 입는다.

 

안에 주머니가 하나 있다. 그래서 앞 부분 4개, 뒷 부분 게임 포켓, 안에 1개로 꽤 담을 수 있는 양이 많다. 주머니만 잘 써먹어도 가방 따로 들지 않고 나가도 될 듯.

 

 

뒷면에는 이런 옷 특유의 게임 포켓. 게임 포켓 있는 옷이 몇 개나 있는데(필슨의 크루저, 시에라의 마운틴 등등) 딱히 쓸 일이 없다. 상단의 어깨 덮개는 위 사진처럼 뒤로 연결되어 있다. 역시 옛날 옷 느낌이 물씬 난다. 

 

 

베미지 라벨. 성분 표시는 어깨 아래에 붙어 있다. 로트 번호가 951인가 그렇던데 그런 건 필슨이나 리바이스 같은 회사에서나 사람들이 분류하고 연구하지 베미지 같은 브랜드의 로트 번호 따위 아무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튼튼하고 좋은 옷인 건 분명하다.

 

사이즈는 필슨 레귤러 모델들과 거의 비슷한 듯. 38사이즈라 나한테는 살짝 큰 감이 있긴 하다. 체감 영하 5도 이상의 겨울에 종종 입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더블 기준으로 보자면 필슨에 비교해 100불 정도 쯤 저렴하다. 중고나 재고 쪽으로 가면 훨씬 떨어진다. 울 100%보다 이런 혼방이 옷의 쉐이프가 더 잘 잡힌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예를 들어 이분 - 링크). 그러므로 이런 옷을 좋아한다면 온리 필슨 이러지 말고 여러가지 검토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현 베미지의 대표는 창립자의 4대손이라고 한다. 검색을 해보면 1995년에 이분이 대표 자리에 오른 후 뭐라도 해봐야지 하면서 유튜브도 만들고 여기저기 홍보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만들고 하는 등 일을 해보고 있는 거 같다. 울 품질과 헤리티지, 여러 제품들만 본다면야 필슨이나 울리히, 펜들턴에 비해 부족한 게 뭐냐 싶겠지만 브랜드와 사람들 전체에 흐르는 촌티남, 투박함 등을 보자면 역시 타고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해당 분야 프로가 개입하지 않고선 조금 더 상큼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 건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내년이 100주년이니까 무슨 계기라도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일단은 제품명 정리를 좀 하면 좋겠다.

 

 

베미지 사장님.

 

 

 

미네소나 베미지 소개. 오피셜한 건 아니고 개인이 만든 시리즈다. 베미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의 개리라는 아저씨가 베미지에 대해 찬찬히 설명해 줌. 야외 한 컷만 봐도 조용해 보이는 동네다.

 

 

 

2012년에 나왔던 베미지의 92년 프리젠테이션. 진지하고, 시시한 농담을 하고, 투박하지만, 견실한 게 딱 베미지 옷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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