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2019.09.09 13:23

무슨 이야기인가를 하다가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본다.

 

우선 럭셔리라고 하면 사치품을 말한다. 합리적 소비를 개의치않고 자원을 방탕하게 소비하는 소수를 위한 제품들은 아주 오랫동안 인류 발전의 근간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런 게 없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세상에 변화를 몰고 올 어떤 힌트도 주지 못했을 거기 때문이다.

 

 

 

하이 패션이라고 하면 옷과 패션의 한계를 실험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비싼 브랜드가 많은 이유는 재고 부담 때문이다. 멋대로 아무 거나 내놨다가 안 팔리면 망한다. 소수가 구입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이런 실험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아주 큰 규모의 실험적 패션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실험의 정도에서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일상복이라고 하면 일상의 옷이다. 이건 최근 들어와 패션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기본은 옷이다. 필요에 의해 입는다. 패션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경제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옷이라는 개념은 아주 작아진다. 취향이 반영되고 그러므로 모두가 패션이다.

 

 

 

이외에 유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함이라는 것, 그렇지만 남들이 다 하기 전에 먼저 함의 선도성이라는 건, 일종의 무리 의식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1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지나치게 비싼 건 유행이 되기 어렵다. 2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지나치게 앞서가면 유행 씩이나 되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3과 비슷한 면이 있다. 때로는 비실용성이 유행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실용성이 유행이 되기도 한다. 유행의 범주는 실제로 아무거나 가능하다. 사회 분위기와 흐름에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옷과 패션의 자체 속성 안에서 유행을 발견할 수는 없다.

 

이 셋은, 유의미한 분류가 더 있긴 하겠지만, 한 옷 위에 겹친다. 1과 2는 자주 겹치는데 희소성과 비합리성이라는 속성 때문이다. 에르메스의 스카프는 자원을 지나치게 낭비하지만 옷으로써 기능도 충실하다. 또한 구찌의 티셔츠는 80년대 레트로와 페이크 문화를 패션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상업성있게 풀어 냈다는 점에서 패션을 다른 지평으로 이끌었다. 그 기반은 일상복이다.

 

명칭 중 명품이라는 말이 있다. 1의 럭셔리를 번역한 말이지만 의미에서는 하이 패션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명품이라는 말은 웰-크래프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데 적당한 용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두 장인, 옷 장인이 만들었다고 다 비싼 건 아니다. 즉 잘 만들었다고 럭셔리라고 하긴 어렵다. 브랜드, 장인 본인, 제품 등등의 포장의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걸 보면서 진정성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패션이란 본래가 포장이다. 예컨대 500만원 짜리 천으로 몸을 포장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이게 고급 패션의 본질이다. 게다가 가격은 받아들여질 때 의미가 생긴다.

 

이 셋의 의미가 겹치지는 않는다. 하나의 옷 위에서 셋을 분리해 가며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층이 나뉘어져 있는 칵테일, 파르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아시나요 등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겹쳐서 생각하면 혼동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분류보다 먼저 옷과 패션의 혼동이 제자리를 잡을 가능성조차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혼동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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