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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치노(Chino) 바지의 세계

by macrostar 201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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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대에 인도에 진출해 있던 영국 병사들이 원래 하얀색이던 군복을 그 지역의 색과 맞추기 위해 그 지역의 모래를 이용해 염색을 했다. 더스트 색(dust coloured)을 뜻하는 그 지역 말이 Khak이고 거기서 카키(Khaki)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Chino는 가벼운 트윌로 만든 바지를 뜻한다.

 

카키는 원래 모래색이고, 그러니까 밝은 브라운 정도 느낌이 난다. 하지만 올리브 그린(국방색)과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고 외국도 그렇다. 이건 군복색이 카키에서 올리브 그린으로 대세가 바뀌었는데, 그걸 그냥 카키라고 계속 부르다가 그렇게 되었다.

 

더불어 약간 엉망으로 쓰이고 있는게 그레이, 브라운, 그린 등 모래로 염색하면 다 카키라고 하는 브랜드도 있고 뭐 그렇다.

 

치노는 식민지 시절 각국 군대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2차 대전이 끝나고 전쟁에 참가했던 미국 병사들이 캠퍼스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클래식 아이템이 되었다.

 

 

 

처음 미국 대학가에 등장한 건 아메리칸 아미 스타일의 카키 치노였다. 위 캡쳐는 1953년 커넬 대학교 신문에 실린 광고.

 

그리고 곧이어 치노는 색이 다양해 지고 아미 스타일과 구별되도록 앞에 주름이 없고, 다리통이 좀 더 좁고, 백스트랩이 붙어 있기도 한 Ivy League 스타일이 등장했다.

 

 

뒷 모습만 보이는 이 아저씨는 데니스 호퍼인데 백스트랩이 붙어있는 치노를 입고 있다. 이 사진은 LIFE 지에 실렸던 거다. 백스트랩은 불편해서 한동안 안보였는데 리바이스 타입원에서도 봤을 거고, 여기저기서 가끔 볼 수 있다.

 

 

 

치노 바지가 뭔지 이름은 모르더라도 안 입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테고, 특히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대부분 입어봤을거다. 훈련소와 유격장에서 나눠준 유격복, 소위 CS 바지라고 불리는 게 말하자면 치노 바지다. 원래 목적대로 두툼하고, 튼튼하고, 무식하다. 아마도 영국군이 입었던 것과 가장 비슷할 레트로 타입의 치노다.

 

뭐 그 다음부터는 이름이야 부르는 사람 맘이고, 또 이름이 뭐든 사는 사람 맘이고 그렇게 되었다. 어떤 행사장의 드레스 코드가 Chino Only라고 씌여있는 곳을 가게 되지 않는 한 반드시 치노를 사야되! 이럴 일은 잘 없을거다 사실.

 

그래도 청바지를 입고 가기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수트를 입는 것도 좀 그런 경우에 치노는 좋은 대안이다. 그리고 사실 치노라는게 멋대로 입고다니면 츄리닝에 버금가게 편하기도 하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만 하면 그러니까 생활에 도움이 되는 가벼운 상식 하나만 덧붙이자면 :

 

 

바지 안쪽에 보면 위 동그라미 친 부분이 있다. 이게 좌우로 더 넙적한 경우도 있고, 좁은 경우도 있는데 이 만큼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다. 즉 갑자기 살이 쪄서 바지가 갑갑할 때 여기를 봤더니 좌우로 2~3cm 정도씩 너풀너풀 천이 보인다면 그 만큼 늘릴 수 있고, 마찬가지로 좁힐 수도 있다. 2인치 안팎이라면 바지의 라인도 크게 상하지 않는다.

 

사이즈 안 맞는다고 방치해 놓지 말고 몸에 잘 맞게 고쳐서 사용하는 게 좋다. 인간의 허리 사이즈란 제 맘대로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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