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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U 2019 FW가 나올 예정이다

by macrostar 2019.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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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U FW가 나오는 시즌이 되었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유니클로 이야기를 꺼내기 매우 난감한 시즌이기도 하다. 최근의 불매 운동에 대해 별 이야기를 한 것도 없는 김에 겸사겸사 몇 가지 이야기를 우선 해보자면.

 

1) 불매 운동은 소비자의 권리다. 그걸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유니클로의 경영진은 분명 현 시점에서 전혀 쓸모가 없는 소리를 했고 본사 명의의 사과가 나오긴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러므로 불매 운동을 할 만한 충분한 이유는 있다. 다만 국가 주도, 관주도는 곤란할 뿐만 아니라 맞지 않다. 또한 보초를 서고 시비를 거는 홍위병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예컨대 애국이라는 것과 파시즘의 경계는 무척 모호하다. 선을 어디다 그을 것인가는 다들 아주 깊게 생각을 해보고 또한 현실적으로 적용을 해보고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또 고려하면서 차곡차곡 사회 자본을 쌓아가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의 사태가 이런 부분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3) 그럼에도 지금의 세계 - 특히 중국, 일본, 미국 - 를 보면 다 같이 미쳐 있는 거 같은데 같이 미쳐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류는 자본 주의와 자국 중심 주의 사이의 발란스를 잡는데 여전히 실패하고 있다. 자국 중심 주의를 뒤에 얹은 자존심 대결이라는 게 성립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1차 대전이 발생하기 직전 즈음 1900년대 초반의 세계와 비교했을 때 이런 부분에 있어 어디가 결정적으로 달라지고 개선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아직 잘 모르겠다. 

 

4) 또한 시위란 본래 설득의 과정이다. 프랑스 트럭 노조가 도로를 막은 건 도로를 이용한 사람들이 잘못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이게 최선의 방식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 제도적으로 사측의 책임을 더 높여 애초에 이야기를 잘 듣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 그렇다고 최악의 방식이라고 할 수도 없다. 또한 경제적 안정, 경제적 이익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안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의 남북 전쟁 같은 문제만 곰곰이 들여다 봐도 알 수 있듯 경제적 안정, 사회적 안정의 문제는 드물긴 하지만 뒤로 밀릴 수도 있다. 

 

5) 어쨌든 유니클로 불매 운동에 대한 생각은 복잡미묘하다. 불매운동이 시작되었을 때는 2차 대전 전범 기업의 책임 의식 고취에 보다 집중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했지만 1) 때문에 분위기가 휩쓸려 버렸다. 유니클로에게 이 상황을 극복할 카드가 있을까? 

 

6) 아무튼 유니클로 U 2019 FW가 나온다. 9월 27일 발매 예정.

 

 

블록테크 더플, 역시 블록테크로 만든 체크 스탠 코트, 살짝 특이한 모습의 여성용 울 피코트, 모크 넥 튜닉 등 여러가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블록테크의 정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유니클로의 니트 발전사는 곰곰이 들여다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착장이 꽤 인상적이다.

 

7) 유니클로 매출이 떨어졌지만 그냥 사라졌다고 한다. 아래 기사는 패션포스트 13호 기사 캡쳐.

 

 

8) 많은 브랜드들이 지금의 상황을 반전의 계기로 생각하고 있고 물론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시기이기도 하다. ABC 마트도 그렇지만 이런 기회는 잘 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유니클로보다 더 싸고 품질이 더 좋은데 사람들이 몰라서 안 산거다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품질이 더 좋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천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이라는 말에는 원단 뿐만 아니라 디자인, 부자재, 한 시즌에 나오는 품목의 다양성, 세계적인 패션의 흐름과의 관련성, 접근성, 매장의 편의성, AS 등등 많은 요소가 포함된다. 유니클로가 AS에서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한 건 분명하지만 여러가지 부분을 다 합쳤을 때 저 가격에 저 정도 내놓고 있는 곳도 아직은 없다. 그냥 면 버튼 셔츠만 따지고 봐도 옥스퍼드, 워크, 플란넬, 드레스 등 대표적인 카테고리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언제는 필요에 따라 구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사실 대안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도 있고 불매 운동이 시작된 이후 나름 여러 브랜드 매장을 돌아다녀 봤는데 솔직히 대체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유니클로 없는 세상이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구찌가 없는 세상, 나이키가 없는 세상 등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브랜드라는 건 있을 수가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이게 좋은 데 너희들이 유니클로만 좋아하느라 몰라서 그랬다는 식의 브랜드의 태도는 그 브랜드에 미래가 없다는 확신을 준다. 지금은 가장 덩치 큰 놈이 비틀거리고 있는 기회이기도 하겠지만, 어설프게 언플만 하며 이 상황에 이익이나 챙겨보려는 브랜드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며 치워버릴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으로 대체재를 꿈꾸는 건 어불성설이다.

 

사실 유니클로 U의 새로운 컬렉션을 들여다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불매 운동이 소비자의 권리이듯 다른 브랜드에게 저 가격에 저 정도 옷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것 역시 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옷이 하나도 없어서 당장 문제라면 몰라도 어지간하면 버틸 수 있다. 옷을 강제로 배급 받는 것도 아니고 저거보다 한심한 옷을 저기보다 한심한 시스템의 매장에서 억지로 살 이유는 없다.

 

9)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너무 많은 것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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