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3:29

요즘처럼 무더운 시절에 잠바라는 말은 안 어울릴 뿐만 아니라 이름만 봐도 더워지는 기분이 드는데 그래도 필요한 구석이 있다. 특히 나처럼 더위, 추위 모두 많이 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도서관 에어컨이 꺼지면 습기에 불쾌함은 물론이고 마음이 지치고, 그렇다고 불어 닥치는 찬 바람을 가만히 맞고 있으면 춥고 머리가 아프다. 가끔 지하철, 버스에서도 이런 일이 있는데 어지간하면 잠바를 꺼내기까진 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방 안에 대비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심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여름에 뭔가를 계속 들고 다니고 사용하는데 한참 동안 AA에서 나온 코튼 가디건을 들고 다녔고, 또 몇 년 동안은 긴팔 셔츠를 들고 다녔다. 코튼 가디건은 너무 낡아버렸고 긴팔 셔츠는 자꾸 구겨지고 하는 게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 필요한 건 아주 얇은 패커블 파카. 방수나 방풍 기능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있다면 뭐 갑자기 태풍이 불어닥치면 집에 갈 때 입을 수도 있겠지.

 

그러다가 작년에 중고 사이트에 나온 노스페이스의 NP21210이라는 제품을 구입했다. 이름은 에볼루션 자켓. 일본 골드윈 제품이고 미국에도 에볼루션 자켓이라는 게 나오는 데 내피가 있는 triclimate 시리즈로 용도가 약간 다르다.

 

 

사진을 안찍었는데 위 둘 중 왼쪽 네이비. 구형 에볼루션 제품으로 요새 나오는 신형은 NP21944다.

 

 

 

생긴 건 더 두꺼워진 게 아닌가 싶지만 스펙을 보면 10g 정도 더 가벼워졌다.

 

아무튼 에볼루션 자켓은 그린 사이클 어쩌구 라벨이 붙어 있는 친환경 류의 제품. 가지고 있는 구형의 경우 따로 주머니가 없어서(원래 있었는데 중고라 빠졌을지도) 유니클로 패딩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있다. 신형으로 나온 에볼루션 자켓은 후드 부분 안에 스토우 주머니가 있어서 거기로 다 밀어 넣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포케터블, 패커블 류의 옷은 이런 식으로 자체 소화가 되는 게 훨씬 편하고 유용하다. 따로 있는 주머니는 잊어버리기 딱 좋을 뿐. 하지만 후드 류는 예전에 유튜브에도 올렸듯(링크) 돌돌 말아 후드에 집어 넣는 방법이 있다. 거의 뭐든 되기 때문에 그렇게 말아서 가방에 던져 놔도 된다. 

 

그리고 올해 초 비슷한 용도의 제품을 유니클로 매대에서 구입했었다.

 

 

JW 앤더슨 콜라보로 나온 포케터블 파카인데 이 컬러만 할인을 했었기 때문에 이걸 샀다. 콜라보로도 몇 가지 색이 있고 사실 지금도 포케터블 파카라는 이름으로 블랙, 네이비 등 컬러의 정규 제품이 나오고 있다. 3.9인가 그래서 할인 하지 않으면 좀 비싼 편.

 

용도는 같은 데 주머니에 넣어 가방에 두고 다니다가 추울 때 꺼내 입는다. 보통은 도서관 혹은 카페 같은 곳에서 오래 있게 되었을 때. 자전거를 타거나 강아지 산책할 때 살짝 걸치기도 했는데 요즘은 너무 더워서 둘 다 하지 않는다. 리뷰 뒤적거렸을 때 보면 야간 강아지 산책 때 쓰려고 에볼루션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단 노페 에볼루션은 앤더슨 유니클로에 비해 약간 두꺼워서 살짝 덥다. 가장 안 좋은 점은 돌돌 말아 주머니에 넣어 두면 구겨져서 주름이 지는 데 잘 펴지지 않는다. 살짝 두꺼워서 그런 거 같다. 손목 벨크로, 후드 조절 등이 있고 주머니는 바깥 쪽 두 개 뿐이다. 애초에 봄, 가을 환절기에 입을 용도로 제작된 옷이다. 에어컨 아래를 떠나면 범 활용성은 높은 편이다. 지퍼 부분 등 구석구석을 보면 마무리가 꽤 좋은 편이다.

 

앤더슨 유니클로의 경우 더 얇아서 에어컨 아래에는 딱 맞다. 정말 그 용도를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묘한 두께, 가벼움, 편안함이 있다. 돌돌 말아 넣어뒀다가 꺼내도 구김이 잘 지지 않는다. 손목은 조절은 안되는 고무줄 조임이고 겉에 두 개의 주머니와 함께 안 쪽에도 뭘 담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다. 하지만 너무 얇은 옷이라 어쩌다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뭔가 넣고 다닐 일은 없다.

 

구입 가격은 유니클로 쪽이 할인을 해봤자 노페 중고보다 싸긴 했는데 정가로 치면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어차피 두 개 합쳐도 유니클로 포케터블 정가도 되지 않았긴 하지만. 그러니까 두 개가 되버린 건데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하는 점에서는 여전히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에볼루션은 정가로 치면 굳이 이런 용도로만 쓰자고 저 정도 가격에 옷을 구입한다기엔 비싼 감이 있다. 그냥 지오다노 같은 곳에서 파는 얇은 바막이 낫다. 그리고 에볼루션과 비슷한 타입으로(즉 별 기능성 없는 얇은 나일론으로 만든 환절기용 포케터블 쉘) 노스페이스의 컴팩트 파카라는 게 있는데 허리 부분이 좀 더 길어서 약간 더 등산복 쉘 처럼 생겼다. 용도를 생각해 보자면 등산을 할 때 들고 가지만 비는 할 수 없고 갑자기 서늘함을 대비만 할 수 있는 타임. 과연 그런 게 필요한가... 게다가 그쯤 되면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약간의 기능성 섬유를 쓴 벤처, 리졸브 그리고 고어텍스를 쓴 클라임 라이트, 마운틴 라이트 등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다. 사실 거기가 어번 겸용 기능성 쉘의 가장 큰 격전지니까.

 

아무튼 이렇게 두 개를 가지고 일주일 씩 돌아가면서 하나는 들고 다니고 하나는 세탁해 놓고 이런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얇아서 장마철에도 굉장히 빨리 마르기 때문에 사실 하나만 있어도 될 거 같은데 이왕 두 개 되었으니까. 그리고 두 개 돌아가면서 쓰면 수명도 훨씬 늘어난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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