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 6. 26. 12:50

얼마 전에 리넨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링크). 여름에는 역시 리넨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리넨은 그저 여름의 천으로만 말하기엔 좀 안타까울 정도로 그 활용의 폭이 넓긴 하다. 사실 리넨 이야기를 써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주제를 알아서 정하는 지면이라 좀 뜬금없이 리넨 이야기를 해서 그쪽에서도 별로 반응이 좋지 않긴 했다. 그래도 많이 읽어주세요. 리넨은 매우 좋은 천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세탁을 시작한 게 17세기 초보적인 위생 관념과 함께 리넨 셔츠가 보급된 덕분이래요. 그 전에는 문명에 일상복의 세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대요. 리넨은 이렇게나 훌륭한 업적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 글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메티스라는 "프랑스 적"인 천(프랑스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의 느낌, 이미지를 좀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지면이 좀 좁았다. 게다가 메티스라는 말을 가장 열심히 써먹고 있는 것도 미스터 프리덤이다. 즉 이 단어는 이제 빈티지 프렌치 워크웨어에서 프랑스 적인 특징을 이해해 보려는 데 보다는, 프랑스 인이 일본 레플리카 신의 영향 속에서 만드는 옛날 미국 옷에서 써먹기 좋은 단어다. 아무튼 크리스토프 르아론도 프랑스 사람이긴 하니까.

 

 

미스터 프리덤의 인디고 메티스 헤링본 트윌 데님 McKARSTEN 재킷. 슈가 케인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요새 샴브레이에 빠져있다. 빠져있다는 말은 좀 이상한데 샴브레이 천의 컬러, 촉감이 새삼스럽게 너무나 좋다. 샴브레이는 코튼이 만들어 내는 최고의 아웃풋이 아닐까.... 라고 말해 놓고 나니까 이것도 좀 이상한데 데님은 물론이고 캔버스, 옥스포드, 플란넬 등등 매력적인 것들이 많다. 어쨌든 샴브레이는 색은 데님보다 깊지 않고 촉감은 데님보다 거칠지 않지만 분명 거기에는 오묘한 색의 깊음과 표면의 거침이 있다. 물론이지만 저 온스 데님과는 가는 길이 전혀 다르다.

 

 

샴브레이도 역시 코튼 인디고 샴브레이가 좋음. 그레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인디고. 

 

이 사각거리는 느낌은 몸에 스칠 때마다 기분이 좋다. 훌륭한 천이다라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어두운 옷들과 매칭하면 인디고 샴브레이는 자연스럽게 어두워 보이고 밝은 옷들과 매칭하면 자연스럽게 밝아 보인다. 이 델리킷한 애매함이 바로 샴브레이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얼마나 좋았는지 저번 달에는 1/2 야드 원단을 구입해 봤다. 가끔 들춰보는 데 아무 하릴 없는 네모 천이 역시 상당히 근사하다. 물론 그냥 구경만 하려고 산 건 아니고 어디 구멍 났을 때 쓰려고 사긴 했다.

 

 

결론은 우리 함께 샴브레이를 입자고요.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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