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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리한나의 FENTY, 첫번째 컬렉션 혹은 첫번째 드롭

by macrostar 2019.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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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해도 변화의 모티브는 필요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가만히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뭔가 튀어나와야 변화는 의미가 명확해 지고, 자리를 잡고,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럭셔리 패션, 하이 패션의 정의, 용도, 역할이 변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멘턴이 필요하다. 예컨대 2015년 구찌와 발렌시아가에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뎀나 바잘리아가 들어간 이후 "하이 패션의 이미지" 자체의 변화가 가속화되었다. 더럽고 청키한 스니커즈 같은 건 이제 고급 부티크 진열장 위에 놓여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만큼 흔한 일이다.

 

케링이 저런 변화를 선도했다면 그 다음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 LVMH다. 루이 비통에 버질 아블로가 들어갔고 리한나는 자기 브랜드를 런칭했다.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은 과연 지금 시점에 모멘텀이 될 만한 충격을 줬을까. 펼쳐놓을 장이 더 커지고 제품의 무게가 무거워졌지만 아직은 아니다. 차라리 오프-화이트 쪽이 패션의 흐름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컸다. 여태 아닌 거 보면 앞으로도 가능성은 더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 되는데 그는 차라리 슬로건으로 쓰고 있다. 아이들이 나오는 광고, 여러분도 저처럼 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 뭐 물론 나쁘진 않다. 

 

그 다음은 리한나다. 첫 번째 "드롭"은 여러가지 펀치를 포함하고 있다. 일단 리한나 컬렉션은 파리의 팝업 스토어와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데 팝업 스토어는 과거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기엔 아직은 미심쩍인 부분이 있기 때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밝힌 바에 의하면 드롭 방식으로 컬렉션을 출시할 거고, 웹사이트를 통해서 판매할 거다. 앞으로 갈 날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될 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패션 위크에는 참가하지 않을 거 같고 패션쇼도 안할 거 같다.

 

예컨대 버버리는 기존의 캣워크 컬렉션과 드롭 방식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형 패션 위크에 참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알렉산더 왕처럼 자기 스케줄대로 처리하는 곳도 있다. 베트멍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우도 있다. 패션위크가 필요한가, 시즌 컬렉션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더해지고 있는 와중에 펜티는 그냥 밀고 나가 버렸다.

 

디렉터 영입이나 런칭이 발표되고, 어떤 옷이 나온다드라 소문이 돌고, 이미지 티저가 나오고, 패션 위크에서 컬렉션이 공개되고, 또 한참 기다려 매장에 들어가는 기존의 순서를 다 무시했다. 리한나의 펜티는 런칭이 발표되고 곧바로 컬렉션 이미지가 등장했고 또 곧바로 판매를 시작했다. 대신 지난 한 달 동안 뭔지 모를 옷을 자기가 입고 다니면서 티저를 뿌렸다. 이건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H&M의 협업 발표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일 따위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시대다. 당장 사지 못하면 6개월 뒤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거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리한나는 "지금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컬렉션으로 만든다고 했다. 그러므로 컬렉션은 여성복만 있다. 하지만 넉넉한 사이즈도 그렇고 리한나 자신도 남성복을 입는 걸 즐긴다면서 자기 컬렉션 역시 남성도 입고 싶으면 사가세요라고 말을 했다. 보그 UK 편집장 에드워드 에닌플은 팝업 스토어에서 자기가 입겠다고 리버서블 파카를 구입했다. 이건 남성복, 여성복 구별을 무의미하게 하려는 메시지다. 그런 점에서 다음 번 드롭에서는 남성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남녀 패션쇼 통합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기존 패션계의 조짐을 일순간에 앞당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면 스케줄과 형식의 측면에서는 모든 걸 뛰어 넘어 버리고 있긴 한데 이 컬렉션의 옷들이 훌륭하고 흥미롭긴 하지만 충격을 주는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많은 리뷰들이 이제 시작이니까...라는 말을 하고 있다. 뭔가가 등장해 사람들이 여전히 마음 속에 품고 버리지 못하고 있는 기존 패션이 가지고 있던 기준들을 싹 밀어내며 바꿔놓을 수 있는 상황이고, 아주 중요한 순간에 브랜드를 런칭했고, 그 점에서 리한나의 펜티가 매우 좋은 위치에 가 있는 건 분명하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리한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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