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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프랑스 옛날식 워크 재킷의 차이

by macrostar 2019.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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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질 때 쯤 되면 냉기가 사라지고 워크 재킷, 초어 재킷을 입기 알맞은 계절이 온다. 물론 벚꽃 필 때 쯤 부터 이미 지퍼 후드 같은 거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추위를 많이 타서 불가능. 하지만 이렇게 스케줄을 짜면 5월 오자마자 확 더워지기 때문에 입을 수 있는 주기가 상당히 짧아진다. 보통 한달, 계절 주기로 이번 시즌에 집중 소진 시킬 라인업을 몇 개 정해 순환 반복 착용을 하는데 올 봄은 워크웨어로 가고 있다. 게다가 자유직종에 종사하는 나 같은 사람은 옷을 통해 일한다!라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더 불어 넣을 필요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 나온 책 일상복 탐구(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그런 김에 미국과 프랑스 워크 재킷 이야기를 잠깐.

 

이왕 이야기를 꺼낸 김에 이런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이유를 잠깐 정리하자면 1) 구식 워크웨어는 재미있다 : 옷의 디테일이 주는 재미, 옷을 입어가면서 몸에 익숙해지고 낡는 재미를 느끼기에 아주 적합한 옷이다. 구조와 소재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2) 하지만 착장 코스프레에는 관심이 없다. 중요한 건 그런 옷을 현대적으로 사용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빈티지도 구할 수 있지만 마침 많은 브랜드들이 그대로 내놓고 있기도 하다. 복각도 있다 3) 거기에 더해 매우 현대적이다. 탈 패션 혹은 새로운 형식의 패션을 구성하는데 적합하다. 물론 꼭 좋은 소재로 잘 만들어진 고 퀄리티 복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정말 엉망이 아닌 한(예컨대 너덜너덜한 장식성 부자재) 다들 가지고 있는 재미가 있다 

 

 

이건 포인터 브랜드의 덕 코튼 초어 재킷. 초어 재킷은 데님, 히코리, 샴브레이, 코튼 트윌 등등 다양하게 나오지만 초어 재킷은 역시 덕 코튼이 아닐까 생각한다... 데님은 커버올(커버올은 일본에서 주로 쓰는 용어인데 맨 아래 사진 같은 옷) 쪽이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넓고 깊으니까. 물론 포인터 브랜드의 데님 초어 재킷도 상당히 재미있는 옷이다. 포인터 브랜드의 최근 근황에 대해선 쓴 적이 있으니까 참고(링크) 하시고.

 

커다란 4개의 주머니가 있고 보통 금속 버튼이 붙어있다. 아래 큰 주머니는 단추를 채우고 입고 있을 때 손을 넣고 다니기에 위치가 약간 애매하다. 어디까지나 물건 넣는 용이고 어쩌다 손도 넣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

 

 

프랑스 워크 재킷이라면 베트라의 몰스킨 no 4. 역시 트윌, 리넨 혼방 등 여러가지가 나오지만 프랑스 워크 재킷이라면 왠지 몰스킨...이라는 생각이 있다. 몰스킨은 두더지 가죽 따라 했다는 코튼인데 살짝 두껍고 부들부들한 느낌이 나는 그런 천.

 

또 프랑스 워크 재킷이니까 메티스(Metis = 코튼 35%, 리넨 65% 정도의 혼방)로 만든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50년 쯤 되서 아주 부들부들해진 메티스 워크 재킷은 그야말로 현장의 워크 재킷 느낌이 물씬 난다. 코튼도 그렇지만 리넨도 상당히 튼튼하고 오래가는 재질인데다가 답답한 거 싫어한다면 이쪽도 괜찮은 선택이다. 이외에도 드릴, 헤링본, 폴리 혼방 등등 재질은 무척 다양하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됨.

 

아무튼 프랑스 워크 재킷은 포인터의 미국식 워크 재킷과 거의 비슷한데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저 생김새는 르 라부어, 르몽생미셸, 당통 등등 수많은 브랜드에서 나오고 1940년대인가부터 나온 것들이 다 똑같게 생겼기 때문에 빈티지부터 신제품까지 세상에 잔뜩 쌓여있다. 예전에는 농부나 야외 노동자들은 파란 색, 공장에서는 까만 색을 입었다는 데 요새는 다양한 컬러를 만날 수 있다. 그래도 파란 색이 가장 대표적인데 베트라의 하이드론이나 부가티 블루 컬러 등 짙고 살짝 보라빛 느낌도 도는 색이 인기가 많은 거 같다. 베이지, 카키 컬러의 바지랑 잘 어울리는 데 청바지가 많다면 다른 색을 고르는 게 좋을 거 같다.

 

커다란 주머니 3개에 내부 포켓, 플라스틱 버튼은 비슷한 데 베트라의 넘버 4 재킷의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이 손목 커프스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뭔가 이거 어쩌지... 라는 느낌이 든다.

 

손목 조절이 안되면 면은 그나마 어떻게든 되는데 울은 이렇게 된다...

 

베트라의 다른 제품이나 다른 회사의 경우 보통 단추 같은 게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아래 주머니는 포인터 브랜드 쪽보다는 손을 넣기엔 편한데 원래는 도시락(샌드위치) 같은 걸 넣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옷의 주머니란 툴박스의 기능을 하기 마련이라 뭐든 넣고 다니기 좋은데 프렌치 워크 재킷을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분이라 할 수 있는 사진작가 빌 커닝햄이 이 빈티지 재킷을 현대적으로 사용하는 좋은 예시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둘은 어깨와 가슴폭이 요새 다른 옷들과 비교하면 조금 다른 데 상대적으로 어깨가 넓고 허리가 좁다. 예컨대 미국 38사이즈가 어깨 48에 허리 53 막 이러함. 옛날 워크 재킷의 특징인데 막상 입으면 그렇게 이상하진 않다. 그래도 현대적으로 다시 만든 구시대 워크 웨어 기반 옷들을 보면 어깨 45에 허리 54 이런 식의 평범한 비율(일본 레플리카 유행 이후의 어깨 허리 비율)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목 부분이다. 어깨에서 목, 카라로 이어지는 부분.

 

 

보다시피 포인터 브랜드는 카라가 꽤 넓고 상당히 위로 올라와 있다. 즉 카라가 목도 덮는다는 느낌으로 맨 위 단추를 풀고 있어도 안에 입은 셔츠 같은 것들은 속에 묻힌다. 처음 입으면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약간 어색한데 이런 스타일의 옷을 별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목 뒤가 햇빛에 타는 걸 막아주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가 생긴다(그런 기능을 더한 농장 워크웨어들이 꽤 있다).

 

이에 비해 프랑스 발 워크 재킷은 카라가 좁고 훨씬 아래 내려와 있다. 위 사진은 르라부어 제품으로 손목에 단추도 있고 주름도 잡혀 있다. 이쪽 역시 상당히 애매한 선을 만드는 데 좌우 부분의 카라는 드러나는 데 앞 부분 단추는 생각보다 위로 올라와 있다. 예전에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는데 그것과 느낌이 상당히 비슷하다. 즉 육체 노동용이라기 보다는 점원용 유니폼이라는 인상이 상당히 강한데 이건 아무래도 미국 옷에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어깨-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미국, 프랑스 인과 한국인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쪽 사람들은 몸통이 훨씬 두껍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옷을 입었을 때 나오는 차이가 두드러지고 또 목 부분은 몇 센티미터만 올리고 내리고 해도 인상이 꽤 달라진다. 사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5버튼 워크웨어보다 3버튼 워크웨어가 (그나마) 더 인기가 있는 걸 수도 있다. 아무래도 이쪽이 더 익숙하기 때문에.

 

아무튼 옛날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단추를 끝까지 채운 사람들이 많고 셔츠가 위로 드러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둘이 생긴 게 꽤 비슷하지만 입었을 때 느낌은 나름 다르다. 둘 다 재미있는 옷이고 스테디하게 사용할 옷으로 딱 맞다. 보다시피 이런 옷들은 극히 단순한 모습이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몸의 쉐이프를 잡아주면서 딱히 고장날 데도 없다. 약간 주의할 건 프렌치 워크 재킷에 프렌치 워크 바지, 미국 워크 재킷에 미국 워크 바지 이렇게 가면 뭔가 코스프레의 느낌이 짙게 풍길 수 있다. 알맞은 조절이 필요함.

 

선택의 경쟁자로 트러커나 커버올이 있을텐데 트러커는 총장이 짧아서 느낌이 좀 많이 다르고 커버올은 코트에 가깝고 보통 8~10oz 정도의 라이트 데님으로 만든 게 많기 때문에 살짝 펄럭거리는 느낌이 있다. 커버올은 초어 재킷에 비해 아무래도 더 크고 특히 아래 주머니가 매우 커서 뭐든 쓸어 담아 넣을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다. 위 사진은 웨어하우스의 2112. 2112는 라글란이고 2110은 보통 재킷처럼 어깨 라인을 따라 붙어 있는 거다. 

 

어쨌든 이렇게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고 써먹을 데도 많고 편한 옷이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도 파는 곳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포인터 브랜드도 르 라부어도 이젠 직구를 해야하는 게 많다. 데님 트러커의 인기가 끝없이 계속되는 걸 생각하면 약간 안타까운 일이다.

위 사진을 보면 단추를 두 개씩 풀어놓고 있다. 5버튼 프렌치 워크웨어를 입고 다녀볼 생각이라면 이 부분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아무튼 입자고요 워크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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