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2019.04.04 15:46

우리는 옷을 사 입는다. 아마도 멋지게 보이고 싶고 예쁘게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적어도 촌티나게 보이고 싶지는 않은 정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을 해도 입고 나간 옷을 보고 누군가 멋지다고 하면 왠지 기분이 좋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걸 위해서 패션이 있다. 그리고 유행이 있다. 때로는 친구들과 비슷한 느낌의 옷을 입으며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동료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패션과 유행은 관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유행을 쫓고 또 어떤 사람들은 유행을 일부러 거스른다. 양쪽 다 그게 자기한테 어울리고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패션은 개취(개인 취향)의 세상인데 자기가 좋으면 그걸로 된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에서 말한 이야기는 옷을 사고, 입고 하는 일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짧은 문장들 속에는 상당히 많은 숨겨진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멋지게”, “예쁘게”라는 건 뭘까. “촌티나는"건 또 뭘까. 패션과 유행은 뭘까. 막상 그게 뭔지 정의를 하려고 하면 생각이 애매해진다. 물론 패션 교과서나 백과 사전에는 그게 무엇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나와있다. 문제는 그 틀을 알 수는 있어도 그 내용은 계속 변한다는 거다.

 

몇 십 년 전 사진을 보면 다들 촌티나는 옷을 입고 있다. 그때는 그게 아마도 멋진 옷이었을 거다. 또 지금 우리가 멋지다고 입고 있는 옷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촌티나는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물론 때로는 그렇게 촌티나던게 다시 멋지게 보이기도 한다. 촌티나지 않으려고 멋진 옷을 입는다고 했는데 이래가지고는 앞뒤가 맞지 않다. 영원히 멋있는 걸 찾는 사람들도 어딘가 있을지 모른다. 찾아낼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도 나름의 재미가 있을 거다.

 

이게 패션의 특징이다. 답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을 순위대로 나열해 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기는 뭐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도 크게 보면 별 의미가 없다. 그게 뭐가 멋있냐면서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무수하게 많다. 즉 모두들 각자의 삶이 있고 취향이 있고 살고 있는 곳의 환경(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이 많이들 입고 다니는 옷도 포함된다) 그건 다 다르다. 다 다르지만 우리는 좀 더 멋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싼 옷을 사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엉망진창인걸 견디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 엉망진창이 바로 인간이 서로 다르다는 다양성의 산 증거다. 다 똑같게 하고 다니는 게 뭐가 재밌냐, 그게 사는 거냐라는 반발이 바로 패션이다.

 

사실 인류가 패션을 즐기게 된 건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진 않다. 일단 생존과 가난이 해결되어야 한다. 내일 먹을 밥이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옷 같은 데 소중한 재산을 마구 쓸 수는 없을 거다. 이 문제가 그나마 해결된 게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에나 좀 찾아왔다. 그걸 1950년 쯤이라고 해도 인류의 많은 이들이 패션을 즐기게 된 게 100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패션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쉼없이 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아무튼 재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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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광식

    동서양을 막론하고 패션의 역사는 아주 길다고 생각합니다.마야문명 때에도 벽화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의복과 장식들,프랑스 영국 등 서양 국가들은 귀족들의 드레스나 장식,보석 등 한국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다양한 한복과 그를 꾸미는 다양한 장식들과 원단이 있었죠.단순히 기능의 역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시대의 패션은 상류층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2019.04.20 19:28 [ ADDR : EDIT/ DEL : REPLY ]
    • 1) 인류가 꾸밈, 장식 활동을 시작한 건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 사이 어딘가 일 겁니다. 그게 궁금하신 거라면 역사책이나 패션 역사책 앞부분을 보면 자세히 나와 있을 겁니다. 2) 패션 디자이너가 뭘 만들어 놓고 소비자들이 고르는 식으로 패션 산업이 시작된 건 1850년 경 정도입니다. 3) 위에 글에 쓴 바 "인류가 패션을 즐기게" 된 건 2차 대전 대량 생산 이후입니다. 그전에는 비싸서 "즐길 수" 있는 건 극소수 뿐이었습니다. 4) 장식, 꾸밈과 현대 패션의 다른점에 대해 생각해 보신 다음 유니클로 매장에 가보시면 옷이 조금 더 재미있을 겁니다. 또한 장식, 꾸밈과 현대 패션이 어떻게 다시 만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신 다음 디올이나 구찌 매장에 가보시면 역시 옷이 조금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5) 바로 지금, 고급 패션을 이끌어 가고 있는 건 이전의 "상류층"이 아닙니다. 6) 그리고 아마도 아시겠지만, 이 글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패션의 역사가 아닙니다.

      2019.04.20 20:0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