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2019.02.14 16:07

포멀 웨어의 해체와 스트리트 패션의 주류화는 예컨대 옷의 보다 자유로운 착장을 이야기한다. 이건 예전보다 더 편하고 기능적인 옷을 입는다는 걸 뜻하기도 하고, 다양성이라는 모토 아래 서로 입고 싶은 걸 알아서 잘 입고 그걸 서로 상관하지 않든가 아니면 존중하든가 하는 걸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스트리트 패션은 또한 로고의 패션이기도 하다. 혹은 아이코닉한 무엇의 패션이기도 하다. 누가봐도 알 수 있는 그 브랜드의 것. 이건 기존 하이 패션과 다르게 구별점이 모호하고 그러므로 구별점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할 필요에 의한 거기도 하다. 이 구별점은 나이키의 레트로 리이슈 콜라보처럼 은근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혹은 아주 대놓고 이전과 다르다는 걸 내세우기도 한다. 뭐든 알 수 있는 사람은 알 수 있으면 된다. 




어차피 "알 수 있는 사람"이어야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제 조건은 상당히 중요하다. 트렌드는 관계와 맥락을 바탕으로 한다. 전혀 아무런 관계와 맥락이 없는 사람과는 서로 아무리 자기네들끼리는 멋진 옷을 입었다고 해도 어떤 유대 관계도 만들지 못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로벌 SNS의 활성화 덕분에 이 맥락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옷을 입은 사진만 봐도 아, 나의 동료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관계는 구속력이 크진 않다. 어차피 각자의 만족감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 모호한 구성원들은 하이 패셔너블함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보다 더 트렌드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맥락을 벗어나면 서로 못알아 듣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표식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부가 : 사실 이건 약간 수준과 깊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은 여전히 과도기라 할 수 있고 그러므로 양과 질 모두에서 조금 더 깊어지면 선문답을 하듯 로고 없이도 멀리서 누군가 감탄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이 새로운 패션의 시대는 이 상태를 강화함으로 더 재미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예전의 레이 카와쿠보, 마르지엘라, 헬무트 랑, 맥퀸 등으로 이어진 기존 패션의 소위 아티스틱한 재해석 비슷하게 스트리트 웨어를 보다 극적으로 몰아가는 건 아마도 조만간 등장하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타이밍이 아니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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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후덜덜

    다른 이야기이고 극단적인 얘기겠지만...계층간격이 브랜드의 로고로 인해 시각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섭네요.

    2019.02.14 16:14 [ ADDR : EDIT/ DEL : REPLY ]
  2. MH89

    오늘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 보네요. 항상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블로그 글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독했었어요. 고개를 주억거릴 만큼 공감되는 글도 많았고, 가독성도 너무 좋아 시간 날때마다 틈틈히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쩌다 보니 책도 샀구요...ㅎㅎ 온라인 상이지만, 앞으로도 자주 뵙고 싶네요😊 오늘도 좋은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2019.02.20 04:0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