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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복원, 복구, 수선 등등

by macrostar 2019.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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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Restoration, Restore, Cleansing, Washing, Repair 이런 걸 찾아보면 복원, 복구, 수선을 하는 영상이 무수하게 나온다. ASMR 비슷하게 조용하기 때문에 심심찮게 틀어놓고 본다. 사실 옷만 있는 게 아니다. 플리 마켓에서 산 칼, 도끼, 어딘가 공장 선반에 얹어져 있었을 거 같은 무쇠로 만들어진 공구 등등 무수하게 많은 종류의 녹슨 쇠 덩어리들을 가져다 갈고 닦고 다듬어 반짝반짝 빛나게 만든다. 복원에 사용하는 기기들을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류 쪽에는 아무래도 가죽 구두가 많다. 좋은 구두는 거의 모든 부분들이 완벽히 대체가 가능하고 구멍이 뚫린 게 아니라면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난 몇 켤레의 구두를 구멍이 나서 버렸다... 스타일포럼이었나 30불 이하로 이베이에서 구두를 구입해 복원하는 대회 같은 걸 하기도 한다. 물론 네임드 브랜드의 그 정도 가격이면 아주 형편없이 엉망이 된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 수선에 돈이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아무튼 보면 철, 면, 나일론 같은 것들이 주된 수선의 대상이다. 이해가 쉽고 원재료가 튼튼하다. 고어 텍스 같은 거 안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이벤트 같은 건 오래 되면 하얀 가루 같은 게 막 떨어지기도 한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옷은 거의 모두 유니클로 매대나 중고로만 구입하고 있다. 옷이 너무 비싸서... 그렇지만 꼭 보고 확인해야 하고 싶은 것들도 있어서 중고 장터를 한참 뒤지고 다니게 된다. 레플리카 같은 책을 쓸 땐 덕분에 꽤 많은 비용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것도 확인을 할 수 있는 정도나 가능하지 아주 비싼 건 어림도 없다. 


상태가 불량하지만 괜찮은 옷이고 어떻게 고쳐쓸 수 있을 거 같은 걸 구입하기도 해봤다. 피곤하지만 고쳐서 즐겁기도 하고, 혹은 이것저것 해보다가 결국 그냥 버린 것도 있다. 옛 주인을 잊고 함께 살아보자 기약했지만 이렇게 포기할 때면 역시 조금 슬프다. 


이렇게 중고로 옷을 구입하다보니 면과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같은 걸 선호하게 된다. 어쨌든 고칠 수 있고 물에 빨면 되는 것들이다. 울이나 가죽은 좀 어렵다. 울은 자체 복원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좀을 먹거나 형편없이 관리된 오래된 거라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가죽은 더하다. 양쪽 다 냄새 배면 잘 빠지지도 않는다. 


면, 나일론, 폴리 쪽도 문제가 있는 건 많다. 평범하게 입는다면 도저히 생길 수 없는 이상한 뒤틀림, 망가짐을 보게 된다. 지독한 냄새가 날 때도 많은데 사실 업자들이 파는 제품이라면 소독약 냄새 쪽이 많다. 예전에 샀던 어떤 나일론 자켓은 세제에 밤새 담가 놓고, 헹굼 탈수를 몇 번을 돌리고, 뒤집어서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걸어놓고 며칠을 말렸지만 그래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독하진 않지만 기억 속의 그 냄새가 종종 올라온다. 이런 거에 하도 익숙해지다 보니까 요새는 중고 옷 사진만 봐도 냄새가 나는 거 같다.


신발이나 구두는 거의 사지 않는다. 예전에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특히 가죽이라면 이게 어느 이상 뒤틀리면 밑창을 뜯어내는 등의 대규모 수선이 있지 않는 한 복구가 불가능한 거 같다..그러면 비용이 너무 든다. 운동화는 다 누가 준거다. 이들 덕분에 내 발이 아직도 잘 작동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사실 예전에 아주 오래된, 수선집에서 수선을 했는데 잘못해서 신고 나가면 허벅지에 알이 배기는 구두를 신고 나갔다가 도저히 다닐 수가 없어서 무인양품에서 운동화를 산 적이 있다. 좋긴 한데 답답하거나 머리 안 돌아갈 때 몇 킬로미터씩 걸어 다니는 나 같은 사람의 패턴을 버틸 종류는 아닌 거 같다. 반년 만에 뒤쪽이 엉망이 되었다. 사실 예전에 구입했던 반스 오센틱도 비슷한 운명을 걸었었다. 


다시 수선으로 돌아가면 지퍼 같은 건 재미있다. 예전에 프마앱 열심히 해서 아마존 기프트 카드 모으던 시절 지퍼 레스큐의 YKK 리페어 킷을 산 적이 있는데 몇 군데에 유용하게 썼었다. 물론 다 뜯어내고 새 지퍼를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생각은 할 수 있는 건 하고, 꾸준히 하고, 못하는 건 포기하는 거다. 투여해야 할 비용과 시간을 계산해 보는 것도 괜찮다.




영상을 보면 매우 쉽게 척척해내는데 이렇게 쉽게 일이 돌아가진 않는다. 뭐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 지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올해는 냄새도 복구도 좀 지겨워 아무 것도 사지 않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당장 벗고 다녀야 할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있는 거나 열심히 닦고 빨면서 쓸 생각이다. "새로 구입했는데 형편없이 낡은 옷"이 이제는 약간 지겹기도 하고. 옷이란 그냥 입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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