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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라프 시몬스가 캘빈 클라인을 나간다

by macrostar 201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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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캘빈 클라인의 모기업 PVH의 CEO가 캘빈 클라인의 투자 대비 매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트윗에도 잠깐 썼었는데(링크) 이상 기류가 11월 쯤부터 나돌기 시작했고 그걸 드러내는 순간 라프 시몬스가 나가는 게 발표되었다. 결정 절차가 상당히 빠르군. 205W39NYC로 리뉴얼하는 데 돈이 너무 든 건가 싶기는 한데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라프 시몬스 - 캘빈 클라인의 좋았던 점은 이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를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의 유럽풍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상한 필터를 거치면서 상당히 낯은 익지만 어딘가 기묘한 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누가 피자맨을 죽였는가라는 영화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링크) 바로 그 느낌과 상당히 흡사하다. 외부인이 본 미국의 모습, 미국의 외곽 중소 도시, 의미를 알 수 없는 벌판, 황량함 등등. 안에 사는 사람들은 거기서 살고 있으니 너무나 익숙하겠지만 바깥의 사람들이 보면 그 광활함과 황량함이 일종의 공포 혹은 매력을 만들어 낸다. 라프 시몬스는 이걸 상당히 잘 드러냈고 그게 꽤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라프 시몬스 - 캘빈 클라인의 컬렉션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캘빈 클라인이라는 회사가 최상급 디자이너 라벨의 유니크함과 즐거움만 가지고 계속 가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특히 진과 언더웨어가 굉장한 매출을 만들어 내는 회사다. 뉴스를 보니까 PVH에서 205W39NYC와 CK 진, 언더웨어의 디렉터 분리를 제안할 거 같지만 라프 시몬스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던데 아무튼 결론적으로 협상은 실패했나 보다. 결국 하이 엔드 부문을 기준으로 놓고 아래를 재편해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은 일단 실패다.


저런 기묘한 패션쇼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약간 아쉽긴 하지만 저런 거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딱 이 정도, 2년, 아닐까 싶기도 하고. 조금 더 규모가 작았으면 더 나아가 깊은 무언가에 도달할 수 있었을 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라프 시몬스를 불러올 수 없었겠지. 결론적으로 운과 타이밍이 어떻게 맞아 떨어져 저런 걸 선보일 수 있었고 저런 걸 볼 수 있었으니 다들 운이 잠깐 좋았던 거고 그걸로 됐다. 


라프 시몬스야 어디서 뭔가 할테고 캘빈 클라인이 누굴 데려올 지 좀 궁금하다. 혹시 디자이너라면 지금 분위기로 보면 중저가 시장에서 능력을 입증했던 사람이어야 할텐데 마크 제이콥스나 알렉산더 왕? 글쎄 누가 있으려나... 신인을 발굴할 타입의 회사는 분명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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