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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웨이퍼의 알파 N-3B 슬림핏 이야기

by macrostar 2018.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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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원래 크게 생긴 옷이 있고 그런 건 크게 입는 게 제 멋이다(링크)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슬림핏 이야기. 알파의 N-3B는 오리지널을 제외하고도 나라별, 핏별, 컬러별 버전이 너무나 많아서 뭐가 뭔지 한 눈에 파악이 어려운데 그러면서도 그냥 보면 다 그게 그거라는 점이 매력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옷이다. 


오늘 이야기할 건 일본의 웨이퍼(Waiper)에서 팔고 있는 버전 이야기다. 한국 버전하고의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웨이퍼는 로스코, 휴스턴, 알파, 아비렉스 등 밀리터리 제품을 파는 회사다. 쇼핑몰 같은 것도 운영하고 있다. 가끔 이베이나 중고 매장에서 보고 houston 제품을 검색하면 미국 휴스턴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앞에 waiper를 넣으면 그래도 좀 찾을 수 있다. 휴스턴을 원래 내놓고 있는 회사는 일본 회사인 유니언 트레이딩인가 뭐 그렇다. 1970년대에 시작한 일본 자체 브랜드고 오다 유지 개파카로 유명하다. 아무튼 houston union 찾는다고 검색이 잘 되지는 않기 때문에 뒤적거리다가 웨이퍼...


N-3B 가격을 보면 로스코가 1만엔 대, 휴스톤이나 알파가 2만엔 대, 휴스톤 골드인가는 조금 더 비싸고 아비렉스 미국제는 더 비싸고 그렇다. 알파 미국판이라면 그것도 또 가격이 높겠지. 일본이 옷 가격이 좀 많이 비싸서(전반적으로 보자면 레인지가 넓다) 노스페이스 다운 파카 가격 같은 거 보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한국에서는 알파 슬림핏을 10만원대 초반 정도에 파는 거 같다. 


라쿠텐 등에서 리뷰를 보면 재미있는 게 이런 아우터는 아무래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 쓴 이야기가 많다. 즉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청바지 페이딩 이야기도 보면 엉덩이 부분이 먼저 닳는 사람은 자전거 타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여기보다는 따뜻한 곳이라 추위 문제에 대한 허들은 더 낮다. 홋카이도에서 육체 일하는 사람의 리뷰를 본 적 있는데 괜찮다고 한다. 땀 범벅으로 계속 쓰다가 버리고 교체... 뭐 이렇게 입는 사람이든데 리뷰는 재미있고 유용했지만 사진은 좀 지저분했기 때문에 링크는 생략. 


알파의 슬림핏 버전도 컬러 종류가 무척 많은데 올해 나온 걸 보면




이런 컬러들이 있는데 슬림핏 버전에는 20094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 자기네들 태그에 적혀 있는 거니까 그렇게 큰 의미는 없는데 예컨대 한국 오픈 마켓에서 저렴하게 파는 걸 발견했는데 이게 뭐지 싶을 때 유용하다. 위 제품들은 모두 갈색 퍼(폴리에스테르 중심의 혼방 털이다)가 붙어 있고 안감과 바깥면 컬러가 같다. MA-1처럼 강렬한 주황색 버전을 예전에는 꽤 볼 수 있었는데 올해 라인업에는 없다(링크).


그런가 하면 올 블랙 버전도 있다.



위 컬러 버전과 함께 있어도 될 텐데 굳이 따로 빼놨다. 이름은 20094-7401도 있고 7201도 있는데 뭐가 다른 지는 모르겠다. 이 둘을 포함해 슬림핏 버전의 가격은 모두 같다. 안과 바깥 모두 까맣게 되어 있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건 그렇고 팔에 달려 있는 빨간 태그는 대체 왜 주는 건지 모르겠는데 열쇠 고리로 쓰려고 해도 너무 조악하고 거추장스럽다. 대롱대롱 달고 다니고 싶은 생각은 전혀 안 들고... 쇼트 보면 어깨 패치 같은 거 붙어 있기도 하던데 그런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음.


아무튼 바깥 면은 그게 뭔지도 모르지만 공단 천(?)이라는 이름이 절로 떠오르는 반짝이는 나일론이고 안감도 비슷한 나일론이다. 플라스틱 단추, 상당히 억세고 큰 지퍼가 있고 목 부분, 후드 안 부분에는 보아 라이닝이 붙어 있다. 머리를 통해 빠져 나가는 열이 가장 큰 문제다라는 대전제를 놓고 보면 훌륭하다. 사실 옷 가격의 반은 머리에 몰려 있지 않을까. 지퍼를 비롯해 군데 군데 붙어 있는 패치들이 있는 데 소가죽이다. 뭐하러 굳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그렇다. 가죽이든 뭐든 전반적으로 부자재들은 상당히 조악한 느낌이 든다.


슬림핏 N-3B에서 웃기는 부분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담배 주머니 부분.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펜 홀더에 가짜 총알 같은 걸 넣어서 모양을 만들어 놨다. 빼려면 뺄 수 있는데 그러기엔 좀 귀찮은 구조이긴 하다. 역시 뭐하러 굳이...의 세계다.


이렇게 조악하지만 방풍의 측면에서 보자면 꽤 괜찮다. 일단 좀 길고 목, 손목 등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잘 막아준다. 기존 N-3B에 비하자면 보온재가 그렇게 많이 들어있지 않아서 상당히 얇은 편인데 안에 스웨터나 플리스 입으면 영하 4, 5도까지는 큰 문제 없이 입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를 탄다면 그런 면은 좋겠지만 이렇게 긴 옷은 거추장스럽지 않을까 싶은데 리뷰를 보면 이 정도면 오케이의 분위기가 흐르는 거 같았다.


한파에 입을 옷도 아니고 원래 정가로 사기에도 좀 그렇지만 어디서 저렴하게 파는 게 보인다면 쓸모가 많고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괜찮은 옷이 아닐까 생각한다. 슬림핏이라 유니클로 아우터와 같은 사이즈를 사는 게 맞는 거 같다. 겨울 옷이라 좀 크게 입어야 혹시 안에 뭐 껴입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애초에 한파에는 무리다. 그리고 슬림핏으로 나온 거라면 또한 슬림핏으로 입는 게 이 옷을 만든 사람이 생각했을 그 어떤 세계를 생각해 보는 데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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