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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셀린느(Celine)란 과연 무엇일까

by macrostar 2018.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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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란 과연 무엇일까. 원래 CÉLINE였는데 에디 슬리먼이 들어가면서 CELINE라고 바꿔버리는 바람에 귀찮아서 CELINE라고 쓰면서 마음 한편에 어떤 부담을 가지고 있던 건 없어졌다. 그리고 참고로 셀린이라고들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셀린느로 쓰는 이유는 수입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셀린느라고 쓰기 때문이다.



아무튼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에 들어가서 첫번째 쇼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예상했을 바로 그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맨날 하던 걸 또 했다. 버버리에 들어간 리카르도 티시나 루이 비통 남성복에 들어간 버질 아블로 같은 사람들과도 다르다. 이분은 언제나 그랬듯 디올 옴므, 생 로랑, 셀린느까지 자신의 길의 연장선을 늘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셀린느는?이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전에 셀린느는 과연 무엇인가.



셀린느는 1945년에 파리에서 셀린 비피아니가 남편과 함께 차린 브랜드다. 초창기 럭셔리 산업을 개척한 브랜드 중 하나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 신발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1960년대 들어 레디 투 웨어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옷은 스포츠웨어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 많은데 비해 동시에 가방 등 고급 가죽 제품도 함께 내놨다.


1987년부터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가 주식을 매입했지만 가만히 두고 있었고 1996년에 LVMH 그룹으로 편입이 된다. 1997년 셀린 비피아니가 사망하면서 마이클 코어스가 디렉터 자리를 맡게 된다. 이후 마이클 코어스가 자기 브랜드를 열심히 하려고 떠나고 몇 명의 디자이너들이 임명되었다가 2008년 피비 필로가 디렉터로 임명된다. 셀린느는 쿨 미니멀 트렌드라 부르기도 하는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에디 슬리먼이 오게 되었다.


피비 필로 시절.


아이 구두, 스포츠웨어, 페미니티 인 럭셔리, 쿨 미니멀 등 여러가지 콘셉트를 거쳐오긴 했지만 사실 셀린느라는 이름 아래 뚜렷한 이미지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물론 "멋지고 주체적인 현대 여성의 패션" 뭐 이런 하나마나한 소리에 사실 한동안 꽤나 어울리는 브랜드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셀린느는 아니다. 그렇지만 피비 필로의 이미지가 매우 강한 상태이긴 했다. 그런 게 다른 데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보그는 이번 패션쇼에 에디 슬리먼이 돌아왔다며 이젠 네 엄마의 셀린느가 아니야라는 문구를 붙였다.


몇 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있는데 특히 남성이 입은 옷은 모두 유니섹스로 여성이 입을 수도 있다. 저렇게 마른 모델들만 데려왔는데 당연한 결과다. 아무튼 셀린느가 뭐든 이 컬렉션에서 아쉬운 건 새로운 셀린느는 차치하고 새로운 에디 슬리먼마저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엄마의 셀린느를 집어 치우고 가져온 건 삼촌과 이모의 셀린느다. 슬림, 스키니, 시크, 엣지, 블랙 앤 화이트, 앤드로지너스, 섹시, 록앤롤 베이비~. 드레스도 반짝거리고 구두도 반짝거린다. 요새 세상을 뒤엎고 있는 "못생긴" 거 따위에는 자리가 없다. 멀지 않은 과거의 그때 그 분들이 매우 잘 아는 게 나왔다. 2018년에 열린 이 박제 같은 패션쇼를 보고 좋아하는 삼촌과 이모들이 이해가 가긴 한다. 다만 궁금한 건 에디 슬리먼은 왜 일찌감치 에디 슬리먼을 런칭하지 않았냐는 거 정도다.


물론 에디 슬리먼이 꼭 피비 필로의 셀린느처럼 새로운 여성 패션상을 제시하고, 다양성과 신체 긍정 주의 같은 부분에 대해서 미래 지향적인 입장을 취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혹시나 반전이 있지 않을까 조금은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역시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LVMH가 셀린느로 데려왔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걸 욕하는 시간에 피비 필로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거나 또한 비슷한 비전을 가진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등장해 이 미래를 더욱 전향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길 기대하는 게 훨씬 생산적인 일이다. 


명민한 브랜드를 하나 잃은 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또한 에디 슬리먼은 2018년 즈음에 이런 옷을 대체 누가 입을까 구경하는 재미를 우리에게 준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생 로랑 구제품들도 여전히 찾을 수 있을텐데. 사실 생 로랑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걸 보면서(로고의 교체, SNS와 매장에서 전임자의 흔적을 지움, 똑같은 옷) 이것은 혹시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커다랗고 아주 비싼 자학적 조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진 못하고 있다. 그렇게 웃긴 사람인 거 같진 않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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