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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지속 가능한 옷 생활

by macrostar 201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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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지속 가능성 위에 놓여서 지구 환경에 도움은 못 될지라도 망치는 걸 가속화 시키는 역할은 하지 않아야 되겠지만... 여기서 제목에 쓴 지속 가능성은 리사이클링 - 업사이클링의 지속 가능한 패션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한 데일리 웨어 라이프를 말한다. 



물론 의도를 하든 하지 않든 거의 모든 인간은 지속 가능한 옷 생활을 한다. 누구나 다 평생 + 매일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옷을 고르고, 사고, 관리를 해야 한다. 돈이 엄청 많거나,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저렴한 일회용 의복 세트가 대중화되어 관리가 빠져버릴 가능성은 좀 있다. 


홍콩인가 어딘가 다 나가서 사먹어서 부엌 없는 집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이건 부엌 있는 집세 vs 부엌 없는 집세 vs 밥을 차려 먹고 치우는 시간과 에너지를 포함한 비용 vs 나가서 사먹는 비용에서 결정된다) 세탁, 관리 활동이 다 외주화될 가능성이 있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니까 지금 염두에 둘 문제는 아니다.


아무튼 평범한 의복 생활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패션, 트렌드에 너무 치이면 나가 떨어지기 쉽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트렌드는 점점 더 빨라지고 지금 이 시점 최신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가격도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 생각 없음도 문제다. 무신경은 사실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무신경은 대부분 가격에 천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면 안되는 옷을 사고, 계속 입어야 할 옷을 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이 나라의 사계절은 굉장히 극적이라 별 생각없이 대처하다가 큰 화를 입는다. 또한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무신경이라고 해도 특유의 에너지 소모가 있다. 상당히 열심히 옷과 비지니스, 패션과 세계 경제의 흐름 등에 대해 대강 눈치는 채고 있어야 무신경의 방향도 제대로 결정된다. 


유니클로나 GU, H&M처럼 "삶을 아주 피곤하게 하지 않을 만한 + 거의 모두 다 있는" 브랜드를 정해서 모두 다 그걸로 끝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뭐 나쁘진 않는데 세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은근 신경 쓸 일이 있다. 찾고 있는 대안이 저 브랜드에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가 막상 닥치면 상당히 피곤해 진다. 게다가 인간의 취향은 생각보다 쉬이 지친다. 가끔 뭔가 번뜩이는 걸 입고 싶기도 하고 뭐 그러다 보면 커버해야 하는 레인지가 점점 넓어지고 그러다 보면 에너지 소모가 과도하게 되어 애써 쇼핑 방식을 성립한 보람도 없이 말짱 하나마나한 짓이 된다.


결국 삶에서 옷에 투자할 적절한 에너지 분배 비율을 정하고, 마찬가지로 적정 비용을 정하고, 적절한 스타일링과 취향의 방향을 정하고, 옷장을 어느 정도 크기로 관리할 지를 정하고, 거기에 뭘 넣을 지를 정하고, 그 다음 그걸 가지고 루틴을 빙빙 돌리면서 최상의 균형점을 찾는 '지속 가능한 옷 생활'은 상당한 초기 진입 비용이 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아가면 어느 순간 돈오를 해서 집착과 번뇌가 사라지며 부처가 된다든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언제나 생각하는 게 예컨대 자유로운 생활을 하겠다고 아무 때나 밥을 먹고 아무 때나 잠을 자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고 졸음이 오게 된다. 즉 자유로운 생활은 삶의 일정 시간을 규칙적으로 밥과 잠에게 내주는 데서 시작한다. 줘야 할 걸 줘야 나머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옷 생활도 마찬가지다. 멋지게 살고 싶든, 멋짐과 아무 관련이 없이 살고 싶든 일정 크기의 시간과 비용을 내줘야 한다. 뭐 요새 이런 생각을 곰곰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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