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8.04.06 23:55

어제 북토크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올렸었는데(링크) 두 번의 북토크에서 모두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레플리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걸 알리가 있겠습니까만 변수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뉴팩트에서의 강연은 스트리트 패션의 형성에 대한 내용에 집착하느라 레플리카의 영향에 대한 부분을 간과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좀 꼬인 경향이 없지 않고 그런 게 역시 아쉬워서 A/S의 느낌을 겸해 써봅니다. 변명을 해보자면 제가 사람 수보다는 공간의 크기에 더 약한 거 같습니다. 


아무튼 무의미한 바람이지만 어제 오셨던 분들이 이 글을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북토크에서 단편적으로 대답한 건 생략하고 약간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네펜테스 작년 룩북. 벚꽃 시즌이니까...



레플리카가 만들어 낸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제작의 측면에서 보자면 : 일상복의 완성도를 높일 계기가 생겼습니다. 하이 패션 - 일상복 구도에서 높은 완성도의 옷이란 본래 하이 패션의 덕목이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완성도, 물론 하이 패션의 장인과는 약간 다르지만, 의 제품이 생겨났습니다. 핸드 메이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공을 들인 제품들도 많죠. 이렇게 하이 패션 고유의 덕목이 일상복에도 있게 되면 비교 우위를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다른 전략들이 더 필요해지죠. 


그리고 책에서도 이야기했듯 복각을 하는 브랜드와 복각을 기반으로 다른 걸 만드는 브랜드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비의 측면에서 보자면 레플리카가 만들어 낸 몇 가지 옷을 즐기는 방식이 있습니다. 제작의 완성도를 경험하고 느끼는 것과 페이딩 같은 경년 변화를 즐기는 거죠. 이 둘은 레플리카 옷에서는 한데에 있겠지만 이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각각이 조금씩 다른 패션 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선 완성도를 보자면 워커스의 제품 설명과 오디너리 피츠의 제품 설명을 보면 다른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워커스는 복각이라는 일 자체에 우선은 집중하는 타입이고 이게 어디서 나왔고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하지만 오디너리 피츠의 앵클 데님 설명을 보면(링크) 그냥 셀비지 데님을 사용 정도로만 나와 있습니다. 오디너리 피츠는 물론 엄정한 구형 생산 방식에 집착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일단 만들어 놓은 거 보면 기본적인 양식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포인트는 아니죠. 그런 숨겨진 특성이고 더 멋진 페이딩을 만들어 낼 장치입니다. 비즈빔 같은 브랜드도 마찬가지죠. 


이런 건 예컨대 하이 패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잘 만들었겠죠. 알아보면 오랜 기간 종사한 무슨 장인이 있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들죠. 하지만 그러니까 일상복의 만듦새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그런 건 그렇게 큰 셀링 포인트는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잘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 거니까요. 그냥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관심있는 사람은 찾아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그런 겁니다. 이런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일상복의 기본적인 덕목이에요. 


물론 이런 건 책에서 말한 제작자 중심의 패션으로 탄생한 레플리카 본연의 특징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크기가 커지면 이런 다양성이 생겨나는 거죠. 리얼 맥코이가 있고 오슬로우가 있고 그런 거죠.



그런가 하면 경년 변화, 페이딩이 있습니다. 강연에서 말씀드렸듯 이건 너무 더럽기 때문에 주류 트렌드에서는 이제 인기가 많진 않습니다. 한동안 그런 걸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놈코어 같은 걸로 거듭나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도 몇 번 이야기 한 적 있는데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폴, 대만 등에서 꽤 인기가 있는 거 같습니다. 뭐 위치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건 옷을 도처럼 접근하는 잠재 의식에 분명 혹하게 하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패션을 좋아한다면 많이들 거쳐가게 되는 관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옷이 너무 재밌다 보면 언젠가 한번은 청바지와 썪어봐야 하고, 언젠가 한번은 망해보기도 하고 뭐 그런...



어쨌든 레플리카 문화는 이런 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맨 위에서 말한 레플리카 본연의 브랜드들은 어떻게 될까요. 청바지는 확실히 스테디합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옷이니까요. 물론 90년대 전성기처럼 많은 브랜드가 필요치는 않을 테고, 불황의 산물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또 경제 상황이 별로가 된(계속 별로인 곳은 이런 걸 하기엔 좀 어렵습니다) 많은 곳에서 젊은 사람들이 꿈을 실현해 보기 위해 도전하겠죠. 그렇게 다음 트렌드의 턴이 올 때까지 일정 수는 유지되지 않을까요. 뭐 그 와중에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단한 퀄리티의 복각 브랜드가 나올 수도 있고 그렇겠죠. 



그리고 청바지 외는 아무래도 마니악합니다. 옷들이 트렌드를 초월한 옷을 표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매우 트렌디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좋으면 좋고 말면 말고 그런 거죠. 그래도 리얼 맥코이 같은 곳은 여전히 잘 해내고 있고 멀리 멀리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여러 나라의 작은 브랜드들도 꽤 있죠. 이 옷은 여하튼 규모가 작고 깊게 들어가고 그런 겁니다. 아주 커지긴 어려워요. 그래도 사라지진 않겠죠. 미군 M65 같은 건 꽤 비싼 것도 여전히 팔리잖아요. 브랜드는 알맞은 양 - 알맞은 가격의 사이즈를 잘 예측해야 하겠죠. 하지만 복각 이름만 붙이고 어설프게 해나가려 한다면 이제는 더욱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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