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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옷 놓고 떠들기, 펜필드의 레이크빌 재킷

by macrostar 201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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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옷 놓고 떠들기. 오늘은 펜필드(Penfield)의 레이크빌(Lakeville) 재킷이다. 우선 펜필드는 1975년에 그레이트 아웃도어를 표방하면서 매사추세츠 허드슨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뉴 잉글랜드 풍이니 뭐 이런 말도 했었던 거 같은데 나름 서부 아웃도어와 다른 동부의 점잖은 풍의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하는 거 같다. 한국에도 펜필드가 들어와있는데 제품 라인업이 완전히 같은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레이크빌 재킷은 이렇게 생겼다. 가지고 있는 건 위 사진과는 컬러가 조금 다르고 단추나 팔에 붙어 있는 가죽 패치 등 세세한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다. 2010년 정도부터 나오기 시작해 2013년 정도까지 나온 거 같다. 입고 있으니까 굳이 추적한 거지 따로 추적할 만한 그런 건 아니다. 


인터넷 중고 매장에서 우연히 봤는데 사용감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 옷은 아무래도 원래 나올 때부터 사용감이 있어 보이는 그런 재질이다. 가만히 봤더니 깨끗하게 보였고 봄 가을 환절기에 좋을 거 같고 무엇보다 저렴해서 구입했다. 뭐 와서 보니 역시 거의 새거 였다.


생긴 걸 보면 마운틴 파카 타입이다. 특징이라면 어깨에 패치가 붙어 있고 후드는 넣어둘 수 있다. 



우선 후드 이야기를 하자면 위 사진에서 보듯 카라에 넣을 수 있는 형태다. 이런 옷은 후드를 빼 놓으면 카라와 후드가 애매하게 분리된다. 그렇다고 후드를 넣어 두면 카라가 너무 두껍다. M-65 재킷이 이런 구조인데 그건 대신 후드가 얇다. 이건 꽤 두꺼운 편이고 약한 비에 대비해 앞에 창도 긴 편이라 존재감이 꽤 크다. 


사실 재킷이 후드, 스웻셔츠의 후드 부분은 아 바로 이거다 싶은 해답을 아직 본 적 없다. 뭘 어떻게 해놔도 이어지는 부분이 어색하다.



마운틴 파카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는 시에라 디자인의 제품은 위 사진에서 보듯 후드를 접어 넣을 수 없게 쭉 연결되어 있다. 이런 경우 지퍼를 끝까지 올리지 않으면 카라가 멋대로 움직인다. 게다가 플랩이 있는 옷이라 언발란스한 모습을 보이게 되서 조금 신경 쓰인다. 뭐 아무려면 어때...긴 하지만 그래도 무슨 방법이 없는 걸까 매번 생각하게 된다. 결론은 시에라 디자인의 방식이나 펜필드의 방식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웃도어용 방수 재킷이 보통 그렇듯 레이크빌의 후드도 긴 챙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너무 길어서 후드를 뒤집어 쓰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비가 시야를 가리는 걸 막기 위해서 아예 앞을 안 보는 방법을 택한 거 같다.



그리고 쉘의 재질은 펜필드의 왁스 원단인 허드슨 왁스클로스 65/35라는 거다. 폴리 65에 코튼 35. 펜필드에서 1990년대부터 사용한 거 같다.



이 계열 제품은 위 사진같은 라벨 혹은 65/35라고 시에라 디자인 비슷하게 생긴 라벨이 붙어 있다. 나중에 왁스칠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애초에 왁스 코팅 처리를 한 뭐 그런 제품이다.


여기서 장단점이 갈린다. 왁스칠을 계속 해야 하는 옷은 귀찮고 왁스 값이 들지만 영구적이다. 왁스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왁스드 재질은 귀찮지 않지만 수명이 짧다. 세탁도 어렵다. 라벨에는 모조리 X가 그려진, 아예 하지 마라고 되어 있어서 더러워진 부분을 비눗물 묻힌 솔 같은 걸로 닦아낸다. 손목과 허리 끝 부분이 아무래도 빨리 더러워지므로 여태 한 번 했다.


물론 면의 친숙한 느낌이 나는 게 장점이지만 굳이 이런 걸 왁스드 원단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아예 시작부터 사용감이 있기도 하다. 뭐 이건 결론적으로 나에게 장점이 되긴 했지만. 여하튼 전반적으로 애매한 기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 뭔지 현재 펜필드 홈페이지에서 허드슨 왁스 제품을 검색해 보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방수는 아직 잘 되는 편인데 물을 내리 붓는 게 아니라면 표면에 방울 방울 붙었다가 툭 털면 떨어져 나간다. 봄 이슬비에 아웃도어라면 적합하다. 



안감은 나일론이 붙어 있는데 나름 두께가 있다. 재킷을 입을 수 있는 환절기를 추운 환절기와 더운 환절기로 나눈다면 이건 양쪽 다에 쓰긴 어렵고 추운 환절기에나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어깨의 패치. 맨 위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양쪽 어깨에 웨스턴 풍의 패치가 대어져 있는데 백팩 같은 걸 맬 때 옷이 닳지 않게 한다. 왁스드 계열을 아웃도어에서 백팩과 함께 쓰려면 이런 게 필요하다. 그런데 의외로 리얼 가죽이다. 그냥 레쟈 인조가죽으로 해도 별 탈 없을 거 같은 부분에 왜 가죽 씩이나 쓴 건지 좋긴 하지만 이해는 가지 않는다. 


만약에 리왁스가 가능한 옷이라면 -> 가죽 부분에 뭍는 걸 피하기 어려우므로 대면 안된다. 대신 백팩을 매는 아웃도어 용 옷도 곤란하고 바버나 벨스타프처럼 오토바이나 랜드로버 같은 걸 타고 가기에 적합한 옷이어야 한다.


하지만 왁스드 라는 거 자체가 오랜 사용을 감안한 소재다 -> 그러므로 가죽 -> 하지만 허드슨 왁스클로스는 그런 소재가 아니다 -> ?? 이런 모순이 있다. 



가슴 부분에는 핸드 워머 포켓이 있다. 안에 플리스가 대져 있어서 손을 넣으면 상당히 따뜻하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철저하긴 하다. 그리고 아래 부분에 벨크로 주머니 큰 게 두 개 있는데 사이드 부분이 2cm 정도 두께가 있어서 뭘 상당히 많이 넣을 수 있다. 내부에 세 개의 주머니가 있다. 또한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등에도 지퍼가 달린 커다란 주머니가 하나 있다. 시에라 디자인에서 추우면 신문을 넣으라는 그 주머니인데 아직 열어볼 일은 없었다. 


그리고 스냅 버튼도 매우 튼튼해 보이는 훌륭한 물건이고 메인 지퍼도 예전 빈티지 MA-1의 IDEAL 지퍼가 생각나는 역시 훌륭한 걸 가져다 사용했다. 등 주머니에는 역시 콘마의 빈티지 지퍼가 생각나는 IDEAL 지퍼가 달려 있다. 


펜 필드 재킷의 지퍼. 사실 IDEAL 제품이 맞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헌팅 웨어, 마운틴 웨어의 기본 사양은 하여간 게임 포켓부터 왁시드 코튼까지 꾸역꾸역 다 집어 넣었고 그러다보니 기능 과잉과 기능 충돌의 물건이 나왔다. 메사추세츠의 그레이트 아웃도어란 이런 기능 과잉일까. 아무튼 이 옷을 정확히 어디에 쓰라는 거냐가 명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아웃도어 옷이란 그런 게 필요하다.  


물론 내가 구입한 가격이라면 매우 훌륭한 수준을 넘어서 있다. 이옷을 입기에 적당한 날씨가 일년에 이틀만 있어도 괜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옷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현재 펜필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 홈페이지(링크)를 살펴보면 그레이트 아웃도어도 어번 라이프도 아닌 애매한 노선을 느낄 수 있다 - 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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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컬러지만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봤다. 같은 옷 마주치기의 빈도수를 고려해 보자면 그래도 팔리긴 했나보다.


2) 펜필드 트위터에서 리왁스에 대한 조언을 발견했다.


nikwax 코튼 프루프를 씌우라고 한다... 뭐 사실 저건 코튼으로 만들어진 어떤 옷에도 사용이 가능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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