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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피비 필로 - 셀린느 - 에디 슬리먼

by macrostar 2018.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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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브랜드 디자이너의 대규모 이동을 이미 칼럼에 써버리는 바람에(링크) 루이 비통에 들어간 버질 아블로 이야기는 다루기 어렵게 되어서 여기에 적어 놓는다. 루이 비통 남성복에 버질 아블로가 들어가 놓고 보니 뭔가 새로운 체제에 대비한 진용이 완성된 듯한 느낌이 든다. 



루이 비통과 구찌의 2018 SS 광고 캠페인


그러니까 2017을 기점으로 1980년 대에 형성되었던 새로 진입한 중산층 기반의 하이 패션은 붕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이 패션의 주 구매자가 바뀌었고, 새로 메인 군을 형성한 사람들은 스트리트 패션의 질서에 훨씬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한 건 여기(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2017년의 변화에 대해 다룬 칼럼(링크)도.


패션은 제 아무리 반항을 해도 메인 소비층의 변화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새로 진입한 이들은 멋짐과 예쁨에 대한 기준, LGBT와 페미니즘, 안티 레이시즘 등등 기준선이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구매의 방식도 소비의 방식도 다르다. 물론 이 부분은 1980년대에 진입해 패션 시장을 형성한 중산층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 크고 영향력이 있는 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여러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LVMH와 케링의 변화를 이해해 볼 수 있다. 편의적으로 2017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고객층에 기반하고 있는 디자이너(이전)와 그 이후에 기반하고 있는 디자이너(이후)로 구분을 해 볼 수 있다.



케링

구찌 : 프리다 지아니니 -> 알레산드로 미켈레 (2015) : 이후 

발렌시아가 : 알렉산더 왕 -> 뎀나 바잘리아 (2016) : 이후

생 로랑 : 에디 슬리먼 -> 안토니 바카렐로 (2016) : 이전



LVMH

루이 비통 남성복 : 킴 존스 -> 버질 아블로 (2018) : 이후

디올 : 라프 시몬스 ->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2016) : 이후

셀린느 : 피비 필로 -> 에디 슬리먼 (2018) : 이전

* 루이 비통 여성복 : 니콜라스 게스키에르 (2013) : 이전


이렇게 놓고 보면 LVMH가 확실히 변화에 느리게 대응했고, 루이 비통 남성복까지 완결된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이 두 거대 기업이 각 브랜드 별로 각개 파트너를 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루이 비통 여성복이 바뀔 가능성도 꽤 높지 않을까 싶다. 


디올의 경우 디올의 아카이브에 기반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남아 있는 옷을 내놓고 있지만 예컨대 이들이 지금 호소하는 사람들은 예컨대 기존 셀린느의 고객층과 다르다. 즉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드레스를 입어야 할 것 같은 곳에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는 사람들이다. 광고판 역할을 마다하는 정도가 아니라 즐기고 심지어 직업인 사람들도 있다. 말하자면 옷이 사진에 찍혀 알티와 공유를 타기 위해 소비된다. 거기에 표어를 얹는 게, 더 나은 방식도 물론 있겠지만, 아주 나쁜 전략으로 보이진 않는다. 


아무튼 이 변화를 결론적으로 보자면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는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 같은 포지셔닝의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에디 슬리먼이 훨씬 더 유명한 스타니까 그 값을 해야겠지. 이들은 이전 시스템을 만들고 이끌어 온 최대의 구매자들에게 어필하는 브랜드고 그러므로 여전히 상당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하이 패션에서 대신 구매할 만한 브랜드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고, 즉 말 그대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다시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 세상 패션을 이끌고 하는 모습을 보긴 당분간 어렵겠지만, 적어도 돌체 앤 가바나처럼 헛짓을 하는 브랜드보다는 지금 시대를 따라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주요 브랜드들은 이렇게 새로운 체제에 대응한 재단장을 마쳤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들도 이 안에서 과거나 미래 고객 어디에 포커스를 맞출 건가, 그걸 맞출 수는 있는 건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할 거고 그렇게 보자면 새로운 브랜드들이 발굴되고 진입할 가능성도 높다. 뭐 버질 아블로가 정말 잘 해낼까, 니콜라스 게스키에르는 저기서 얼마나 뭘 할까, 에디 슬리먼이 과연 셀린느 월드를 의도대로 구축해 낼 수 있을까, 이런 궁금함 정도는 남아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케링과 LVMH는 치열한 대결 속에서 양쪽의 커버리지, 세상의 흐름에 대한 이해와 그것의 패션 반영은 더 깊고 넓어지고 있다. 물론 동시에 이 둘에 시장과 포커스가 집중되면서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말은 메인스트림 하이 패션의 "다양성"이라는 게 케링과 LVMH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전략적 측면에서 만들어 가는 다양성에서 벗어 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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