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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 패션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by macrostar 2018.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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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그대로 레플리카 패션에 대한 책을 썼고 곧 나옵니다.


(미세한 부분의 변경 가능성 아직은 조금 있음)


2. 우선 레플리카가 뭐냐 : 간단히 말하자면 1970년대 이전 생산되었던 청바지 모델을 원단과 제작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다시 만드는 겁니다. 이 복원은 기술과 원료, 공장 기계 등등까지 포함합니다. 그리고 이런 복원은 청바지에서 시작되어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초창기 작업복, 아웃도어, 밀리터리 의류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3. 다시 레플리카가 뭐냐 : 이건 일단은 패션도 아니고 옷도 아닙니다. 패션의 기본적인 목표이자 즐거움인 자신의 감춰진 매력이나 멋짐을 끄집어 올린다든가, 새로운 옷을 입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본다든가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상복도 아닙니다. 종류가 같긴 하고 결과적으로 생긴 모습은 거의 흡사하지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프라모델을 만든다든가, 아니면 옛날 마을이나 기차 같은 걸 복원한다든가 하는 쪽이 조금 더 비슷할 거 같습니다.


이건 책은 아니고 프린트이긴 합니다만...



4. 옛날 섬유, 옛날 부자재, 옛날 염색 방식은 환경적 요인을 많이 타는 불완전한 방식입니다. 사람 손을 많이 탄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현대에 비해 더 불완전합니다. 그러므로 각 개체들은 거의 비슷한데 미묘하게 다릅니다. 재봉틀을 돌려 청바지 뒷주머니를 달다가 실이 끊어진 대가 있을 수 있고 그러면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구입한 사람이 이걸 발견해 내면 같은 시기에 나온 같은 제품과 다른 특징을 가진 게 됩니다. 발견 못하면 그냥 마는 거고요. 


또한 제조사에서도 예컨대 1947년에 나온 리바이스 501을 매년 똑같이 복원하면서도 스티치 간격을 약간 다르게 한다든가, 일정 지점에 똑같이 끊어진 실을 둔다든가 하는 짓을 합니다. 원단도 올해는 털이 좀 많다든가, 올해는 좀 더 울퉁불퉁한다든가 하는 조절을 합니다. 카이하라의 어떤 기계는 셀비지의 그런 특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 역시 발견하면 아는 거고 아니면 마는 겁니다.



5.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는데 저 시대 패션의 주된 재료는 면, 리넨, 울, 가죽 등등 말하자면 비첨단, 비테크놀로지의 전통적인 섬유였습니다. 이것들은 낡아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고어텍스도 낡아가죠. 하지만 전통적 섬유는 보다 선명한 족적을 남기며 낡아가고 손쉬운 수선이 가능합니다. 즉 레플리카로 만들어진 옷을 체험하는 방법은 입어가며 다시 낡아가는 경험까지를 포함합니다. 그렇게 자신 만의 역사가 담긴 옷이 만들어 진다... 는 게 이 분야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상급 레플리카 브랜드들은 말하자면 탈색을 설계합니다. 어떤 특정한 낡은 모습을 유도할 수 있도록 군데군데 장치를 하고(꿰매는 방식 뭐 그런 정도가 달라져도 시간이 많이 흐르면 다른 양상을 띄게 됩니다) 보강해야 할 부분의 천을 기존보다 살짝 두껍거나 얇게 덧대거나, 리벳이나 단추의 재질이나 광택이 약간 다르거나 그런 걸 합니다. 이 역시 꾸준히 세탁해 버리거나 혹은 입다가 뭔가 좀 잘못되거나 하면 만날 수 없습니다. 사실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이긴 하지만 여튼 제품의 가격에 그런 설계가 포함은 되어 있습니다.



6. 사실 이런 정신은 레플리카 패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조금 더 전에 나온 헤비 듀티, 헤비 아이와 비슷합니다. 옷을 낡을 때까지 입어가며 든든하고 믿을 만한 도구가 되어 가는 거죠. 레플리카를 만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헤비 듀티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주요 트렌드 중 하나였으니까요.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옷을 사용하고 또한 그 옷들은 기능을 위한 일종의 도구입니다. 예전의 옷들, 레플리카의 대상이 되는 옷들은 하나 같이 건설 현장이나 광산 등의 작업장에서, 산을 오르면서, 말을 타고 소를 운반하거나 사냥을 하면서 혹은 적 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온 몸으로 마주해야 하는 전투 속에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기능에 따라 분명한 특징이 있고 그게 이런 옷의 개성이자 이런 패션 만의 내뿜을 수 있는 매력으로 받아 들여지게 되었죠.


그렇게 해서 3번에서 말했듯 레플리카는 패션도 아니고 옷도 아닌데 패션이자 옷이 되었습니다. 뭐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긴 한데 구분해서 보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갈 길을 잃은 취향, 갈 길을 잃은 패션과 옷은 또 다른 노는 방식을 찾아냈습니다. 게다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지향하고, 새 것이 아니라 낡음을 찾아갑니다. 



7.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것만 읽으시면 일단 되는데 책이나 잡지 속의 원고, 아니면 여기에 적는 글이라도 바깥으로 나가는 글이라면 홀로 서서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완결체여야 하겠지만 또한 맥락도 있는 법입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 쓴 책 "패션 vs. 패션"에서는 최근의 패션 흐름, 옷 흐름을 이야기하고 그걸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패션과 옷을 즐기는 다른 방식에 대한 몇 가지 예시를 들었습니다. 예컨대 옷을 유희의 도구나 롤 플레잉의 도구로 사용하는 페티시나 로리타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특정 옷의 등장과 발전에 집중에 스펙 중심으로 바라보는 패딩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이번 책은 바로 그 부분의 확장판입니다. 그러므로 책 전체의 분위기는 좀 많이 다릅니다.


패션 vs.가 나와 있어서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레플리카를 쓸 때 하긴 했었는데 일단 지금 현재는 시중에 없습니다. 세상 일 제 뜻대로만 술술 되는 건 역시 아니죠. 



8. 사실 이 책은 포지셔닝의 측면으로 보자면 애매한 점들이 좀 있는데 예컨대 레플리카 패션의 자세한 역사가 궁금하다면 아메토라를, 레플리카 청바지가 어떤 게 있는지 제품 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라이트닝 매거진에서 매년 나오는 데님 카탈로그 같은 걸 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매우 세세한 디테일에 대해서라면 데님 오타쿠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이미 알고 있겠죠.


그러므로 이 책은 옷을 가지고 이렇게 놀 수도 있다, 이런 걸 즐겨보자에 촛점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이미 패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런 게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사람도 좀 쉽게 재밌게 접근하고 그로 인해 자기가 가지고 있고 입고 있는 옷을 지금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옷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환기 시켜보는 게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9. 책에는 이해를 돕고자 일러스트도 들어있는데 전소영(트위터 : @soyadokey - 링크)님이 그려주셨습니다. 일러스트 덕분에 꽤 무뚝뚝한 옷을 다루고 있는 책임에도 활기도 생기고 나름 귀여운 데도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표지 그림도 전소영 님의 일러스트입니다.



10. 구성은 레플리카 패션의 원조인 미국의 초창기 브랜드들, 레플리카 브랜드들, 그리고 레플리카의 방식을 기반으로 오리지널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들 크게 이렇게 3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간단한 역사와 시작, 그들이 집중하고 있는 옷의 특징적인 재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1.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그럼 책을 지금 구입할 수 있냐 하면 아직은 아닙니다. 뭔가 팔고 싶은 입장에서 아직 제품을 손에 쥐지 않은 채 사주십사 하는 게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최상급 아이돌이 7명이나 나오는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의 27분짜리 단편 예능도 티저를 2, 3개 씩 내놓는 세상인데 저 같은 무명인은 그보다 훨씬 더 열심히 선전해야겠죠. 책은 빠르면 2주, 늦어도 3주 안에는 나올 거 같습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설날엔 레플리카 패션이라는 매우 이상하고 신비한 세계와 함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13. 책의 내용 소개도 겸해 몇 가지가 연재로 네이버에 포스팅되고 있습니다. 여기(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여튼 책이 출시되면 조금 더 자세한 사항을 여기에도 올리겠습니다. 북토크 등으로 뵐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14. 출간 전 연재 및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추첨해서 책도 준대요. 여기(링크)를 봐주세요.


15. 구매처 (2018년 1월 31일 현재 예판 상태입니다)


알라딘 (링크)

예스24 (링크)

교보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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