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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걸그룹의 의상과 의복에 대한 몇 가지 단상

by macrostar 2018.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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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 대해 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왔지만 이건 고정된 정답이 없는 분야다. 옷은 옷이지만 그 조합의 이유와 영향은 굉장히 유동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분명한 건 아이돌의 경우 의상은 상당히 전략적이기 마련이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라는 점이다. 이건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이들의 의상 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전략이 고려될 수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필요한 게 뭔진 알지만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을 수 있고 또 오늘은 왠지 입고 싶지 않다는 감정적 이유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이 글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이 사이트에 달려 있는 광고는 사진 앞에 3줄 이하의 글이 짧게 들어가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종종 이렇게 앞 부분에 뜸을 들이며 이상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다가 어느덧 8줄을 넘어가기도 한다. 즉 이런 식으로 전략과 현재 환경과 개인의 성향과 우연이 복잡하게 결합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캡쳐.


1. 이 기사의 제목에서 "지적"의 대상은 누구일까. 여러가지 의견을 가진 불특정 다수를 일컫는 소위 네티즌인가, 짧으면 짧다고 난리, 길면 길다고 난리를 치는 알 수 없는 인간들인가, 짧은 옷 노출 옷 비싼 옷이 아니면 기사화도 잘 하지 않는 언론일까.


2. 사실 위 상황에서 잘못된 지점을 찾자면 시상식에는 으레 거동이 불편한 드레스, 하이힐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을 빤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포토존에 딛고 올라가야 할 높은 계단을 설치한 주최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포토존이 꼭 높아야 한다면 낮고 넓은 계단이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낮은 각도의 오르막 같은 걸로 해 놓으면 저기에 오는 사람이 힐을 신든 스니커즈를 신든, 긴 드레스를 입든 팬츠 슈트를 입든 아니면 츄리닝을 입고 오든 누구나 큰 불편 없이 오를 수 있다.


3. 소속사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돌을 소속사의 인형 놀이 쯤으로 주는 거 입고, 주는 거 부르고, 하라는 거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들은 평범한 일반인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자기 실현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엄청난 경쟁을 뚫고 저기에 가 있다. 게다가 레드 벨벳은 몇 개의 1위 곡을 낸 4년차 아이돌이다. 누가 하라는 대로 해와서는 절대 저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시상식 장 같은 곳은 그룹의 일원이 아니라 개인을 각인 시킬 수 있는 드문 장소고 또한 활동 의상이나 일상복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자신의 미래를 가장 걱정하고 계획하고 있을 당사자는 그룹도 소속사도 아니고 당연히 자기 자신일 거다. 내키는 대로 입긴 어려울 지 몰라도 적어도 선택지가 주어졌을 테고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회의가 있었을 게 분명하다. 또 상업적인 고려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이런 의상의 선택은 누구 하나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최종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시상식에 드레스를 입고 가면 다음 날 연예 기사 포토면 탑에 올라갈 거고 수많은 이들이 보게 될 거라는 사실은 본인도, 그룹도, 회사도, 관계자도, 팬도, 그냥 저 앞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모두 알고 있다. 


4. 예전에 에프엑스의 빅토리아가 연습생 때는 많이 혼났는데 데뷔한 이후로는 오직 칭찬만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그 회사의 시스템에 대해 아주 약간의 신뢰 같은 걸 가지게 되었다. 데뷔를 했다면 한 명의 프로페셔널이고 그 다음은 자기 몫이고 책임도 자기가 진다. 기관장 옆에 참모와 비서진이 있듯 소속사는 하려고 하는 걸 만들어 주는 역할이다. 여튼 매출을 만들어 내는 건 연예인이고 관객들은 마음에 들면 볼테고 아니면 그냥 간다. 그러므로 자기가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5. 물론 세상은 이렇게 쉽게만 돌아가지 않고 연습생의 수는 더 늘어나고 데뷔의 문은 더 좁아지면서 소속사의 문지기 파워가 굉장히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이미 데뷔를 했고 성과를 내고 있는 아이돌인데도 회사한테 혼나면 어떻하냐 류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런 회사는 보통 문제가 있거나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또한 미성년 그룹, 멤버에게는 다른 형태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어쨌든 일 없이 쉬면 일을 만들어 달라고 닥달을 하고, 이거 가지고 될까 고민하는 게 보통의 상위 티어 아이돌이다.


6. 그렇다면 다시 맨 위로 돌아간다. 맨 위에서 말한 "지적"의 주체는 누구고 그 대상은 누구일까. 물론 골든 글로브에 팬츠 슈트가 대거 등장한 걸 보면서 여기에도 그런 게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입지 않는다고 해서 조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팬츠 슈트를 통해 주장하고 달성하려 하는 지점은 드레스, 짧은 치마, 높은 힐을 입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런 걸 강제하지 말고 강제할 수 없다는 거고 결국 뭘 입든 자유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새로운 모습과 매력을 봐라는 메시지다. 


7. 또한 저 장소와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자기의 전략이고 자유다. 짧든 길든 바지든 치마든 이것저것 입으며 자신 캐릭터의 레인지를 넓히는 방법이다. 또한 인간의 욕구란 가늠이 불가능하다. 평범한 인간이라도 아침에 일어나서 괴상한 걸 입어보고 싶어할 수도 있는 거고 난데없이 드레스 업을 하고 싶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다시 저 자리에 필요한 건 불필요한 동작, 불필요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선택한 옷의 매력을 낼 수 있게 요건을 조성해 주는 거다. 일단 필요한 건 낮고 넓은 계단 혹은 그냥 계단 없이 오르막으로 해놓거나 단상이 아닌 데다가 포토존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만 초대받은 누구나 전략이든 취향이든 기분이든 원하는 옷을 입고 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저 이야기를 하자면 계속된 단상 계단 지적에도 안 고쳐서 힘들어 하는 조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저건 저래서 좋군, 저건 왜 입었을까가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할 지점은 뭘 입은 걸 보든 쓰잘 데 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사실 어울리는 옷 이런 거 잘 모르겠는 게 신체에 영 안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대신 새롭고 그것도 나름대로 멋지잖아. 



이것과 약간 다른 경향의 이슈가 또 있었는데 



며칠 후 있을 에이핑크 콘서트 포스터다. 이걸 딱 보고 너무 재밌어서 좋아했는데 일반적인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에이핑크 콘서트라는 이름만 가지고는 생각하기 아주 어려운 종류의, 허를 찌르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상상력 가지고는 시안 100개를 내놓으라고 해도 저런 게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을까. 그래서 저번에 우주 트렌드 이야기하면서 저 포스터를 살짝 넣기도 했었다(링크). 매우 합성처럼 보이지만 실제 제작해 입은 사진이라는 점도 뭔가 마음에 든다. 


1. 그런데 많은 팬들이 저 포스터를 보고 당혹해 했고 소속사에 비난을 쏟아냈는데 그냥 하던대로 예쁘고 귀엽게 나오는 걸 원했기 때문이었다. 단독 콘서트를 몇 회나 치른 8년차 아이돌이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과연 좋은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여튼 그랬는데 인터넷 방송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이건 멤버들의 아이디어였고 특히 하영이 주도한 콘셉트라고 밝히면서(역시!) 소속사에 대한 비난은 좀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서 약간 바꾼다고는 했는데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고 그냥 비슷하게 가고 있다. 


2. 이 이슈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룹은 소속사가 뭐든 시키는 대로 하고 있을 거다라는 전형적인 생각이 들어가 있다. 인간의 의지를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결국은 의외성, 새로운 면을 대할 때 등장하는 굉장한 보수성이 이 모든 문제들의 핵심이다. 이벤트 성 의상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고 뭘 하는지 이해하려는 생각도 노력도 없으니 언론에서는 노출 혹은 가격 말고는 기사로 잘 쓰이지도 않고(노출 기사를 내고 노출 비판 기사도 내고) 보고 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흘러간다. 물론 이건 반대로 그런 거만 보고 읽으니 그런 것만 쓰는 경향도 있는데 애초에 내놓 질 않고 있으니 오직 대중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짧으면 짧다고 난리, 길면 길다고 난리라는 좁은 폭 안에서 또 반복하면 반복한다고 난리이기 때문에 미세한 새로움을 선보이는 식으로 나아가고 결국 이 넓은 패션 세상에서 특히 넓고 광활한 상상력의 세계인 드레스 월드에서 손바닥 만한 폭 안에서 이것저것 고르는 게 반복되고 있다. 대체 왜 그러고 있고 그래야만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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