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피메일 임파워먼트, 디올

by macrostar 2017. 11. 5.

며칠 전에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의 인터뷰 기사가 보그에 실렸다(링크).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금까지의 디올이 페미니티의 브랜드였다면 지금은 피메일 임파워먼트의 브랜드여야 한다는 거다. 샤넬이 데모 코스프레 같은 걸 한 적이 있지만 대형 디자이너 하우스가 이렇게 여성 디렉터 - 페미니즘으로 포지셔닝을 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까 이걸(링크) 참고.



이건 예컨대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이야기와 같은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디올이 그걸로 돈을 만드나 보다가 아니라 왜 돈이 된다고 치우리가, 디올이, LVMH가 생각하고 있느냐다. 즉 60만원 짜리 페미니즘 슬로건 티셔츠 같은 건 시선을 끌기에 좋긴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건 디올이 지금 뭘 하고 있느냐다. 


몇 번 말했듯 수많은 여성 종사자가 옷을 만들고 수많은 여성 소비자가 옷을 구매하는 시장이지만 지금까지 여성은 하이 패션에서 보조적 존재였다. 즉 누군가 돈을 벌어 옷을 사주거나, 자신의 분야 안에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코스프레를 할 필요가 있거나, 파티의 호스티스 역할을 하거나 뭐 그런 것들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여성상을 만들어 내고 그게 아니면 뒤쳐진다고 느끼도록 마케팅을 해왔다(링크). 그런 시대가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00년대, 10년대에도 그런 시장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고, 사실 지금도 많은 곳에도 돌아가고 있다. 


그런 것들이 패션의 정체를 만들어 냈다. 어느덧 다들 고만고만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다 저런 고만고만한 세계관 아래에서 옷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프라발 그룽은 이민자 문제와 인종 문제에, 디올은 페미니즘에 포지셔닝을 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위 링크의 칼럼에서 말했 듯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 낸다. 비로소 비싼 돈을 주고 남들의 보조 역할이나 하려는 옷의 시대를 끝내려는 거다. 즉 LVMH나 케링 등등은 지금 시장을 새롭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방향은 약간 다르지만 못생긴 옷들, 고프코어, 스트리트 패션 등도 노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고 한 배를 탄 많은 것들이 서로 얽혀 있다.


물론 이건 꽤 큰 작업이고 그러므로 지난 시절의 사고와 권력 구조 아래 존재하던 문제점들을 다 해결해야 한다. 모델에 관련된 법안, 이번 성희롱 / 성폭력에 관한 법안 등에 있어서 LVMH 같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그런 이유일 거다. 하지만 이런 재편성은 모델, 사진 작가, 잡지사 등을 넘어서면 LVMH 등의 대형 회사들 그리고 하이 패션 신 자체를 향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때 어떻게 움직이고 그걸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초점이 될 거다. 


어쨌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변화의 시작에 치우리 같은 디자이너가 있고, 맨 위 기사에서 나왔듯 꿈조차 꾸지 않았던 자리(디올에 여성 디렉터가 들어간 적이 없으니)에서 예전의 디올이면 하지 않았을 걸 하고, 만들지 않았을 옷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 시즌 만에 끝나버린 랑방과 지금의 지방시가 조금은 아쉽다. 디올과 함께 이 길에서 엎치락 뒤치락 할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