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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청바지의 적당한 길이 문제

by macrostar 2017.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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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멋지게 입는 것, 폼 나게 입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참고하시고... 바지 특히 청바지의 운용에 있어 가장 큰 관심 사항은 이걸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는가 그리고 오래 입으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정도다. 


잠깐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다른 옷도 비슷하다. 데일리 웨어의 전 분야에 걸쳐 운용 방식을 정립하고 그걸 가능한 레귤러하게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는 물론 돌발적인 상황의 발생을 막고 적어도 옷에 있어서는 데일리 라이프를 평탄하고 예측 가능하게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살면서 잠과 식사 분야에서 깨달은 게 있다면 정기적으로 저 둘에 시간을 내주면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해 준다는 거다. 멋대로 살겠다고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먹다 보면 온통 먹는 것과 자는 것에 지배되어 아무 때나 배가 고프고 아무 때나 졸리게 된다. 즉 멋대로 살기 위해서 저 둘 같은 종류에 억지로 시간을 내줘야 한다. 이와 비슷하다. 


예컨대 이런 루틴의 적립은 바쁘게 일을 해야 하는데 바지가 답답하다든가, 단추가 떨어져 있는 게 신경 쓰여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든가, 신발-바지-셔츠의 균형이 오늘 따라 이상하다든가 하는 등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또한 빠듯한 예산의 운용에 있어 불규칙한 상황의 발생으로 뜻하지 않은 비용의 발생을 막는 것 등도 포함한다. 


그런 이유로 데일리 웨어를 고를 때부터, 입으며 생활하고, 나중에 버릴 때까지를 시간과 자금 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명징하게 예상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시도해 보면서 문제가 생긴 방식은 교체하거나 다른 방식을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즉 아래에 이야기할 것도 지금은 저렇게 하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너무 신경 쓰지 않은 범위에 있어야 하고 또 어느 정도 루즈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내 옷장에 들어온 옷이 20년은 되야 나가는 정도로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관리하자면 신경 쓸 게 너무 많고, 점유의 비용도 너무 크다. 또한 이것저것 입어보면서 새로 생기는 경험의 축적과 시야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데일리 웨어가 아닌 옷들은 이것과는 좀 다른 운용 방식을 가지고 있다. 




여튼 이러한 맥락에서 바지의 운용, 그 중에서도 청바지, 청바지의 운용 중에서도 길이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운용하고 있는 청바지는 (좁고, 넓고) X (짧고, 길고) 이렇게 4가지다. 


여기서 좁고는 요즘의 슬림핏 보다 약간 넓은 60년대 501 정도, 넓고는 50년대 501XX 정도. 짧고는 반스 오센틱 기준으로 신발에 안 닿는 길이, 길고는 한 번 접었을 때 안 닿는 길이. 밑단 체인 스티치가 1cm 기준으로 되어 있고 접었을 때 바지 안쪽은 그 두 배인 2cm가 보이도록 해 결론적으로 3cm 길이로 접는다. 그러므로 짧고 길고의 길이 차이는 3cm.


페이딩 별 운영에 대해서도 관심이 좀 있었는데 청바지들을 상당수 팔아버리기도 했고 사는 게 너무 복잡해져서 빼버렸다. 다른 바지도 있기 때문에 청바지 만으로는 4벌 정도가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수치인 거 같다. 그래서 셔츠도 봄/가을, 여름, 겨울 시즌 별로 4벌. 참고로 셔츠 류의 운용에 대해 쓴 글이 있는데 혹시 나오게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선 폭 문제. 정사이즈(=압박감 때문에 괴롭지는 않되 벨트가 없어도 흘러내리는 경우는 없는 정도)를 입은 경우.



청바지가 너무 타이트하면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리고 청바지 통이 너무 넓으면 허벅지 부분이 문제가 생긴다. 특히 앉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이 쉽게 노화된다.


저렇게 라인이 생기다가 뜯어지게 된다. 뜯어지거나 뜯어지려고 하면 리페어를 하지만 역시 한 군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발란스가 무너지면서 주변으로 문제가 넓어진다.


사실 지금 구분하는 (넓고, 좁고)가 아주 크게 차이 나진 않기 때문에 한쪽만 운용해도 괜찮긴 한데 2벌을 돌리면 한 벌 씩 만 세탁해야 하기 때문에 비 경제적이고 노화의 속도에서 차이가 꽤 난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 말 쯤에는 (짙고, 밝고)에 (짧고, 길고)로 했었는데 위에서 말했듯 페이딩 별 운용은 포기했다.


그리고 너무 길면


신발과의 마찰에 의해 뒷 부분이 닳기 시작하고 어느덧 저렇게 구멍이 나다가 나가 떨어진다. 이 부분이 상당히 짜증나고 개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닿지 않는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컨버스 류 단화를 기준으로 닿지 않을 정도로 밑단을 맞추게 된 거다. 여름 시즌에는 짧은 쪽도 한 번 접고, 긴 쪽은 두 번 접어서 입는다. 스탠 스미스 같은 운동화는 생각보다 위로 많이 올라와서 짧은 쪽도 살짝 접어야 한다.  


여름에는 1주에 한 번 2벌 씩 세탁하는데 겨울 시즌에 들어서면서 2주에 한 번 2벌 씩 세탁기에 돌리고 있다. 4벌 다 입는 주기는 비슷한데 요새 들어 겨울이 오기 전 애매한 기온 속에서 "좁고 짧은 것"을 좀 자주 입는 거 같다.



참고로 오래 입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일본 쪽의 마니악한 계열 쪽에서는 보통 레귤러 타입이 많이 보인다. 아래는 풀카운트 인스타그램.



밑단이 남아나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너덜너덜해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미국 쪽에서 셀비지가 어떻고 빈티지 메이킹이 어떻고 하는 분들 보면 스키니 정도는 아닌 슬림 핏에 밑단을 돌돌 말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특히 워크 부츠류 신은 분들 인스타그램에서 보면 밑단 체인스티치가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세탁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맨 위에서 말한 사타구니 부분이 당연히 남아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짙은 페이딩 쪽으로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슬림 + 헤비 온스를 선호하는 거 같다. 


위에서 말한 길이로 운용하면 발목 긴 부츠류가 꽤 애매하다. 가능한 긴 쪽만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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