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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폴리에스테르의 끈질김

by macrostar 2017.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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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 카테고리에서는 보통 면으로 된 옷이 낡아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폴리에스테르다. 위대한 합성 섬유, 인류의 구원... 꽤 예전에 트랙탑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옷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고 당시 두 개의 트랙탑을 구입했었다. 언제쯤인지 잘 생각나지는 않는데 이글루스에서 패션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다. 어쩌면 프리챌일 지도 모르겠다.



뒤에 까만 색은 나이키의 유벤투스 트랙탑. 폴리에스테르 100%고 앞의 파란 색은 프레드 페리의 J6600이라는 옷으로 코튼 50%, 폴리에스테르 50% 혼방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몸이 크게 변한 건 없고 95가 대략 맞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이키는 105, 프레드 페리는 M이다. 일본판이라 M이면 작다... 결국 하나는 (너무) 크고 하나는 작다. 이런 걸 참 오래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정말 열심히 입었다.


사실 프레드 페리의 팔에도 하얀 줄이 있었다. 그게 면인지 특히 가방 닿는 부분이 많이 헐어서 얼마 전 떼어 버렸다. 완전히 제거 하려면 다 뜯어내야 해서 흔적이 남아 있고 게다가 세탁을 했지만 자국이 있기는 한데 그런 거 애초에 상관하지 않고 살지... 아마 나머지 부분은 자외선에 바랜 거라 같아질 일은 없을 거 같다.


어쨌든 면은 주로 자주 움직이는 부분, 마찰이 있는 부분이 닳는다. 그래서 생활의 흔적이 남고 그러므로 개인화라는 카테고리가 좀 더 명확하게 성립한다. 하지만 폴리에스테르는 그런 거 없다. 통으로 빛에 바래가고 어느 순간부터 색이 유물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게 다 멀쩡한 건 아니다. 특히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리면 닿는 팔목 부분이 조금씩 뭉개져 있다. 실로 어떻게 보강을 해볼까 생각 중인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거 같다. 


여튼 이 오랜 생명력은 정말 굉장하다. 아무렇게나 입고, 세탁하면 금방 마르고, 그렇게 혹사를 시켜 왔는데도 적어도 무너져 버린 곳은 없다. 버려져도 썩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더 오래오래 입다가 재활용으로 돌리면 다시 새 옷으로 만들어져 리사이클드 파이버라는 라벨을 달고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입게 되지 않을까. 여튼 함께 지내게 된 옷과 신발들은 여기서 나가는 그 순간까지 책임을 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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