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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펜디, 모피, 한강

by macrostar 201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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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의 한강 패션쇼는 모피 반대, '명품'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세금, 시민을 위한 휴식 시설 등등등 참으로 많은 이슈들이 녹아 들어가있다. 복잡해서 그냥 생각해 볼만한 것들을 짚고 나가는 정도에서 포스팅을 해 본다.

 

 

우선 비슷한 대형 이벤트를 벌인 회사로 프라다가 있다. 트랜스포머라는 이름의 문화 예술 행사를 경희궁에서 개최한 적 있다. 프라다 때도 일었던 논란은 왜 하필 경희궁이냐 이다. 펜디에게도 역시 같은 논란이 있다. 왜 하필 한강의 인공섬, 그렇잖아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강 새빛 둥둥섬이냐는 거다.

만약 이 행사가 학여울의 SETEC이나 코엑스 같은 패션쇼가 보통 열리는 곳에서 이 행사가 있었다면 모피 반대 주의자 말고는 그렇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펜디는 그 정도 가지고는 만족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프라다와 다른 점은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경우 가방도 옷도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 문화 예술 프로젝트였지만, 펜디의 경우에는 패션쇼다. 그것도 모피가 포함되어 있는 고가 의류의 패션쇼다. 빈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면서 명품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 혹은 또 다른 좋지 않은 시선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 정점에 펜디의 천만원 대의 모피 같은 제품이 자리한다.

 

물론 에르메스는 딱히 모피가 아니어도 그 정도 가격대의 가방이 나온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워커힐에서 예술가들에게 상도 주고 여튼 조용 조용 매우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공략할 만한 사람들만 공략한다. 결코 이번 펜디처럼 떠들썩한 이벤트를 벌이지 않아 왔다.

 

펜디의 이런 대규모 패션쇼는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번째다. 2007년에 중국 만리 장성에서 패션쇼를 했었다. 하지만 이 때는 베이징 시에서 제안을 했었고, 펜디는 어려워했고, 결국 개최했고, LVMH의 아르노, 마이클 버크 펜디 회장, 칼 라거펠트 같은 거물들이 참석했다. 또 중국이 세계 최대의 모피 수출국이라는 사실도 이래 저래 얽혀있다.

 

 

 

지금 럭셔리 업계는 엄청난 호황이다. 얼마 전부터 RSS에 올라오기 시작한 분기 이익, 작년 이익 결산을 보면 10%대 성장 가지고는 명함도 못내민다. 중동과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기억나는 것만 써봐도 보스, 보테가 베네타, 에르메스, 까르띠에 등은 거의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본은 LV, 한국은 구찌, 중국은 까르띠에, 러시아는 펜디가 인기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다들 훨씬 더 성장했고, 특히 LVMH 계열의 성장은 실로 엄청나다. 그렇지만 국내 이야기를 해보면 루이비통이 2위인 구찌보다 두배가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며 독주에 나서고 있고 그 뒤로 버버리, 샤넬 같은 회사들이 뒤따라 오고 있다. 펜디의 경우 2009년 추정 460억원 정도로 루이비통의 대략 6000억원의 1/10도 안된다. 그들로서는 뭔가 이벤트가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다.

 

 

 

그래프 출처 : 한겨레 신문

 

위 도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모피를 핵심이자 정체성이라고 말할만큼 중요하게 포지셔닝하고 있는 펜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를 매우 의미있게 쳐다볼 만 하다.

 

결론적으로 새빛 둥둥섬을 홍보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회사의 상업적 입장과 한국에서 이벤트를 벌여야 하는 펜디의 상업적 입장이 맞아 떨어진 행사였을 뿐이지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별 의미가 있는 행사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리고 약간은 펜디가 네거티브 마케팅을 한 감도 있다. 사실 욕 조금 먹어봐야 어차피 욕하는 사람들은 펜디를 사러 갈 사람들이 아니다. 어차피 초대장을 던져 준 사람들 쪽이 훨씬 가능성있다. 이래서야 뭐 손해볼거야 하나도 없지 않는가.

이 속에 어울려 패션 잡지들은 지금까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휘양찬란하고 돈을 쏟아붓는 행사에 휘둥그래하며 그저 이런 걸 비행기를 안타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했을 뿐이다.

 

 

 

이런 패션쇼의 개최가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높이게 될 거라는 일부 견해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외국 광고를 많이 보면 선진국민이 될 거라는 발상과 거의 비슷한 방식의 생각이다. 패션이라는 장르의 핵심은 다양성의 확보에 있지 비싼 의류의 패션쇼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게 기본적인 내 생각이다.

 

어쨋든 결론적으로 안티-모피 운동은 이런 큰 행사 덕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외국에 비해서 이쪽 방면으로는 거의 그래도 이런 일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잠시라도 환기시켜줄 수 있었다는 건 기쁜 일이고, 앞으로도 이 운동이 좀 더 관심을 받고 확대대길 바란다.

 

이거 말고 명품에 대한 일반 시민의 냉소적인 시선이 조금씩이지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조금 있는데 업계들과 백화점의 매출 신장을 봤을 때 아직은 그다지 의미있어 보이진 않는다. 반감과 욕심이 교차되어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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